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인옥 사회부장 = "알고도 그랬으면 무책임한거고, 몰랐으면 무능이다"
1994년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내년이며 서른살을 맞는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30세를 가리켜 자신이 나아갈 길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세운다는 뜻으로 '이립(而立)'으로 썼다.
사람의 정도(正道)와 같을 수는 없지만, 서른을 앞둔 수능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발걸음을 뗀 어린아이 같아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난이도 논란부터 출제오류에 미숙한 대응까지. 마치 종합 선물세트같다
박인옥 사회부장 |
이 때문에 교육당국과 출제위원회에 대한 불신감과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알고 그랬으면 무책임, 몰랐으면 무능"이라는 지적이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특히 수능 도입 이후 문·이과 통합 체제로 변환된 수능 때문에 지난해 수험생은 큰 혼란을 겪었다. 국어·수학영역이 '공통과목+선택과목' 형태로 출제되면서 최종 성적을 산출하는데 문제가 생길수 있었지만, 교육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문·이과 통합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좋은 정책이라고 부추길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를 마쳤는가에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험생이 어느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점수차를 줄이기 위해 '조정점수'제를 도입했지만, 정작 수험생들은 본인이 선택한 과목에 대한 유불리 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예컨데 수학 선택과목인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확률과통계 보다 1~2점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것으로 입시업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수능 중심의 정시 모집에서 1~2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차이로 보인다.
선택과목별 응시자 집단의 점수도 공개되지 않는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수험생들은 입시전문업체에서 제공하는 '점수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대입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는 평가원 논리에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따른 '교차지원'도 논란거리다. 계열별 구분을 없애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촘촘하지 못한 제도 탓에 혼란만 키운 꼴이 됐다. 이 문제 역시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있었다. 수학 점수가 높은 이과 수험생들이 인문계열에 지원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대학 정시 경쟁률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인문계열의 경쟁률은 전년에 비해 0.6%P 상승했지만, 자연계열은 0.05%P 상승하는 것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이과 계열 수험생이 교차지원을 했다는 분석이다.
얼마 전부터 1차 합격자 나왔고 현재에도 추가로 합격자가 발표되고 있다. 수능에서 본인이 기대한 성적으로 거두지 못한 문과생들은 재수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재수에 반수에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는 셈이다.
수능과 관련한 공약을 발표한 대선 후보들은 없다. 지난해 수능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사람 역시 없다.
결국 예측이 빗나간 교육정책으로 일부 수험생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안게 됐다. 먼 앞날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계획을 백년지계(百年之計)라고 한다.
백년지계라는 교육정책을 대표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자성어이다. 올해에도 수능은 진행된다. 올해에도 교육당국과 출제위원회에 학생과 학부모 등을 비롯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조만간 교육부가 수능 문제 오류 관련 개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책임감'이 30년을 앞둔 수능 대책에 녹아있기를 기대해 본다.
pio12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