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설경구가 '킹메이커'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대쪽같은 정치인을 연기하며 또 한번 영역을 확장했다. 정의롭고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또 한켠 한없이 인간다운 인물을 빚어냈다.
설경구는 18일 '킹메이커' 개봉 기념 온라인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를 통해 전작 '불한당'에 이어 변성현 감독과 작업한 소감을 얘기했다. 이선균, 조우진, 김성오 등 다양한 후배들과 함께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쉽지 않았던 과제를 마무리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킹메이커'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2022.01.18 jyyang@newspim.com |
"전작 '자산어보'의 정약전도 실존인물이긴 했지만 동생 정약용에 비해서는 많이 안알려진 인물이어서 저와 작가, 감독님의 운신의 폭이 좀 넓었죠. 김운범은 다들 아시겠지만 DJ가 모티브가 된 인물이어서 근대, 또 현대사와 얽혀있는 인물이고 솔직히 피하고 싶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이름까지 김대중이어서 이름을 좀 바꿔달라고 부담감을 피력한 바도 있죠. 하하. 이름을 바꾸니 부담을 조금 덜긴 했지만 편하지는 않아요. 과연 어떻게 보실까 궁금해요."
설경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참모의 이야기를 다룬 '킹메이커'에서 주인공 김운범을 연기했다. 자연히 실존 인물과의 비교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모사를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면서 최대한 자신의 색깔로 풀어내려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모사를 하려고 한들 그게 비슷해 보일까 싶었어요. 목포 사투리 같은 경우도 꽤 공부를 했는데 대사 연습하고 리딩하고 이 정도면 됐으니까 걷어내는 작업을 오히려 했던 기억이 나요. 똑같이 하려고 하기보다 제 식으로 하려고 했고, 그럼에도 연상이 되는 부분은 있죠. 그런 접점들을 모아서 가져가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 작품은 '불한당' 때 1+1으로 받은 책이었는데 당시엔 정치 얘기고, 불한당에 집중하느라 눈에도 안들어왔어요. 변 감독이 하자고 해서 '조용히 하고 일단 이거 찍자'고 피했죠."
그럼에도 설경구는 결국 '킹메이커'에 합류했다. 그 이유의 팔할은 변성현 감독이다. '불한당' 때 느꼈던 새로움과 궁금함이 또 그를 택하게 했다. 설경구는 "촬영장 가는 게 궁금할 정도로 재밌었다"고 '불한당' 촬영장과 당시 팀원들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자연히 그때의 스태프들이 모두 모여 '킹메이커'의 팀을 이루게 됐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킹메이커'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2022.01.18 jyyang@newspim.com |
"불한당 팀에서 굉장히 새로운 합을 느꼈었어요. 이 팀이랑 킹메이커를 같이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 모두가 그대로 같이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죠.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하면서 신뢰가 많이 쌓인 느낌이에요. 구체적으로 수락을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이걸 하고 있었죠. 하하. 그게 변 감독에 대한 믿음 같아요. 그 사람 영화를 좋아하고 궁금해하죠. '킹메이커'도 역사적인 배경은 사실과 똑같은데 그 뒷이야기들을 어떻게 다뤘을까. 인터넷 다 뒤져보면 나오는 알려진 사실과 엮어서 어떻게 만들까 궁금함을 자극했죠."
설경구가 연기한 김운범은 굉장히 소탈하고 리더십 강하고 카리스마도 있고 어떻게 보면 모든 걸 가진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단순히 좋은 단어의 말들이 캐릭터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극중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서창대를 쓰는 김운범의 마음을 짚었다.
"좋기만 한 수식어들이 김운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했죠. 오히려 한 인간으로서 김운범을 바라보려 했고 대선후보 되고 나서도 서창대와 친근하게 지내다가도 '자네 준비됐는가'하고 물을 땐 다시 정치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요. 큰 모습의 김운범보다는 한 인간에게 집중했어요. 저는 김운범도 한 인간이기 때문에 서창대를 썼다고 보는 거죠. 또 작은 선거에선 가능했지만 판이 커지면서 둘이 헤어지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대쪽같으면서도 한없이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느낌이죠."
설경구는 이번에 함께 호흡한 서창대 역의 이선균을 "집요하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더라"면서 부러웠던 마음을 고백했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선거판을 다룬 영화 속에선 극중 인물들의 스타일과 옷차림도 꽤나 이목을 끈다. 그는 "배바지를 입어야 해서 불편해 혼났다"면서 웃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킹메이커'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2022.01.18 jyyang@newspim.com |
"저는 감독님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이선균씨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더라고요. 그걸 못하는 성격이라 부러웠죠. 한 3일을 방을 잡아놓고 이야기를 할 정도니까요. 전 세시간도 못해요. 하하. 의상은 주는 대로 입는 사람인데 이번엔 60년대 말, 70년대로 시대가 졍해져있어서 사진으로 참고를 할 수 있었어요. 토는 전혀 달지 않았죠. 자료가 분명히 있고 대표적으로 배바지, 허리 라인을 배꼽까지 올려서 입는 식이에요. 이렇게 내리면 어느샌가 와서 도로 올려주고. 너무 불편했지만 70년대인데 불한당 같이 입을 수는 없잖아요.(웃음)"
'킹메이커'를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을 '연설신'으로 꼽은 설경구는 차기작 넷플릭스 '길복순'에서 다시 한 번 변성현 감독의 손을 잡았다. 그는 "제 나이대 역할 있으면 꼭 부르라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변성현 감독이 새롭게 꺼내드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궁금하다는 설경구는 이변이 없다면, 그가 가는 길을 함께 걸을 생각이다.
"연설을 연습할 장소가 없어요. 막 질러야 하기도 하고 상당히 선동적이고 호소력도 있어야 하잖아요. 지금 국회의원 선거와도 달라요. 자료를 보면 특히 대선 같은 경우는 진짜 100만 인파 앞에서 해요. 80년대만 해도 그랬죠. 그런 기억들을 좀 되살려보려 했어요. 연습이 어려우니 속으로만 투혼을 펼치다가 촬영장에서 그냥 해버리는 거예요. 연설 장면 두번 영화로 봤는데도 쑥스럽더라고요. 지금 변 감독과 '길복순'을 같이 하고 있고 늘 궁금한 감독이에요. 구상하는 작품들이 다 성격들이 달라서 재밌죠. 끊임없이 새로운, 다른 소재를 파는 사람 같아서 날로 궁금증이 더해져요. 아마 변 감독이 저를 버리지 않는 한 또 신선한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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