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병 6000원 시대 오나...주류업계 인상 고심
코로나 타격 큰 데 가격 인상?...유흥시장 반발 예상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서민 술로 대표되는 소주·맥주값 인상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소주의 주 원료인 주정 가격이 10년 만에 인상된 데다 맥주에는 인상된 주세 적용이 예정돼 있어서다. 여기에 병뚜껑, 공병 보증금 등이 함께 오르면서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조치 여파로 주점 1만여곳이 문을 닫는 등 주점 등 외식업 타격이 심화되고 있어 인상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주점, 유흥업소 등은 주류업체들이 과도한 가격 인상을 시도할 경우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주정·뚜껑값에 주세도 올라...'서민 술' 소주·맥주 인상 조짐
1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주류업체에 주정을 납품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 4일 주정가격을 평균 7.8% 인상했다. 주정은 드럼(200L) 36만3743원에서 39만 1527원으로 7.6%인상했고 면세 주정은 35만1203원에서 37만 8987원으로 7.9% 올렸다. 이미
소주 병뚜껑 가격도 올랐다. 삼화왕관과 세왕금속 등 병뚜껑 업체들은 지난 1일 소주 병뚜껑 공급가를 평균 16% 인상했다. 환경부도 이달부터 주류 업체가 공병을 회수할 때 도·소매상에 주는 취급수수료를 병당 2원씩 올렸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지 이틀째인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주점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11.25 pangbin@newspim.com |
맥주 가격도 흔들리고 있다. 오는 4월부터 맥주에 2.49% 인상된 주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주세 인상분만큼 주류업체들의 맥주 마진율은 줄게 된다. 주류업체들이 제품 가격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주정 가격뿐만 아니라 병뚜껑, 공병 가격 등이 연이어 오르면서 업계에서는 주요 소주·맥주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막걸리를 비롯해 주류가격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국순당은 지난해 12월 '국순당막걸리 쌀막걸리'(750㎖) 공급가를 1040원에서 1300원으로 25% 인상했고 지평주조도 '지평 생막걸리 쌀막걸리' 2종 가격을 최고 21.1% 올렸다. 칭따오를 수입·판매하는 비어케이는 최근 주류 도매사에 칭따오 맥주의 공급 가격을 오는 16일부터 세전 기준 7~12%가량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코로나 타격에 주점 1만여곳 문 닫았는데..."과도한 인상 시 저항운동" 엄포도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는 등 대형 주류업체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모두 "가격 인상 요인은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주류시장이 침체된데다 대표적인 '서민 술'인 소주·맥주의 경우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점, 호프집 등은 영업시간 제한과 모임제한 등 방역조치에 따른 타격을 크게 입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 1만4619곳이었던 간이주점은 2년 후인 지난해 1만924곳으로 25.3%(-3695)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호프전문점도 2019년 11월 3만3423곳에서 전년 동기 2만6729곳으로 11%(-6674) 감소했다. 최근 2년 사이 간이주점과 호프전문점 1만여 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주류업체가 소주, 맥주 공급가를 인상하면 식당, 주점 등의 소비자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기존 주류업체의 공급가 인상 시 식당, 주점들은 인건비 등을 더해 병당 1000원 단위로 가격을 해왔기 때문이다. 기존 4000~5000원 수준이던 소주·맥주 1병당 가격은 향후 6000원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비용절감, 효율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원가인상분을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며 "4월부터 주세 인상이 적용되는 맥주의 경우 다음 달 중순 이후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주점업계는 소주, 맥주 등 주류 가격 인상 조짐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녁 9시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평소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주류 가격이 오르면 기존 손님들의 발길까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호석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영업시간 제한으로 주점, 업소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주류 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은 어려운 영업 환경을 더 어렵게 만드는 처사"라며 "주류업계가 과도한 가격 인상을 시도할 경우 강력한 저항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