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혼소송 중에 장인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증거조사에서 "아내의 외도 사실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형사재판을 이혼소송화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8일 진행된 A(49) 씨의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3차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검찰 측 공소사실처럼 피고인이 폭력적인 성격이고 이혼소송을 취하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당일에 접근해서 살해했다는 등 단순한 동기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관련 증거를 제출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A 씨 측 변호인은 아내인 피해자로부터 이혼소장을 받은 뒤 정리해둔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피해자가 2012년쯤 고향 친구와 외도했으며 A 씨는 이 사실을 2016년 10월쯤 알게 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변호인은 "A 씨는 모든 걸 다 끝내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가족만은 지키고자 다시 가정을 꾸려 나가려고 노력했다"며 "피해자의 부정한 행위를 알고도 4년 정도 같이 살면서 새롭게 잘살아 보고자 집 리모델링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4년간 같이 살면서 A 씨는 집에 가거나 길에서 여관이 보이면 피해자가 외도했던 일이 떠올라 견디지 못해 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A 씨가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과 통화한 기록을 공개하며 피해자의 외도 사실을 가족들도 알고 있었으며 일방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리모델링 후 처가 식구와 모였을 때 A 씨의 장인이 피해자에게 욕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한 통화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검찰은 "A 씨는 피고인 조사 당시 '아내 외도 사실을 알았음에도 과거일로 묻어뒀기 때문에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고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외도를 주장하는 시점은 햇수로 5년이 지났다. 피해자도 외도 사실은 범행이랑 직접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외도 사실이 부각되는 건 형사재판을 이혼 소송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외도 사실은 재판에서 부각되는 것일 뿐 실제 가장 중요한 건 외도든 아니든 피고인의 성향에서 범행이 발생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2016년에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 아내가 집을 나가기까지 부부관계가 어땠느냐"고 물었으나 A 씨는 고개를 숙인 채 머뭇거리다가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고 대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2일 오후 2시30분을 공판기일로 지정했다. 피해자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이날 유족 대표로 나와 진술할 예정이다. 피해자의 큰 딸도 A 씨의 폭력성과 관련해 진술하기를 원했으나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 2004년 6월 혼인한 A씨는 아내에게 강하게 집착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 지난 5월부터 아내가 집을 나오면서 별거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 6월 가정법원에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지난 9월 3일 오후 2시쯤 피해자가 아버지와 자기 집에 옷을 가지러 온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 이혼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했고,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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