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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기자 80%, 근무 중 트라우마 경험...사회부 최다"

기사입력 : 2022년04월06일 14:27

최종수정 : 2022년04월06일 14:27

한국기자협회-여성기자협회 설문 조사
544명 기자 대상 첫 트라우마 조사
김동훈 기협 회장 " 취재 환경부터 하나씩 바꿔나갈 것"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직 기자 10명 중 8명은 근무 중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취재 과정은 물론 보도 후 이메일이나 댓글 등 뉴스 소비자의 반응에 의해서도 트라우마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끼는 빈도가 높은 실태와 달리 취재 전 트라우마에 대한 사전 교육은 물론 상담 등 후속 지원도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기자협회(회장 김동훈)와 한국여성기자협회(회장 김경희)는 지난해 11월 8일부터 18일까지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와 미국 컬럼비아대 부설 저널리즘 및 트라우마 관련 비영리기관 '다트센터' 아시아 태평양지부의 후원을 받아 취재 트라우마 지원을 위한 설문조사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여론조사 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모바일을 통해 기자협회 소속 회원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남성 336명(61.8), 여성 208명(38.2%) 등 544명이 참여했다. 이는 한국에서 기자를 상대로 실시한 취재 관련 트라우마에 관한 첫 번째 공식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 "기자 근무 중 트라우마 느낀 적 있다" 78.7%

이번 조사에서 '기자로 근무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544명 중 428명(78.7%)이 있다고 답했다. '전혀 또는 거의 없음' 116명(21.3%), '가끔 있음' 280명(51.5%), '자주 있음' 105명(19.3%), '매우 빈번함' 43명(7.9%)이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기자 336명 중 176명(52.4%)이 '가끔 있다'라고 답했다. '자주 있음' 64명(19.0%), '매우 빈번함' 20명(6.0%)이었다. 여성 기자 208명 중 104명(50.0%)이 '가끔 있다'라고 답했다. 41명(19.7%)이 '자주 있음', 23명이 '매우 빈번함'(11.1%)이라고 응답했다.

트라우마를 겪을 당시 담당 부서는 사건팀·법조·정부 부처를 포함한 사회부가 206명(48.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지역) 44명(10.3%), 경제 산업 금융 등 경제부(9.3%) 청와대 정당 외교·안보 등 정치부 26명(6.1%), 탐사보도 기획취재 25명(5.8%) 순이었다.

근무 연차별로 보면 저연차 기자일수록 트라우마를 느끼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년차 기자 74명 중 자주 있음 13명(17.6%), 매우 빈번함 12명(16.2%)으로 나타났다. 4~5년차 기자 61명 중에는 자주 있음 14명(23.0%), 매우 빈번함 8명(13.1%)로 집계됐다. 개별 항목에서 10년차 기자들이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응답이 높게 나오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언론사마다 시경캡이나 탐사보도팀장 등 현장 팀장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심리적으로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428명에게 트라우마를 겪게 하는 사건이 얼마나 자주 있냐고 물었다. 254명(59.3%)이 1년에 2~3회 정도라고 답했다. 월 2~3회 느낀다는 답변자는 115명(26.9%), 주 2~3회라고 응답한 사람도 41명(9.6%)으로 나왔다.

세월호 사건 또는 아동학대·성폭력 등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다룰 때 심리적 트라우마가 얼마나 지속했느냐는 질문에 하루(1일 이내) 39명, 1일~30일 이내 201명(46.9%), 한 달 이상 188명(43.9%)으로 조사됐다. 통상 트라우마 지속기간이 한 달을 넘을 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받는 점을 고려하면 의학적으로도 경고등이 켜진 이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트라우마 경험을 호소한 428명에게 어떤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느꼈는지 복수로 답변을 받았다. '취재 과정'이라고 응답한 이가 261명(61.0%)으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250명(58.4%)이 '보도 이후 독자들의 반응'을 꼽았다. 이메일이나 댓글, 전화 등을 통한 온·오프라인상의 항의와 공격 등을 포함한 것이다.

