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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산업 유산 수원의 '영신연와' 재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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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5만장 생산하는 타원형 대규모 벽돌가마로 1970~1990년대 활황
현존하는 마지막 호프만식 가마 및 사택…산업사·역사·문화적 가치↑
수원시 기록화 보고서 발간·시민 주도의 공모전 및 전시회 등 노력도

[수원=뉴스핌] 순정우 기자 = 경기 수원시에는 엄연히 실존하지만 지도에서는 찾을 수 없는 건축물이 있다. 인터넷 포털 지도에서도, 주행용 내비게이션에서도 검색되지 않지만 벽돌을 굽던 거대한 가마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벽돌공장 '영신연와'다.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남아 있는 옛 벽돌공장 영신연와 굴뚝과 사택 전경 [사진=수원시] 2022.03.20 jungwoo@newspim.com

영신연와는 하루 수만장의 벽돌을 굽던 옛 영화를 추억하며 멈춘 과거의 공간만은 아니다. 누군가는 오늘의 삶을 이어가고, 누군가는 근현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기록하는 곳이다.

◆산업화의 상징, 붉은 벽돌 공장

수원시 권선구 고색중학교 뒤편에서 이어지는 외길 끝은 새로운 세계의 시작점이다. 역 주변의 복잡한 주택가를 지나자마자 갑자기 너른 평지가 펼쳐져 시야가 확 트이는 것도 잠시. 거대한 굴뚝이 모습을 드러내며 마치 하늘을 두동강 내는 듯한 풍광이 펼쳐진다.

우뚝 솟은 굴뚝으로 다가가려면 먼저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두 개의 대문 기둥을 지나야 한다. 입구에서 왼쪽으로는 오래된 벽돌 건물 4개 동이 줄지어 있고, 이 중 일부는 사람들의 생활 흔적도 있다. 굴뚝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굴뚝을 중심으로 벽돌로 쌓은 여러 개의 입구가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벽돌을 굽던 거대한 가마다.

영신연와는 벽돌공장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폭발적인 건축물 수요로 벽돌공장들이 성업했고, 근대 산업화와 더불어 벽돌의 수요가 증가하며 국내에 우후죽순 들어섰던 여러 벽돌공장 가운데 하나다. 당시 수원의 유지였던 박지원씨가 부지를 매입해 1973년 완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영신연와 굴뚝에 희미하게 이름이 남아 있는 모습 [사진=수원시] 2022.03.20 jungwoo@newspim.com

영신연와는 1970~1980년대 인근의 동보연와(현재 태산아파트 자리)와 경쟁하며 연간 1천만장의 붉은 벽돌을 쉴 새 없이 만들어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공급이 늘어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고층 아파트의 도입으로 구조재와 마감재가 변화하면서 3D산업이었던 벽돌공장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영신연와 역시 20년간의 눈부신 영화를 뒤로한 채 1993년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을 그 자리에서 지키며 수원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던 셈이다.

지금은 일부 주민들이 농사를 짓거나, 중고차 차고지, 창고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주변의 넓은 부지는 벽돌을 쌓아두는 공간이었다. 흙을 채토해 반죽하는 제토 과정을 거쳐 네모난 벽돌 모양으로 성형한 뒤 1달간 건조시키기 위해 쌓아두던 곳이다.

◆원형 보존된 마지막 호프만식 가마

영신연와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 마지막 호프만식 가마다. 독일의 기술자 프리드리히 호프만(1818~1900)이 고안해 명명된 '호프만식 가마'는 열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벽돌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긴 타원형으로 가마를 배치해 예열과 소성(燒成), 냉각, 요적(窯積) 등 벽돌생산 과정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길이 62.5m, 폭 13.7m, 높이 3.2m 규모의 영신연와 가마도 이와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 총 22개의 가마입구가 있어 각 가마별로 벽돌을 쌓고, 예열을 하고, 1200도씨 이상으로 굽고, 다시 열을 식혀서 벽돌을 빼내기까지의 과정이 순환돼 매일 5만장 이상의 벽돌이 생산됐다. 가마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3교대로 가루석탄을 공급했으며,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을 위해 노동자들을 위한 사택도 제공됐다.

우리나라에 영신연와와 같은 호프만식 가마는 수십여곳에 달했으나 2020년 기준 3곳만 현존한다. 이 중 한 곳은 터널식으로 개축해 호프만식 가마를 확인할 수 없고, 다른 한 곳도 원형이 남아있지 않아 가마와 사택이 모두 남아 있는 곳은 영신연와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22개의 가마와 모두 연결되는 굴뚝 높이는 가마 꼭대기부터 41.3m, 지표면으로부터는 44.5m에 달한다. 외벽이 매우 낡았지만 굴뚝 상부에는 '영신연와'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남아 있는 사람들과 높은 가치

영신연와는 근로자들이 사용했던 사택도 그대로 존재한다. 게다가 영신연와에서 일했던 노동자 중 몇몇은 여전히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입구쪽 벽돌식 건물 4개 동이 노동자들이 살던 숙소인데, 방과 부엌이 각 1칸씩 이어져 각 동마다 12호실씩 총 50여 가구가 거주했다. 원래 2개 동 뿐이었던 사택은 벽돌산업의 활황으로 1981년 4개 동으로 늘었다. 사는 동안 자녀가 늘면서 직접 파벽돌을 주워 방을 증축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호프만식 가마의 아치형 입구가 드러나 보이는 영신연와 벽돌 가마와 굴뚝 [사진=수원시] 2022.03.20 jungwoo@newspim.com

