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일원화 취지에 맞는 법관 선발 시스템 도입해야"
"인식 개선, 안정적 업무환경 등 현실적 변화도 필요"
[편집자] 법조일원화의 골간인 판사 임용의 법조 최소 경력 7년 적용이 3년 유예됐다. 법조일원화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현실적인 문제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법조일원화의 논란 배경과 원인 등을 짚어보고 법조계에서 바라보는 대안 및 해법 등을 분석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장현석 이성화 기자 = '법조일원화' 도입 10년. 국회는 최근 법원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 최소 경력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하다. 사법부는 현재 경력 법조인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체 법관 수 감소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는 제도 안착을 위해선 경력 법관의 처우 개선 등 현실적 문제를 비롯해 법관 선발 시스템이라는 법원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조일원화가 도입 전까진 즉시임용제도가 운영됐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성적에 따라 곧바로 판사로 선발하는 시스템이다. 법원은 즉시임용제도로 인해 엘리트주의가 만연하고, 사회 경험이 없는 신규 법조인이 선배 법관의 의견에 종속된 채 실생활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법조일원화는 법원 내부 문화에 길들여지지 않은 중견 법조인을 판사로 임명함으로써 법원의 관료주의, 서열주의, 순혈주의 등이 깨질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김명수 대법원장이 10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1.10.05 photo@newspim.com |
하지만 기대와 달리 법조일원화는 도입 10년에도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무엇보다 현재 사법부는 우수한 경력의 법조인이 판사 지원을 하지 않아 선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지원 부족' 현실적 문제 해결은 법관 선발 시스템 개선
이와 같은 경력 법관 지원 부족은 법조일원화가 논의된 시점부터 줄곧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10년 이상 일하다 자리를 잡은 법조인이 판결문 초안을 쓰는 등 법관이란 자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고자 하겠느냐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의 관료화를 불식시키고 경험과 전문성을 살리려는 원래 취지를 살려 나가려면 더 많은 법조인들이 지원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처우뿐만 아니라 경력 법조인과 기존 법관 사이의 교육 문제, 전보 등 현실적인 요인 때문에 지원을 포기하는 변호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진정한 법조일원화 취지에 맞는 법관 선발 시스템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에서도 3년을 유예하면서 약속했던 것이 인사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법조일원화의 가장 큰 목표가 법관의 다양성 확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관들을 제대로 평가해서 그 중 우수한 사람이 법관이 될 수 있도록 일정한 선발기준을 개발하고 정착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기시험 등 현행 법관 선발 절차에 대해서도 "필기시험은 법관이 가지는 기초적 지식을 측정하는 수준에서 멈춰야 하고 시험에 의존하는 전형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지원자가 근래에 수행했던 자랑할 만한 사건이 평가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선발기준에 따라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의사소통능력이나 가치관, 윤리관을 가진 사람을 선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도 "법원은 법조일원화 체제에 맞춘 새로운 임용제도 개선에 대한 노력 없이 여전히 기존 시험 제도만 유지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법조경력을 반영해 법원과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법관을 선발할 수 있는 임용방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가 8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법조일원화 무력화 법원조직법 개악안 본회의 처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08.30 kilroy023@newspim.com |
◆ "법관에 대한 인식 개선, 안정적인 업무환경도 필요"
일각에선 법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경력 법조인들의 더 많은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영신 법무법인 제현 변호사는 "독일이나 미국에서의 법관은 우리나라처럼 언제든 법복을 벗고 나와 돈벌이를 할 수 없게 돼 있고 사법 정의의 최후 보루라는 인식이 있다"며 "굉장히 명예직이고 그만큼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존경받는 직업으로 변호사 내에서도 평판 좋고 실적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이 돼야 (경력 법관으로) 가는 것인데 지금처럼 연수원이나 로스쿨 성적, 인맥 등으로 법관이 되는 구조에서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법관도) 명예 종신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조 최소경력이 10년으로 늘어나면 경력 법관 임용에 있어 학연·지연·혈연 문제나 대형 로펌 밀어주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한상희 교수는 "현재 법관 능력을 판단하는 제대로 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재판연구관이나 대형 로펌 출신은 똑똑하겠지'라는 편견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법관 보수나 업무 환경 등 대우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법관제도를 강화해 전국 단위로 인사이동하는 문제를 보완하는 등 안정성을 부여하는 시스템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