기사 작성 및 보도 과정에서 '내근 데스크나 조직 내부에서 겪는 갈등' 205명(47.9%), '취재나 보도 전후 취재원과의 관계' 187명(43.7%), '기사 작성 및 보도 과정' 156명(36.4%), '보도 이후 소송 등 법률문제' 152명(35.5%) 순이었다.

◆ 희생자 가족 취재, 자살사건, 아동학대 취재시 트라우마 컸다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접하는 구체적인 15개 항목에 대해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냐고 질문했다. 자연재난, 대형화재 또는 폭발·침몰 사고, 교통사고, 집회 현장, 성폭력, 폭력 사건, 자살사건, 아동학대, 코로나 등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질병, 희생자 또는 가족 관련 단체 취재, 정치인 및 정당과 지지자 그룹, 연예인 등 유명인과 팬클럽, 전투나 전쟁터·테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대해 질문했다. 전혀 없음(0)부터 시작해 거의 없음(1) 가끔 있음(2) 자주 있음(3) 매우 많이 있음(4)을 기준으로 자신이 해당하는 정도를 고르도록 했다.

항목별 트라우마 정도를 0~4점(전혀 없음~매우 많이 있음)으로 점수를 매긴 뒤 평균값을 낸 결과, 희생자 가족 및 관련 단체 취재가 2.80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아동학대(2.63), 자살사건(2.52), 대형화재 및 폭발·침몰 사고(2.43), 성범죄(2.38)가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 등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질병(2.25), 온라인 커뮤니티(2.22), 전투나 테러(2.20), 교통사고(2.13), 폭력 사건(2.04)도 모두 평균값이 2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3(자주 있음)' 이상 돼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전문가들은 '2(가끔 있음)' 단계부터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설문조사 및 분석 과정에 자문위원으로 함께한 안현의 이화여대 교수는 "일반인들은 평생 한두 번 큰 사건을 통해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많다"라며 "트라우마 평균값이 2를 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기자들이 업무상 트라우마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트라우마에 가끔 노출되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산"이라며"계속 누적되다가 어느 하나의 계기로 폭발할 수도 있어서 선제적으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성범죄 취재, 여성 트라우마 비율 남성보다 2배 높아

이처럼 트라우마 평균값이 높게 나온 항목을 보면 취재 시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매우 많이 겪었다고 응답한 숫자 또한 높게 나오는 경향성을 보였다. 희생자 가족 및 관련 단체 취재와 관련,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응답한 385명 중 61.3%에 해당하는 236명이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많이 겪었다고 답했다. 아동학대 사건은 207명(57.0%), 자살 사건의 경우 187명(50.5%)이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많이 겪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화재 및 폭발·침몰 사고는 46.6%, 성범죄 43.3%, 코로나 등 질병 38.9%, 온라인 커뮤니티 39.2%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응답자 중 성별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성범죄 취재에서는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성범죄 관련 취재 중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응답한 344명을 놓고 분석해보니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매우 많이 겪었다는 비율은 43.3%였다. 성별로 여성은 63.0%, 남성은 30.1%로 조사됐다. 성범죄 취재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 악몽 꾸고, 회피하려 애쓰고, 죄책감 느끼고, 자책하고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응답자들에게 구체적인 증상과 관련해 0~4를 기준으로 물었다. 그 결과 상당수가 해당 경험에 관한 악몽을 꾸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그 경험이 떠오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 경험이 '자주 있다' 88명(20.6%), '매우 많이 있다'가 61명(14.3%) 등 149명(34.8%)으로 조사됐다. '가끔 있다'가 105명(24.5%)까지 합치면 254명(59.3%)으로 그 숫자는 더 높아진다.