하지만 사택동의 지금 모습은 폐허와 다름없다. 거주하던 노동자들이 이주하면서 그대로 두고 간 세간살이와 옷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곳곳이 무너져 내린 슬레이트 지붕과 벽돌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6명은 여전히 사택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상길씨(75)는 "청춘에 이곳에 와서 부인과 함께 일하며 아이들 낳고 키우고 잔뼈가 굵어 이제는 어디로 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운영이 중단된 뒤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영신연와는 오랜 시간이 흐르며 퇴락이 빠르게 진행돼 지붕과 외벽체 등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수원시는 지난 2020년 '수원 영신연와 벽돌공장 일원 기록화 조사 용역'을 통해 영신연와와 사택 등 근현대 산업유산의 가치를 확인했다. 문화재 실측업체가 시행한 해당 용역은 문화재 위원과 건축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관련 자료 수집과 현황, 실측, 도면, 사진촬영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영신연와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했다. 특히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가 발간한 '벽돌공장 영신연와'에는 영신연와에 대한 이야기와 노동자들의 구술도 채록해 뒀다.

보고서는 영신연와 공장이 △지역사회 조성과 삶에 기여한 산업유산 △벽돌생산의 전 과정이 온전하게 현존하는 마지막 벽돌 가마 △노동자의 삶과 기업체 역사가 온전하게 남은 희소 사례 △수원의 근대도시 성장 모습을 보여주는 근대산업 유산 △지역사회 형성과 문화에 기여 등 다양한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존과 기록으로 영신연와를 기억한다

현재 영신연와와 사택 일대는 고색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돼 있다. 사유지에 건축된 사유재산이어서 향후 도시개발사업의 진행에 따라 영신연와의 존치 및 보존과 문화재 등록 등은 모두 미지수다.

이에 수원시는 향후 영신연와 공장의 보존 및 활용 가능성과 독일과 일본 등에서 호프만식 가마를 활용한 사례 등을 기록화 조사에 포함시켜 향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벽돌이 소성되는 과정에서 시간의 더께가 쌓인 가마 내부 [사진=수원시]영신연와 사택 주변에서 발견한 적벽돌에 '영신'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진=수원시] 2022.03.20 jungwoo@newspim.com

영신연와와 사택의 가치를 널리 알리려는 시도도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영신연와는 지난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한 제19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 공모전에서 미래세대지킴이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호프만식 가마의 높은 희소성은 물론 수원지역 산업구조의 역사와 변화를 보여주는 근대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공모전 참여는 시민들이 주도했다.

공모전을 주도한 '영신연와를 지키는 수원시민모임' 회원들은 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지켜내고자 마음을 모았다.

이들은 영신연와에서 서수원 지역의 역사와 사람을 본다. 삽화가, 사진가, 디자이너, 영상연출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등이 영신연와의 매력에 빠져 수년간 찍은 사진과 영상자료, 그림 등을 '벽돌공장 연신연와 전(展)'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수원특례시청 로비에서 특별전이 진행되며, 향후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서의 전시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찍어 영신연와를 기록하고 있는 배우이자 연출가 서승원씨는 "영신연와는 서수원의 역사와 이야기, 붉은 벽돌과 파란 하늘의 원초적 색감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모니터링해 영신연와가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영신연와는 보는 사람의 관심사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흉물로, 누군가에게는 보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수원시에 남은 마지막 산업유산에 대해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jungw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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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홍콩ELS 불완전판매 인정 안 해 [서울=뉴스핌] 정광연·박민경 기자 = 2조원 규모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2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앞두고, 민사소송에서는 은행 등 판매사가 잇따라 승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 투자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재투자자'에 대해서도 은행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금융당국과 달리, 법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투자자 책임을 명확히 했다. 향후 과징금 부과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뉴스핌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지난 16일 홍콩ELS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투자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소송은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으로, 개인 소송으로는 청구 금액이 크고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원고 측은 ▲ 은행이 해당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 ▲은행이 자율배상을 진행한 것은 법적 과실(불완전판매)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위험투자(원금손실)를 원치 않은 고객에서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은행측의 손실 배상을 요구했다. 법원은 해당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투자자의 과거 투자 이력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이 사건 상품 가입 이전까지 12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주가연계펀드(ELF)에도 2차례 투자한 경험이 있다"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지 못했고 은행이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홍콩ELS 가입자 대부분이 재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홍콩ELS에 투자한 전체 고객 중 최초 투자자는 8.6%에 불과하며, 나머지 90.8%는 과거 ELS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ELS 상품의 구조상 과거 투자 경험이 있다면 원금 손실 가능성을 몰랐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주가 연계 구조를 이해하고 수익과 손실을 경험한 뒤 재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반면 금융감독원은 과거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도 원금 손실의 30~65%를 자율배상하도록 하고, 투자 경험이 많을수록 2~10%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은행권이 자율배상안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배경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번 판결에 그치지 않고 유사한 ELS 관련 분쟁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는 지난해 9월 금융사와 투자자 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투자자가 여러 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스스로 하락 한계가격(낙인 배리어) 등을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금융사가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투자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11월 ELS 특정금전신탁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원고가 2016년 이후 동일·유사한 구조와 위험 등급의 ELS 상품에 19차례 가입한 이력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2차 제재심을 앞두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은행권은 2조원에 달하는 과징금 규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최대 75%까지 감면이 가능하며, 은행들은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기대만큼 감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법원 판결이 제재심은 물론,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 간 법적 공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재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법원 판결 역시 최종심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 보고 있다. 과징금 감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pmk1459@newspim.com 2026-0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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