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은행 연체율·부실채권은 '착시효과'
금감원 "부실 대비해 대손준비금 쌓아라"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금융당국이 2020년 3월 말부터 시행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4차례 연장하면서 잠재 부실이 확대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3월 말 종료 예정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 만기와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6개월 재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 관련 금융위원회-금융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3.23 hwang@newspim.com |
오미크론 확산세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한데다 최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연장 협의를 조속히 완료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정치권의 요구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지난 1월 말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 등과 관련한 금융권 대출 규모는 지원 실적(중복 포함) 기준으로 291조원(116만5000여 건)에 달한다. 올 1월 말 대출 잔액은 133조4000억원(70만4000여 건), 이자 상환유예는 5조원이다. 세 번째 연장하기 전인 지난해 7월보다 대출 규모는 69조원, 대출 잔액은 12조7000억원 늘었다.
이 같은 막대한 규모의 대출에도 국내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3%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50%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0.77%), 2020년 말(0.64%) 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이는 금융당국의 대출 만기연장 등으로 인한 대출이 정상 채권으로 분류되면서 나타난 '착시효과'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선 지원이 종료되는 올해 10월 이후 누적된 잠재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의 대출 만기연장 조치 등으로 부실 위험이 있는 대출 채권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라며 "낮은 연체율은 착시효과"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은행들은 신용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및 코로나19 취약업종 대출에 대한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하기로 했다. 국내은행은 작년 말 기준으로 총 8760억원의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의 순전입액은 2020년 1조3000억원에서 2021년 1조8000억원으로 34.6%(5000억원) 확대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은행을 대상으로 2021년도 결산검사를 실시한 결과, 은행별로 충당금 산출방법의 차이가 크고, 대내외 경제상황 감안 시 손실흡수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재연장키로 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추후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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