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아직도 제가 어떤 연기를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번 역할을 많이 좋아해주셔서 또 하나의 장점을 찾은 것 같아요."
지난 2011년 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한 정은지가 올해로 10년차가 됐다. tvN '응답하라 1997'로 성공적인 배우 데뷔를 알린 후 토종 OTT 티빙의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로 그 정점을 찍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정은지 [사진=IST엔터테인먼트] 2021.12.01 alice09@newspim.com |
"이번 작품을 정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더라고요. 주변에서도 SNS에 돌아다니는 클립 영상 링크를 많이 보내주고 있어요(웃음). 처음에 극중에서 지연(한선화)과 싸우는 장면을 보내는데 '이미지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큰일났다' 싶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많이 좋아해주셔서 안심했죠."
이번 작품은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 강지구(정은지), 한지연, 안소희(이선빈)의 이야기이다. OTT의 강점이기도 한 것이 바로 필터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은지가 앞서 설명했던 한선화와 광장에서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운 장면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장면을 촬영한 곳이 광장이었는데 제가 대사를 하는데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라고요. 재미있었어요(웃음). 솔직히 가까운 사람들한테 험한 말, 심한 말을 가끔씩 쓰잖아요. 작품 안에서는 지구고 지연이니까 편안하게 했죠. 약간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어요. 하하. 처음에 리허설 할 때 너무 센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순화가 안 된다면 최선을 다하자 싶었죠."
'술꾼도시여자들'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음주로 시작해 음주로 끝난다. 세 주인공은 서로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술을 마시고, 기쁨을 나누기 위해 술을 마신다. 특히 정은지가 맡은 강지구는 엄청난 주량을 자랑함과 동시에 흡연도 마다않는 캐릭터였다.
"왠지 모를 희열감이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걸그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벗어나는 행위들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저의 또 다른 도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거창한 도전은 아니지만, 카메라 앞에서 떨리더라고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두 번 하니까 또 적응이 빨리 됐는데 촬영하면서도 '이걸 보고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긴 했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정은지 [사진=IST엔터테인먼트] 2021.12.01 alice09@newspim.com |
극중 강지구는 내면의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인물로 그려졌다. 교사로 재직했던 지구는 제자 세진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교사를 그만두고 종이접기 유튜버로 전향한다. 상처들이 많았던 캐릭터지만 서사가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일단 대본이 다 탈고가 된 상태라 아니었던 상태라서 지구의 서사를 그리기 어려웠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했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죠. 지구가 사회성이 결여되고 폐쇄적인 캐릭터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너무 엄마가 그린 삶대로 살아온 것 같았어요. 세진이가 그 틀을 깨준 사람이기도 했고요. 세진이가 '거꾸로 태어난 사람은 거꾸로 걸어야 한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래서 그의 죽음을 계기로 엄마가 생각하는 정반대의 길로 걷는 것 같았어요."
배우가 작품에 들어갈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바로 '캐릭터 해석'이다. 정은지 역시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많은 작품에 참여하며 이와 같은 과정을 겪었다. 그리고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정말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했었어요. 저는 한 장면에 꽂히면 그 생각만 하느라 하루가 가더라고요. 만약 제가 맡은 캐릭터가 불편한 상황이면 왜 그렇게 됐는지, 이유가 뭔지 계속 생각하는데 그렇게 고민하는 과정이 또 재미있더라고요. 그전에는 막연하기만 하고, 전 이런 부분에선 노하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저만의 스타일인 것 같아요. 스스로 배운 거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정은지 [사진=IST엔터테인먼트] 2021.12.01 alice09@newspim.com |
정은지의 배우 생활은 첫 시작부터 강렬했다. 데뷔작이 '인생작품'이 될 정도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술도녀'로 인생작품을 경신했다. 인생작품으로 불리는 드라마 모두 부산 사투리에 음주 등 센 이미지가 더해졌지만 그는 "캐릭터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밝혔다.
"센 캐릭터를 주로 했다고 그런 이미지가 굳어질 거라는 걱정은 없어요. 지구를 연기했을 때 배운 게 정말 많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칭찬도 해주셨고요. 거기서 용기도 많이 얻었어요. '아,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고, 제 안에서 여러 표정이 나오는 걸 보니까 신기하더라고요. 아직 너무 재미있죠. 하하."
2012년에 첫 매체 연기를 했던 정은지. 이후에도 '크라임씬3',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언터처블' 등의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또 2019년에는 영화 '0.0MHz'에서 주연을 맡으며 스크린 데뷔도 했다.
"제가 배우로서 어떤 걸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응답하라'를 기점으로 시작은 했지만, '연기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다양한 작품을 병행하면서 딜레마가 왔었는데 연기에 대한 고민이 커지더라고요. 뭘 잘하는지 알아야 특기를 살릴 텐데, 확신이 서는 게 별로 없었죠. 그래서 공부하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또 이번에 지구 역할도 많이 좋아해주시는 걸 보고 또 하나의 장점을 찾은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