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매장에 피해 사실 담은 메일 전송…해당 상사는 '무혐의' 종결
1·2심 벌금 30만원 선고…대법 "주된 동기는 공공의 이익 위한 것"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직장 상사로부터 받은 성희롱 피해 사실을 담은 이메일을 전국 매장에 보냈다가 명예훼손죄로 재판에 넘겨진 KFC 전 직원이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파기·환송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으로선 자신의 성희롱 피해 사례를 곧바로 알리거나 문제 삼을 경우 직장 내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한 2차 피해 두려움을 가질 수 있었다"며 "퇴사를 계기로 이 사건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이메일은 피고인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에 관한 것으로 회사조직과 구성원들의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며 "주된 동기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령 피고인에게 전보 인사에 대한 불만 등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다고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범죄의 증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14년 8월27일 에스알에스코리아 주식회사(KFC)에 입사해 마케팅팀 사원으로 근무했다.
A 씨의 채용 및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했던 B 씨는 2014년 10월경 퇴근 후 술자리에서 테이블 아래로 A 씨의 손을 잡거나, 술자리 끝 무렵 약 12회 걸쳐 '오늘 같이 가요', '왜 전화 안 하니' 등의 문자를 보냈다.
이후 A 씨는 2016년 3월 둔촌동 매장으로 발령을 받자 다음 달인 4월 사직 의사를 밝히고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란 제목의 글을 전국 208개 매장 대표 및 본사 직원 80여명에게 메일로 보냈다. 해당 이메일에는 B 씨로부터 받은 성희롱 피해 사실이 담겼다.
B 씨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다른 팀으로 전보 발령이 났고, A 씨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됐다.
1·2심은 A 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른 매장으로 인사발령을 받게 된 이유는 낮은 인사고과로 인한 이유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피해자의 성희롱으로 인해 불이익한 인사발령을 받고 이로 인해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게 했다"며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의 내용과 성질이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왔다"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은 원심판단에 정보통신망법상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