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호불호는 예상했죠. 그래도 현실의 범주 안에서는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SF장르 발전 가능성을 열어줬고,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고 생각해요."
한국형 SF장르가 탄생했다. 넷플릭스에서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최항용 감독의 '고요의 바다'를 장편으로 선보였다.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인류 생존의 단서를 찾아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공유는 우주항공국의 최연소 탐사 대장 한윤재 역을 맡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 2022.01.03 alice09@newspim.com |
"이번 작품은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어요. 무거운 우주복을 입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부딪히는 액션 장면을 소화하려니 힘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결과물이 정말 만족스러워요. 한국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주 SF 드라마의 첫 걸음치고는 꽤 훌륭했다고 믿고요."
이 작품은 물이 부족한 미래를 배경으로 특수임무를 받고 달로 간 우주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 기후변화, 부족한 자원으로 인한 경쟁, 계급신분에서 오는 갈등, 연구윤리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녹여냈다. 공유는 이 작품을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하나의 인문학 작품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고요의 바다'가 공상과학물이지만, 저한테는 인문학적 작품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고요. 작품을 찍으면서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인의 신념과 소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불특정 다수가 맞다 하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다니기보단, 개인이 확실한 철학과 신념을 갖고 할 말이 있을 때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작품은 배우 공유에게 많은 고민을 던졌다. '고요의 바다'는 '파괴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인간을 희생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 편리한 생활을 위해 인류가 만든 기술과 과학의 발달은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악순환을 이번 작품은 이야기한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 2022.01.03 alice09@newspim.com |
"아이러니하게도 기술과 과학의 발달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건 인류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금단의 열매가 될 수도 있죠. 양면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희망이고 미래일 수 있지만, 금단의 열매일 수도 있다는 모호한 지점이 이 작품이 가진 아주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했죠."
한국형 SF장르가 탄생했다는 것으로 인해 '고요의 바다'는 공개 직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하지만 공개 직후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기도 했다. 느린 전개속도에 서서히 긴장감을 높이는 방식이 지루함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작품에 접근하는 관점이 많을 거라고 예상은 했죠. 광활한 우주의 모습과 다이내믹한 모습을 기대하셨던 분들은 부정적으로 보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과학적인 고증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고요의 바다'는 애초에 다이내믹한 작품이 아니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현실의 범주 안에서는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분명히 저희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SF 장르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줬고,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 생각하고요. 다른 제작진이 이 작품이 초석이 돼 노하우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 생각해서 자부심을 느껴요. 어떻게 보면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 SF 장르에 있어서 훌륭한 시도이자,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고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공유 [사진=넷플릭스] 2022.01.03 alice09@newspim.com |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후 이틀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4위로 상승한 후, 다음 날인 27일엔 3위에 올랐다. 단편 영화를 장편으로 바꾸면서 원작보다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예고했다. 공유 역시 "단편보다 CG 퀄리티가 높아져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원작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작품이나 스크린에서 감동을 받고, 이미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서있었거든요(웃음). 그리고 이 분과 함께라면 계속 파이팅하며 갈 수 있겠다 싶었고요. 넷플릭스를 만나서 드라마 속 설정에서 지구의 모습, 한국의 모습, 이런 부분과 달의 모습이 교차적으로 나올 수 있게 돼서 좋았다 생각해요. 또 원작보다 CG 퀄리티가 높아져서 장르적으로 볼거리나 오락적인 부분이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공유는 '고요의 바다' 이전에도 넷플릭스와 함께 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신드롬을 만들어낸 전작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이정재를 게임에 끌어들이는 '딱지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2의 제작이 확정된 만큼, 출연에 대한 기대 여부가 높아졌다.
"시즌2를 한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될까요? 황동혁 감독이 아직 아무런 얘기를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저는 언제나처럼 친분 관계없이 시나리오 하나만 보고 판단할 거예요. 하하. 올해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오징어게임'을 도와드린다고 우정 출연한 것과 '고요의 바다'에 출연한 거예요. 오히려 제가 더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네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