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난쟁이들'이 발칙한 동화 각색과 쉴 틈 없는 웃음으로 코로나에 지친 관객들을 찾아간다.
'난쟁이들'이 현재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백설공주와 난쟁이들,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 친숙한 동화속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뮤지컬은 '어른이 뮤지컬'로 불린다. 기세중, 최민우, 조풍래, 류제윤, 황두현, 조윤영, 정우연, 문진아, 한보라 등 대학로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 속 도발적인 유머와 B급 감성으로 무장한 대사들은 시시각각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2 뮤지컬 '난쟁이들' 공연 장면 [사진=(주)랑] 2022.02.21 jyyang@newspim.com |
◆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웃음 보따리…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
'난쟁이들'은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의 결말 후 이야기를 담은 어른들의 동화다. 난쟁이들이 모여 사는 광산을 떠나 공주를 만나고 왕자가 되고자 하는 찰리(최민우)는 마녀에게 보석을 가져다 주고 마법을 걸어달라 요구한다. 그와 동행한 빅(황두현)은 백설공주 속 일곱번째 난쟁이가 늙어버린 모습이다. 각자 공주를 만나 팔자 한번 고쳐보겠다는 위험한 욕망에 휩싸인 이들을 맞이한 건 동화 속에서와는 완전히 달라져버린 속세에 찌든 공주들이다.
최민우가 연기한 찰리는 공주를 만나 왕자가 되겠다는, 역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꾸는 철없는 난쟁이다. 등장부터 무릎걸음으로 무대를 누비는 난쟁이 모사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녀의 마법으로 9등신이 됐다지만 딱히 그래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땀을 뻘뻘 흘리고 무대를 기고 달리고 구르는 그는 때로는 진심으로, 또 기가 막힌 너스레와 애드립으로 무대를 쥐락펴락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2 뮤지컬 '난쟁이들' 공연 장면 [사진=(주)랑] 2022.02.21 jyyang@newspim.com |
황두현은 빅 역을 맡아 백설공주를 향한 진심을 전하려 한다. 하지만 백설공주(문진아)는 남성적 매력이 없는 왕자에게 지쳐 세속적인 욕망으로 가득찬 인물. 공교롭게도 마법을 통해 그가 원하는 모든 걸 갖추게 된 빅은 1+1로 함께 다녀야 하는 찰리를 곤경에 처하게 한다. 유일한 여장남자인 신데렐라(서동진)는 몇 차례의 이혼을 거치며 돈만 밝히는 속물이 됐고 인어공주(조윤영)만이 스스로를 내던져 사랑을 구하는 인물로 남아있다.
◆ 세련된 맛은 없어도…힘든 시기, 한바탕 웃음이 필요하다면
'난쟁이들'의 최대 강점은 아무 생각 없이 러닝타임 내내 신나게 웃어제낄 수 있단 점이다. 설정과 대사 속에 깊은 고민이나 철학, 풍자는 없어도 직관적인 드립(말장난)에서 오는 재미는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속물이 돼버린 신데렐라가 '벌크업' 된 몸으로 드레스를 입고 무대를 누비는 장면은 깊은 생각을 할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웃음을 터지게 한다. 빅과 백설공주가 뜨겁게 결합하는 장면을 비롯해 '난쟁이들'의 거의 모든 신과 연출이 그렇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2 뮤지컬 '난쟁이들' 공연 장면 [사진=(주)랑] 2022.02.21 jyyang@newspim.com |
극의 하이라이트인 왕자 1, 2, 3의 등장신인 '디그닥'과 '끼리끼리' 장면은 공연을 보고 나오는 이들의 뇌리에 단단히 박힌다. 우스꽝스러운 골반댄스와 행동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은 보는 사람들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진지한 태도를 유지한다. 마치 철판을 깐 듯 천상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존재하는 이들의 혼신의 연기에 누구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한바탕 시원하게 웃고 싶은 이들에게 관람을 추천한다. 오는 4월 3일까지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