해당 경험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그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적이 '가끔 있다' 99명(23.1%), '자주 있다' 83명(19.4%), 또는 '매우 많이 있다' 60명(14.0%)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주변을 경계하고 쉽게 놀라는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87명(20.3%)이 '가끔 있다', 71명(16.6%)이 '자주 있다', 53명(12.3%)이 '매우 많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꼈다고 답한 숫자도 작지 않았다. 그런 적이 '가끔 있다' 103명(24.1%), '자주 있다' 76명(17.8%), 또는 '매우 많이 있다' 55명(12.9%)으로 나타났다. 또 그 사건으로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원망을 멈출 수 없었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 47명(11.0%)이 '매우 많이 있다', 52명(16.6%)이 '자주 있다', 79명(20.3%)이 '가끔 있다'고 답했다.

◆ 휴가 가거나 주변에 상담, 술·수면제 의존으로 해결 도모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동안 기자들은 휴가를 가거나 직장 동료 또는 타사 동료 등 주변인들과 상담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이나 수면제 등 약물에 의존하는 이들도 많았고, 시간이 없어서 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해서 아무런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회사 조직 내 관련 기구를 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428명에게 중복 선택이 가능하도록 물은 결과 휴가 등 현장과의 거리두기가 182명(42.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장 동료, 타사 동료 등 주변인들과의 상담 162명(37.9%)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 '술 또는 수면제 등 약물에 의존한다'는 답변을 117명(27.3%)이 택했다. 병원 및 상담소 등 전문 상담 치료를 받았다는 사람은 37명(8.6%)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 관련 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람은 12명(2.8%)에 그쳤다.

특히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이 88명(20.6%)이나 됐다.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묻자 상당수가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등의 답을 내놨다. 일부는 "당시 모든 기자가 겪는 문제라서" "원래 그런 직업이라 생각해서" "감당해야 되는 줄 알았다"라며 기자이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회사 조직에 이야기해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 같아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사내 창구가 없었다" "예민해서라는 평가, 별거 아니라는 식의 조직문화 때문에"라는 답변 등이 있었다.

◆ 댓글·SNS 통한 공격에 시달리는 기자들

기자라는 이유로, 특히 특정 기사로 인해 공격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424명(77.9%)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오'란 답변은 120명(22.1%)에 그쳤다.

지난 1년간 어떠한 식으로 온라인 공격을 당한 적이 있는 지 조사해본 결과 기사댓글을 통해서 당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메일, SNS, 직장이나 주거지 방문, 전화로 항목을 나눠 물어본 결과 기사댓글을 통한 공격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주로 온라인상의 공격이 많았지만,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대면해서 괴롭히는 경우도 존재했다.

기사댓글로 조롱하기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409명(75.2%)로 나타났다. 기자 4명 중 3명은 기사에 달린 댓글로 조롱당했다고 답한 셈이다. 연 2~3회라고 응답한 사람이 179명(32.9%)이었고, 월 2~3회 148명(27.2%), 주 2~3회가 82명(15.1%)으로 집계됐다.

기사댓글을 통해 모욕당했다는 이들도 404명(74.3%)로 높게 나왔다. 빈도를 살펴보면 연 2~3회 190명(34.9%, 월 2~3회 139명(25.6%), 주 2~3회 75명(13.8%) 순이었다. 댓글에서 협박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245명(45.0%)이었다. 연 2~3회 183명(33.6%), 월 2~3회 44명(8.1%), 주 2~3회 18명(3.3%)으로 적잖은 숫자가 댓글을 통해 협박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공격적이고 불쾌한 내용을 올려 화를 부추기는 트롤링을 댓글을 통해 당했다는 이들은 191명(35.1%)이었다. 댓글을 통한 신상털기(167명/30.7%), 성적 수치심 유발(100명/18.4%), 해킹하기(46명/8.5%), 스토킹(33명/6.0%) 순으로 나타났다.

기사 댓글 수준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메일을 통한 공격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로 조롱을 당해본 적 있다는 응답자가 298명(54.8%)이다. 또 이메일로 협박당했다 190명(35.0%), 공격적이고 불쾌한 내용을 올려 다른 이의 화를 부추기는 '트롤링' 당했다 131명(24.0%), 모욕당했다 119명(21.9%) 순이었다.

