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서 폭행 일부 인정, 불법 촬영은 부인
담당 판사 "나도 음악 좋아한다. 좋은 곡 많이 만들어라"
피해자 유족 측 "부적절한 발언" 분통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교제하던 여성을 폭행하고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겸 작곡가 정바비(42·본명 정대욱) 씨의 재판에서 담당 판사가 "좋은 곡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말해 피해자 유족의 반발을 샀다. 유족은 "성범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좋은 곡 많이 만들라'고 말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단독6부(김성대 부장판사)는 1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등),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 씨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정 씨는 2019년 7월 30일 가수 지망생이이자 연인이던 A 씨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정 씨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다 2020년 4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정 씨는 2020년 7월 12일부터 같은해 9월 24일까지 또다른 피해자인 B 씨를 수차례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정 씨는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방청석에는 A 씨의 유족과 B 씨의 가족이 앉아있었다.
정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동영상 촬영 자체는 인정하나 모두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 B 씨의 뺨을 때리고 오른팔을 잡아당기는 것은 사실이나 나머지 공소사실은 전부 부인한다"고 말했다.
가수 겸 작곡가 정바비. 2022.01.12 filter@newspim.com [사진출처=정바비 블로그] |
재판이 끝나갈 무렵 담당 판사는 정 씨의 직업에 대해서 물었다. 판사가 "피고인은 작곡자라 했는데 케이팝 작곡가냐, 어떤 작곡가냐"고 묻자 정 씨는 "대중음악"이라며 "활동은 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했고, 케이팝 작업도 일부 하기는 했다"고 답했다.
판사가 "혹시 우리가 알만한 대표곡이 있느냐"고 다시 묻자 정 씨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의 대답에 판사는 "나도 음악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 물어봤다"며 "좋은 곡 많이 만들라"고 했다.
판사의 황당한 질문에 피해자 유족 측은 "부적절한 질문"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A 씨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가 성범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좋은 곡 많이 만들라'고 말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더라도 공소 사실과 관계없는 질문을 던진 것은 이례적이고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정 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3월 23일 오후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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