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력 없었다면 정치판 안 들어왔을 것"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내년 3·9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말을 못한다'는 자신의 이미지가 왜곡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모르는 것보다 왜곡된 모습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안 후보는 "전 대학교수 출신이다. 또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청춘콘서트 동영상이 다 있는데 그런 식으로 왜곡을 한다"고 토로했다.
안 후보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단독인터뷰에서 '말을 못한다'는 이미지와 다르게 자신의 비전과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2.15 kilroy023@newspim.com |
안 후보는 '대중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러워졌다'는 질문에 "오히려 반대"라고 답했다. 의사, 기업인, 대학교수 등을 거친 뒤 정계에 입문했으나, 초반에 많은 공격적인 발언들로 경직됐다는 것이다.
그는 "저는 원래 말을 하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편안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들어와서 공격을 받으며 방어적이고 경직됐다. 이에 지난 11월 1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할 때 여의도 정치의 옷을 벗고 '안철수의 옷'을 입겠다고 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안 후보는 약하다, 강단이 없다'는 이미지가 있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스타일과 거대 양당에 속하지 못하고 제3지대에 머무는 안 후보를 비판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결단력이 없고 약한 사람이 의사를 버리고 벤처기업을 설립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단력이 없는 사람이 잘 나가는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고 공부를 하러 유학을 떠날 수 있겠는가"라며 "잃을 것밖에 없는 정치판에 들어오는 건 결단력이 없는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 후보는 최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철수마켓' 프로젝트 홍보의 일환이다.
지난 14일 당근마켓 플랫폼에는 '찰스'라는 작성자 아이디로 '안철수를 팝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의 주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당 당사가 있는 곳이다.
그는 특히 자신이 안철수라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자신의 특기에 대해선 "의사 경력으로 사람 잘 고치고, 몸과 마음 모두 마라톤 완주 경험으로 체력 갑"이라며 "교수 경력으로 가르치는 것도 잘한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무엇을 팔겠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의뢰하는 것은 뭐든지'라고 썼다. 처음에 오픈하면 국민들께서 무엇을 부탁해야 할지 모르실까봐 아이 돌봄, 자영업자 전단지 배포, 여성 귀갓길 동행 세 가지 예시를 올려뒀다"라며 "그 중에 아이 돌봄을 의뢰하는 고객이 나타나서 아이를 돌봐주고 왔다"고 웃었다.
통상적으로 대선 후보들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역 순회, 간담회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은 국민들을 접촉한다. 자신을 알리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안 후보의 당근마켓 프로젝트는 여러 국민들을 만나는 데 한계가 있다.
안 후보는 이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물론 일반 국민들을 직접 도와드리는 의미도 있지만, 현장에서 제가 배우는 것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으로 맞벌이 부부가 아이 돌봄을 의뢰했다. 아이는 7살과 2살 둘이더라. 첫째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어머니가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더라"라며 "보통 맞벌이 부부를 보면 초등학교 전까지는 잘 버티는데, 초등학교를 가면 한 명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그러면 경력단절이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이어 "물론 대통령 후보로서 장기비전과 거대담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시급하고 소소한 부분들을 제대로 파악해 해결해주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니겠나"라며 "현장을 직접 찾아다녔기 때문에 전일제 초등학교라는 공약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뉴스핌과 단독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2.15 kilroy023@newspim.com |
한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아내인 김건희씨의 위조학력,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아들인 이동호씨가 불법 도박 의혹에 빠지는 등 거대 양당 후보들이 '가족 리스크'에 빠진 가운데 안철수 후보는 유일한 '깨끗한 후보'로 꼽힌다.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의과대학 출신으로 지난 7월부터 중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안 후보의 딸 안설희 박사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로미 아마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코로나19 관련 연구가 뉴욕타임스(NYT) 기사에 실리기도 했다.
안 후보는 자신이 당선돼도 김미경 교수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내인 질 바이든 여사처럼 학생들을 가르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저희는 맞벌이 부부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 없이 제가 당선이 되더라도 자신이 맡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그런 모델도 좋은 모델이지 않겠나"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