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에 간이시설 마련해 신속검사 추진
연구원 "정확도 낮고 장비도 없어, 실효성 없다"
정부 "일방적 추진 아냐, 지속적 협의로 대안 마련"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정부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 도매시장에 수산물 현장검사소 설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검사주체인 지자체 보건환경연구원이 집단 반발에 나섰다. 신속검사키트(신속키트) 정확도가 낮고 도매시장 특성상 추적검사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실효성이 낮다는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설치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를 통해 입장차이를 좁히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산물들의 모습(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22.03.15 pangbin@newspim.com |
전국보건환경연구원직원연합회(전연회) 관계자는 31일 "정부가 추진중인 수산물 현장검사소 설치 방안은 실효성이 적고 관련 인력과 장비도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을 객관적인 근거(데이터)와 함께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효과가 거의 없는 정책이다.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산물 현장검사소는 중금속이나 동물용의약품 등 수산물에서 발견되는 부적합 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서울, 인천, 경기, 부산 등 주요 도시 소재 수산물 도매시장에 마련될 간이 검사소다. 각 지자체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이 검체 분석을 맡게 된다.
기존에는 마트나 시장에서 유통중인 수산물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실시했으나 유통경로가 복잡해 부적합 판정을 받아서 회수나 폐기가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에 대규모 유통이 이뤄지는 도매시장에서 신속검사키트(신속키트)를 사용해 수산물 안정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자자체와의 예산협의 및 인력, 장비 확보 등의 절차를 거쳐 9월중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검체 주체인 보건환경연구원은 실효성이 낮다며 수산물 현장검사소 설치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신속키드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연구원에서 실시한 유통 양식 어류 75건에 대한 비교 분석데이터에 따르면 정밀분석(정량분석)에서는 옥시테트라사이클린과 엔로플록사신 등 부적합 물질이 두 건 확인됐지만 신속키드에서는 이들이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속키트에서 8건이 양성이 나타난 결과가 정량분석에서는 2건만 건출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연구원측은 "무엇보다 신속키트는 동물의약품 151종 중 8종만 검사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수산물에 대한 정밀분석이 어렵다는 의미"라며 "이런 문제점을 식약처에 미리 전달했음에도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농산물과 달리 수산물은 살아있는(활어)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도매시장이 아닌 양식장 출하단계에서 안정성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게 전연회 입장이다.
전국에서 출하된 수많은 수산물이 섞여서 판매되는 도매시장에서는 특정 제품에서 부적합 물질을 발견되고 제대로 된 추적검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원 관계자는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을 하고 싶다면 전국 주요 양식장에서 검사를 하면 되지만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할고 있음에도 도매시장에 현장검사소를 설치하겠다는 건 전형적인 정권말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일축했다.
이같은 반발에 식약처측은 "수산물 현장검사소 설치 자체를 연구원이 반대한 게 아니라 특정 부분에 대한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원을 직접 만나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속키드 부정확성에 대해서는 "151종 중 8종만 검출이 가능한게 아니라 가장 핵심이 되는 8종을 검출할 수 있는 키트를 제작한 것이다. 또다른 4종이 검사할 수 있는 키트도 만들고 있다. 키트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 신속하게 검사를 하기 위함이지 정밀검사를 대신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검사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구원 등과 꾸준히 논의하며 대안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문제가 있음에도 독단적으로 (설치를) 추진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