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정책

속보

더보기

[새 정부에 바란다] 청와대를 시민의 뮤지엄으로

기사입력 : 2022년03월20일 10:45

최종수정 : 2022년03월21일 08:34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큐레이터·문화정책연구가)

이번 대선후보들의 문화예술에 관한 공약을 다시 살펴보면 공약이 한눈에 기표(signifiant)는 있되, 기의(signifié)는 없는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문화사회학이나 문화이론서에서 빌어온 뜻을 몰라 오히려 멋있어 보이는 단어의 나열로 '소문난 잔치'일 뿐이었다. 공약이 공허한 것은 '지금', '여기'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화'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한다는 전제와 구체적인 언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뉴스핌] 청와대에 미술관 박물관을 건립하자고 주장하는 정준모 큐레이터.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사진= 이영란 편집위원 2022.03.20 art29@newspim.com

문화가 창조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경제성장을 견인하며 사회의 품격과 통합을 끌어내는 기제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전후 가장 짧은 시간에 선진국의 일원이 된 대한민국의 가치와 정체성을 분명히 할 정책을 '지피지기'에서 시작해야하나 여전히 '근대국가', '국민국가'를 지향했던 근대적인 문화정책을 넘지 못한 채였다.

새 정부의 문화정책은 '지원'과 '보존'이란 개발도상국가형 정책에서 '창조'와 '융복합'을 전제로 저성장, 저출산, 노령화라는 우리의 당면과제를 염두에 둔 문화정책이어야 한다. 특히 시대변화에 따른 '가치변동'과 국민의 '감정양식'의 상관관계를 통해 지금껏 한국을 지탱해 온 유교적 가치관을 대체할 새 가치관을 세울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삶의 질, 특히 경제적인 윤택한 삶을 넘어 풍요로운 정서적 삶을 위해 '생계형 복지'에서 '문화복지'로 전환해 진정 '인간다운 삶'을 국민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도 담아야 한다.

지금껏 우리 문화정책은 '정책'보다 정책수단인 '지원' 즉 돈을 어떻게 누구에게 나눠줄까에 매달렸다. 첨예한 문화예술계의 대립과 분열도 따져보면 미학적, 예술적 가치보다 '지원금' 때문이란 것이 내부의 진단이다. 따라서 문화관광부는 '사업'보다 중앙부처답게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또 정책은 소신뿐만 아니라 철학과 비전과 맥락이 있어야 한다. 이어령 장관 시절, 장관훈시(?)로 쌓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문화정책은 지금과 달리 분명한 목표와 정치한 논리를 지녔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정책은 사라지고 사업만 남았지만.

새 정부 문화정책은 과학과 기술중심의 국가정책을 '인간'과 '감성'으로 보완해 균형을 이루는 방안이어야 한다. 양극을 화학적 융합으로 통합하는 문화, 예술을 적극 활용해 사회를 하나로 묶어내는 도구로 문화정책을 써야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닌 세계인을 이롭게 하는 문화정책이어야 한다. 특히 생산자 중심의 지원정책에서 문화향수층 즉 상업적 마인드를 갖춘 소비자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지원정책은 매우 한정적이며 한시적이다.

천만 문화소비자를 양성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 일찍 집에 들어가 저녁 먹고 TV보다 잠드는 '저녁 있는 삶'이 아니라 발레도, 음악회도 가는 '저녁이 있는 삶'으로 배부른 돼지보다 행복한 소크라테스를 키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상업적이라면 문화계에선 펄쩍 뛸 테지만 문화소비가 늘면 '원 소스 멀티유저'식의 콘텐츠 재생산으로 이어져 소유가 아닌 소비가 주된 문화예술시장의 특성상 감상층을 포함하는 2차 시장도 기초예술을 향해 열릴 것이다. 독일의 쿤스트 페어라인처럼 감상객이 후원자가 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재원으로 문화예술을 육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1년 작품구입예산으로 국보 불상 1점도 구할 수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여타의 문화선진국처럼 조세제도를 징세수단이 아닌 문화예술을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과감히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세수감소를 우려하지만 60조원 넘게 초과 세수를 거둬들이는 마당에 한 번 실행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로서 민간이 국가의 책무인 문화예술의 지원과 육성에 착한 부자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해 빈부격차를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도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정책을 실천하고, 민간의 다양한 기호와 취미가 예술지원으로 이어져 문화의 다양성과 지원금을 둘러싼 반목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술인들의 가장 큰 성취감은 돈보다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의 관심에 있다. 따라서 경제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이다. 각각 100명, 150명에 불과한 예술원과 학술원 회원 정수를 늘려 국격을 높인 학자와 예술가를 예우하는 것도 좋은 진흥책이 될 것이다. 또 성과가 큰 학자와 문화예술인, 공이 큰 체육인, 과학자, 기술자, 대중예술가까지 사후 국립현충원에 별도묘역을 조성해 모시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우리 문화정책은 토목공사형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스스로 성격이 불분명하단 것을 인정하는 전문문화시설인지 생활문화공간 인지 모를 복합문화시설은 인구 만 명도 안 되는 군청소재지에도 들어섰다. 문화시설의 지속가능성은 기관의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제대로 기능도 못 해보고 개관 공연 후 지역민의 노래 교실로 전락한 수많은 시설은 수요예측도 없이 정치적으로 세운 탓과 콘텐츠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건물이 아닌 프로그램, 콘텐츠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 문화 분권도 중요하다. 하나 그 반대편에는 접근성과 지속가능성이 있다. 문화분권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전제로 해야 한다. 지방재정이나 수요가 없지만 필수적인 기관은 중앙정부 책임하에 국립기관의 배치가 불가피하다.

