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성명서, 시위 등 충돌 우려해 일정 연기"
일본·대만·핀란드 등 해외는 의료데이터 개방 활성화
시민단체 "보험사의 의료데이터 활용, 공익성 낮다"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또다시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심의위)를 2주 연기했다. 의료계·시민단체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 의료데이터 활용은 지난해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통과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건보공단의 눈치보기에 보험업계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 "시민단체 성명·시위 부담"…심의위 또다시 2주 연기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전날 오후 예정한 심의위를 3시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심의위는 한화생명의 건강보험 자료 제공 요청건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취소사유는 의료계·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여론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양대 노조, 여러 시민단체 등이 많은 성명서를 주말 사이에 발표했고 심의위 개최에 맞춰 시위도 예정했다"라며 "심의위원들과 논의한 끝에 갑작스럽게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국민건강보험] 204mkh@newspim.com |
당초 심의위는 지난 11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당시에는 연구계획서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주를 연기했었다. 이번에 다시 2주를 미루면서 심의는 오는 2월 9일 열릴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9월 한화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교보생명·현대해상·KB생명의 건강보험 자료제공 요청 6건을 미승인했다. 보험사들이 제출한 연구계획이 제시한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심의위는 학계·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권고했다.
이중 한화생명이 지난해 말 다시 건강보험 자료 제공을 신청했다. 한화생명은 심의위 권고를 반영해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를 획득하고 대학 연구진과 협업하는 등 연구계획서를 대폭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보험업계는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 심의결과에 따라 준비할 계획인데 계속 연기 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차라리 심의위를 열고 어떤 부분을 보완할 지 짚어주는게 낫지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보험사 "데이터3법 도입 취지 살려야" vs 시민단체 "공익성 떨어져"
보험업계는 공공 의료데이터 개방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새 먹거리 사업으로 각광받는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 확보가 필수다. 지금까지는 국내와 환경이 다른 일본·호주 등 해외 의료데이터를 받아 상품개발에 반영해왔다.
업계는 공공 의료데이터 확보를 통해 유전병·난임·심장질환 등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새로운 상품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해 일본·대만·핀란드 등은 이미 의료데이터를 민간 제약·보험사 등에 개방해 신사업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해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서 비식별화된 공공 의료데이터 활용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 지난 2020년 금융당국은 통계작성·연구·기록보존 목적일 경우 공공 의료데이터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또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데이터 제공을 승인했다.
결국 보험업계가 의료계·시민단체의 반대여론을 돌릴 수 있을 만큼 공익성을 증명해보이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반대 측에서는 보험업계가 의료데이터를 금융데이터와 결합해 특정 보험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조정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변혜진 연구위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국민 개개인의 동의없이 건강보험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것은 그것에 부합할 만한 공익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보험사 연구 결과에 대한 사회적 형평성, 공익적인 활용도까지 고려해서 심의 절차를 밟아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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