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경찰, 성추행 파악하고도 스트레스로 둔갑"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성추행과 2차 피해를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망사건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사건이 공군에서 발생했으나 군이 이를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로 둔갑시키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11일 공군 8전투비행단에서도 여군 부사관이 사망한 사건을 확인했다"며 "피해자는 공교롭게도 이예람 중사와 같은 연차의 초급 부사관이었다"고 밝혔다.
[성남=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2021.06.07 pangbin@newspim.com |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군은 해당 부사관이 군 내에서 성추행을 당한 것을 알면서도 변사사건 수사결과에 강제추행 관련 사실을 하나도 담지 않았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부사관 A씨는 5월 11일 오전 8시 48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A씨는 부서 상관인 B준위와 주임원사에 의해 발견됐다. B씨는 A씨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일 오전 7시 33분부터 23회에 걸쳐 A씨에게 전화하고 연락이 닿지 않자 7시 57분쯤 직접 영외에 있는 피해자의 숙소를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A씨 숙소 창문을 열어 인기척을 확인하려 했으나 인기척이 없자 경비실에 찾아가 여분의 열쇠가 있는지 물었고 "없다"는 답변에 주임원사와 함께 방범창을 뜯은 뒤 창문을 해체하고 숙소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는 "이후 B씨는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한 뒤 컴퓨터 책상에 있던 A4용지와 노트를 들고 집안을 수색하는 등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행동을 이어갔다"며 "황당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8전투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A씨 변사사건 수사와 별개로 B씨와 주임원사를 공공재물손괴, 공동주거침입, 주거수색으로 수사한 뒤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센터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계급이 하사와 준위로 차이가 많이 나는 데다 나이도 가해자가 28살이나 많다"면서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숙소에 홀로 방문하거나 먹을 것을 사주겠다며 집 근처에서 간 것이 최소 일곱 차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피해자에게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자주 보내고 전화도 걸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3~4월 초와 4월21일 두 번에 걸쳐 부대 상황실에서 피해자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의 강제추행을 했음을 자백했다"며 "실제 4월 21일부터 피해자가 가해자의 전화 연락을 피하는 수가 늘어난 점도 군사경찰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8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변사사건수사 결과에 강제추행 관련 사실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며 "변사자는 자재관리 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체계 불안정에 따른 업무 과다, 코로나19로 인해 민간보다 제한되고 통제되는 군대에서의 삶, 보직변경의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군본부 법무실과 8비 군검찰, 군사경찰이 작당해 거짓말을 둘러대며 유가족에게 강제추행 사실을 수사 과정에서 인지했음을 숨기고 사건을 축소, 은폐해 주거침입 등만 기소했다가 뒤늦게 슬그머니 강제추행 건을 입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는 "사망의 인과관계를 살펴 가해자를 엄히 처벌해야 할 것은 물론 아울러 사건 은폐와 축소를 모의해 온 수사 관련자 및 지휘계통에 대한 처벌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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