국립미술관의 1도 1분관 같은 정책은 시각문화확산과 문화 향수 충족이란 점에서, 국가의 중요문화자산을 분산, 공유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작품구입예산도 넉넉지 않고 소장품도 변변치 않은데 굳이 지방관을 '미술품수장보존센터'라 우기는 기획재정부의 문화마인드도 변화가 필요하다.

국민에게 돌아올 청와대에 국립민속박물관 서울관 건립도 고려해 보자. 차제에 이건희 소장 기증 문화재·미술품을 한곳에 모은다는 졸속인 정체불명의 '국립융복합뮤지엄'건립도 다시 검토해 '국립근대미술관'으로의 전환도 살펴야 할 대목이다. 개관 40여 년이 넘도록 진입로도 없이 방치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롭게 시설을 짓는 토목공사가 아닌, 지금 현재의 건물을 닦고 기름쳐 잘 활용하며 내용을 채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구 선생의 '높은 문화의 나라'가 오 년 안에 올 것을 기대해 본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6%p 오른 32.7% …김건희 논란 사과 긍정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30%대 초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발표됐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2.7%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5.0%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3%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처음으로 사과하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지지율은 2.6%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부정평가는 1.7%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32.3%포인트(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9.3% '잘 못함' 68.7%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1.5% '잘 못함' 65.9%였다. 40대는 '잘함' 25.6% '잘 못함' 73.2%, 50대는 '잘함' 26.9% '잘 못함' 71.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4.9% '잘 못함' 62.5%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1.8%로 '잘 못함'(4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27.8%, '잘 못함'은 70.8%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2.6% '잘 못함' 65.9%, 대전·충청·세종 '잘함' 36.0% '잘 못함' 61.0%, 부산·울산·경남 '잘함' 40.3% '잘 못함' 58.0%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43.8% '잘 못함' 51.7%, 전남·광주·전북 '잘함' 16.0% '잘 못함' 82.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1.6% '잘 못함' 60.1%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8.8% '잘 못함' 68.9%, 여성은 '잘함' 36.5% '잘 못함' 61.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 배경에 대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김건희 여사 의혹 사과 이후 소폭 반등 했다"면서도 "향후 채상병 및 김 여사 특검, 의대정원 문제, 민생경제 등 현안에 대해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수회담, 기자회견, 김 여사 논란 사과 등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면서도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국정운영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지율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5-16 06:00
사진
의대 증원 항고심 결정 초읽기…정부 의료개혁 분수령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법원이 16일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16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 배상원·최다은 고법판사)는 전공의와 교수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을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론을 16일 또는 17일 내릴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법원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에 따라 2025학년 2000명 의대 증원 정책 추진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05.13 yooksa@newspim.com 이번 항고심의 쟁점은 '원고 적격성'이다. 1심은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적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며 항고심을 제기한 의대생은 정부 정책에 다툴 자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반면 2심은 '원고 적격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법원은 정부에 5월 중순까지 대학별 모집인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며 정부가 결정한 2025학년도 증원 규모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법원의 요청에 따라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한 근거 자료 47개와 2개 참고 자료를 냈다. 의대 증원을 논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보정심) 회의록,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했다. 반면 의료현안협의체와 의대정원배정위원회는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원회와 달리 '법정 협의체'가 아니라 회의록 기록 의무가 없다. 정부는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서와 관련 보도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법원은 정부의 자료를 근거로 2025학년도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객관성과 절차적 정당성 여부 등을 검토한다. 정부의 바람대로 법원이 각하 혹은 기각(원고의 소에 의한 청구나 상소인의 상소에 의한 불복신청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배척하는 판결) 결정을 내리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객관성을 인정받아 예정대로 추진된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다면 2025학년도 2000명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 재항고, 본안소송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재항고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대학별 입시요강이 확정 공시되는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입시 일정 또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법원의 결론에 따른 의료계의 복귀 여부도 주목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5일 법원이 의대 정원 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진료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인용 결정)이 않기를 희망하고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용 결정이 나면 즉시 항고해 대법원판결을 신속히 구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2024-05-16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