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메타버스에 사활...자체 플랫폼 개발 나서
시공간 제약 없는 메타버스, 해외 소비자 공략에 유리
연예인 찾기 게임 등 다양한 놀거리·볼거리 제공
[편집자]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면서 유통현장의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데 이어 최근에는 아예 가상현실(VR)이 새로운 공략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면접촉과 모임이 제한된 오프라인 매장 대신 가상공간으로 고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가상공간 내 놀거리, 볼거리를 마련하는가 하면 가상 상품(NFT)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2022년 범(汎) 유통업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가상공간이 새로운 상권으로 떠오르면서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 강호들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공략에 나섰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연동된 가상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기업은 현실과 가상세계 양쪽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새로운 차원의 상권이 생기는 셈이다.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점포가 생기고 시장이 형성되면 메타버스는 오프라인 상권 못지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에 유통기업들은 메타버스를 비대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미래 소비자인 MZ세대(1980∼2000년대생)에게 메타버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다. 제페토 등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메타버스에 입점해 아바타 의상과 패션 소품을 제공하거나 다양한 행사를 가상공간에서 진행한다. 롯데그룹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 자체 플랫폼 개발 나선 롯데그룹...내년 가상 백화점 1호점 개점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내년 상반기에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가상 백화점을 열 계획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전문업체들과 손잡고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으로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자체 메타버스에 세워질 가상 백화점에선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백화점에 진열된 제품을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옷이나 화장품을 가상 공간에서 입어보고 발라볼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유통기업은 제페토 같이 IT기업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했다. 롯데그룹은 직접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에 나섰다. 메타버스가 향후 강력한 소비 채널이 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롯데백화점은 공간 기획력과 마케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축적된 서비스 역량을 메타버스 영역에 녹일 계획이다.
[사진=롯데백화점] 심즈4에 세워진 롯데백화점 동탄점. |
가상공간을 구축하고 실제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4(The SIMS4)에 롯데백화점이 지난 10월 세워졌다. 글로벌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 손잡고 게임 속 가상 공간에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만들었다. 개점에 앞서 백화점 내부를 게임 이용자들이 직접 꾸밀 수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꾸민 심즈 내 백화점을 활용해 자체 웹예능도 제작해 유튜브에서 공개했다.
신지한 롯데백화점 MZ마케팅팀 팀장은 "많은 유통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자사 브랜드를 접목하는 트랜드에 발맞춰 전 세계인이 즐기는 심즈4와 협업해 백화점 열었다"며 "MZ세대가 열광하는 웹 예능으로 백화점의 다양한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롯데홈쇼핑, AR·VR 등 메타버스 콘텐츠 강화...메타버스 전담팀 확대
롯데그룹은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가상인간 루시가 대표적이다. 유통기업 중 최초로 가상모델을 '루시'를 개발해 홍보모델로 내세웠다. 루시에 인공지능 기반 음성 표현 기술을 적용하는 등 실제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쇼호스트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모바일 신규 서비스 추진 태스크포스트(TF)팀을 메타버스 전담팀으로 구성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루시나 다른 쇼호스트와 소통하는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메타버스 구축과 가상모델 루시 등 신규 서비스 추진을 보다 가속화 할 계획이다"며 "스타트업을 비롯해 그룹내 계열사 등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사장단 회의(VCM)에서 메타버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주요 계열사도 메타버스를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메타버스 기업 비전브이알을 인수했다. 가상현실(VR) 영상에서 사용자의 시선과 행동에 따라 주위 인물의 행동과 상황이 변하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 현대·신라면세점 가상 스토어 선보여...개점 한달 반만에 중국인 등 1100만명 이상 방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가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Z세대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제페토에 매장을 지난달 열었다. 제페토의 이용자는 이달 기준 2억명이 넘는데 이 중 약 80%가 청소년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무역센터점 3주년 기념 이벤트를 지난달 5일까지 진행했다. 회사에 공식 모델인 정해인과 윤아를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찾으면 아이폰13과 명품 화장품 등을 경품으로 걸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메타버스 공간의 방문자 수는 23일 기준으로 110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현대백화점면세점] 신수용 기자 = 2021.12.23 aaa22@newspim.com |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메타버스는 해외 소비자 공략에도 효율적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등 전세계 해외 고객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8월 로레알 그룹과 손잡고 화장품 브랜드 랑콤'(LANCOME)의 가상 팝업스토어를 2주간 운영했다. 가상 공간에서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라인터넷면세점을 통해 모바일이나 PC로 매장에서 있는 것과 비슷한 쇼핑 환경을 구현했다. 제품을 클릭하면 신라인터넷면세점 구매 페이지로 바로 연결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앞으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고 다양한 브랜드와 온라인에서 고객 경험을 높일 수 있는 협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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