'제각각' 지자체 심사기준 개편만으로 공급효과 제한적
분상제 효과는 일시적...규제 풀고 시세차익 환수가 더 효율적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정책 필요, 변화 두려워 말아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제각각이던 분양가상한제 심사기준을 제도화한다고 주택공급이 확대될까?
산업2부 이동훈 차장 |
최근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내놨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이던 분양가 상한제 심사 항목과 기준을 제도화하는 게 주요 골자다. 사업자의 분양가 예측성이 높아져 주택공급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기본형 건축비 산정에 지자체의 임의적인 삭감을 금지하고 가산비 심사 항목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분양가가 현재보다 높아질 여지가 생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매뉴얼을 재정비했다고 당장 주택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분양가를 두고 정부와 시장 간 시각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를 대폭 반영한 분양가를 희망했던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분양시기를 더 늦추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내년 대선 이후 선거 결과를 보고 사업의 방향성을 잡겠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제도 개선보단 폐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름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사업자가 원하는 분양가가 책정되지 못하다보니 사업성이 떨어져 조합 부담금이 늘어난다. 조합원의 가장 큰 불만이다. 분양가가 저렴해 실수요자들이 청약시장으로만 몰리는 쏠림현상을 가중됐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을 손에 쥘 수 있는 '로또분양'이란 인식만 과열된 셈이다.
1977년 시행된 이 제도는 아파트 가격을 일정 수준 아래로 규제해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주택경기 침체와 호황을 거치면서 이 제도 또한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 분양가상한제는 4년 만인 2019년 11월 집값 불안이 시작되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유예기간을 거쳐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일단 분양가상한제는 집값을 잡지 못한다. 분양가를 규제해 집값을 잡아보려는 심산이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새아파트가 낡은 아파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게 상식적이다. 분양 이후 공사가 들어가면 이미 프리미엄(웃돈)이 붙기 시작해 준공 시점에는 주변 시세를 뛰어넘는 게 일반적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이런 현상은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분양가 규제로 집값을 조정할 수 있다는 시각을 버릴 때가 됐다. 규제를 풀고 거기서 발생한 시세차익을 회수해 임대주택 공급과 기반시설 확대 등에 활용하면 된다. 분양가 원가도 공개해 그 가격이 적정한지 건설사와 조합의 이익이 얼마인지만 명확히 하면 되는 것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사업자가 고분양가로 물량을 내놓아도 주택공급만 뒤따른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은 균형점을 잡아간다. 인위적인 규제 정책이 주택공급에 발목을 잡을 뿐이다.
주택시장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속화된 양적완화로 넘쳐나는 유동자금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로 인해 자산가격이 급등했고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금리인상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예고됐지만 유동성 축소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유동성 장세에 이어 기업의 실적 장세로 옮겨붙으면 경기회복 신호에 자산가격이 추가 급등할 여지도 있다. 집을 사지 말라는 경고와 규제로 주택시장을 완전히 제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규제를 풀면 개발 기대감에 당장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는 집값 관련한 지표가 수직 상승해 여론과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비정상은 정상으로 돌아간다. 현 정부가 아닌 다음 정부에서라도 집값이 안정화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앞을 내다봐야 하고 이를 해결할 책임도 있다. 불편한 집값이 안정화되고 실수요자들이 집으로 고통받는 시대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바란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