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육우협 "이달 중순 상경집회...납품 중단도 불사"
11년 전에도 원유 납품 중단 사태...우유 대란 우려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정부의 우유 원유(原乳) 가격 개편작업에 반발한 낙농가가 '원유 납품 거부' 투쟁을 선언하면서 서울우유, 매일우유, 남양유업 등 주요 유업체들이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우유 원재료인 원유 납품이 중단되면 유통·외식업계 전반에 '우유 대란'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수입우유, 대체우유 등 국산 우유의 대체품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유 원유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낙농가 줄다리기에...유업체들 전전긍긍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이달 중순쯤 서울 도심에서 원유 가격 결정제 개편에 반대하는 투쟁 집회를 열 계획이다. 각 도 단위 집회도 준비 중이다. 정부의 우유 원유 가격 개편 움직임에 반발한 것이다. 심지어 원유 공급 중단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서면서 유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와 낙농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 납품 중단까지 거론되자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업체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낙농가가 원유 납품을 중단할 경우 당장 우유 가공 및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08.02 romeok@newspim.com |
원유 특성상 제때 가공 및 소비하지 않으면 쉽게 상해버리는 등 장기간 보관이 어렵고 업체마다 비축량이 한정돼 있다. 낙농업체가 원유를 공급하면 유가공업체는 이를 가공해 빠르면 다음날 마트에 흰 우유를 제공하는 식이다.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사실상 마트, 식당, 카페 등 유통·외식업계 전반에 우유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던 유업체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인 셈이다. 우리 국민의 1인당 흰 우유(백색 시유) 소비량은 2018년 27㎏, 2019년 26.7㎏, 2020년 26.3㎏로 지속 감소했다.
반면 원유 가격은ℓ당 957원으로 미국(491원)과 유럽(470원) 대비 높다. 이 때문에 우유류 수입, 대체우유 시장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멸균우유 수입량은 2만여t으로 2020년 대비 80% 증가했다. 국내 대체 우유 시장도 2016년 83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431억원 규모로 5배가량 성장하는 추세다.
◆11년 전에도 원유 납품 중단 사태...우유대란 가능성은?
정부는 우유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현행 원유 가격 연동제(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 가격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용도별 차등 가격제는 원유를 흰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로 이원화해 가격을 차등적용하는 것이다. 국내 유제품이 수입산과 가격경쟁에 뒤처지는 점을 감안해 가공유 가격은 비교적 낮게 책정해 부담을 줄이고 용도별 물량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생산자 비중이 절반 가량인 현행 이사회에 정부, 학계, 소비자단체 등을 포함해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안이다. 우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고 원유 가격은 계속 상승하면서 국산 우유의 경쟁력 하락이 떨어지자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나선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2021.10.01 mironj19@newspim.com |
그러나 낙농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개편 작업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설 연휴 이후 원유 공급 중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정부가 제시한 수정안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낙농가에 원유연동제 사수는 생존권"이라며 "이달 중순 서울 도심 집회를 준비하고 있고 낙농가 입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원유 납품 거부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원유 납품 중단 및 우유대란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낙농가는 앞서 2011년에도 원유 납품 중단을 진행한 바 있다. 유업체와 원유 가격 협상이 결렬되자 대규모 상경집회를 벌이는 등 강경투쟁에 나섰던 것이다.당시 낙농가가 하루 동안 원유 납품을 중단하자 마트, 편의점 등에 공급되는 우유 물량이 일부 줄었지만 다음날 바로 납품을 재개하면서 우유 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유대란에 따른 혼란과 피해보상 등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 납품이 중단되면 낙농업체와 유업체 모두 막대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납품 중단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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