SNS나 이메일에 비해 숫자는 작지만 전화를 통한 위협이나 공격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화 공격 중에는 모욕당했다는 응답이 175명(32.2%)으로 가장 많았다. 협박 165명(30.3%), 조롱 164명(30.1%) 순으로 집계됐다.

◆ 특정인에 의한 지속적인 공격도…언론사 지원은 부족

특정인으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을 당했다는 기자들도 있었다. 544명 중 101명(18.5%)이 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개월 이하 33명, 2~6개월 31명, 7~12개월 4명 1년 이상 11명, 2년 10명 등이었다. 심지어 5년, 6년, 10년째 공격당했다는 응답자도 각각 1명씩 있었다. 응답자들에게 위협이나 공격을 한 상대방에 대해 회사에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101명 중 43명은 없다고 답했고 58명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회사로부터 어떤 후속조치가 있었냐는 주관식 질문에 "없었다"는 응답자가 22명으로 절반 가까이였다. '무시하라'거나 '전화받지 마라' '안전에 특별히 주의하라는 지시' 등 실질적인 도움이라고 볼 수 있는 답변은 별로 없었다.

법무팀 검토나, 경찰 조사시 사내 변호사 상담 및 동행, 본 소송 갈 경우 변호사 선임 등 법적 지원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7명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법무팀에 의뢰했으나 형식적 답변만 받았다. 오히려 더 상처받고 기댈 곳 없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분노만 커졌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위협이나 공격을 당하고도 신고하거나,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은 적이 있냐고 물었다. 101명 중 15명이 있다고 했다. 주관식으로 받은 답변을 보면 실효성 있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이 많았다. '아직 진척이 없음', '협박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물리적 피해가 없다며 수사를 거절당했다'. '하다가 중단' 등이었다. 또 페이스북 페이지를 고소했지만, 외국계 기업이라 이용자 정보를 받기 어려워 수사 기관에서 고소를 진행하지 말라고 권유받았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위협이나 공격을 당하고도 신고하거나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86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중복 답변을 들은 결과 46명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해서였다고 답했다. 취재 등 일상 업무가 바빠서(37명), 기자로서의 숙명이라 생각해서(34명),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봐(24명), 기타라고 응답한 사람이 8명이었다.

◆ 트라우마 관련 교육 못 받았다 81.8%

기자들은 업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나 보도를 하기 전 '회사로부터 적절한 교육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28명 중 350명(81.8%)이 그렇지 않음이라고 응답했다. 취재에 앞서 형식적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이 68명, 정기적이며 체계적으로 교육이 진행됐다는 답변자는 10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진행된 교육 역시 실질적인 도움이 됐을 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1~3년차, 4~5년차 등 상대적으로 저연차 기자들의 경우 트라우마를 자주 느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라 예방 교육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언론사 조직 문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구체적으로 업무 중 트라우마와 관련한 조직 내부 도움 여부에 대해 물었다. 전혀 없음(0)으로 시작해 매우 많이 있음(4)까지 선택해서 고르도록 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많이 있음 87명(16.0%), 많이 있음 143명(26.3%)로 약 절반에 가까운 47.9%가 있다고 답했다. 전혀 없다는 응답자는 64명(11.8%)에 그쳤다.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544명 중 166명(30.5%)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거의 없음도 162명(29.8%)으로 조사됐다. '상담 등 조직 내외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고 묻자 205명(37.7%)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거의 없음이 165명(30.3%)로 조사됐다. 매우 많이 있다 10명(1.8%), 많이 있다 51명(9.4%)으로 나타났다.

업무 중 트라우마와 관련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335명(61.6%)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거의 없음 110명(20.2%), 있음 59명(10.8%), 많이 있음 31명(5.7%), 매우 많이 있음 9명(1.7%)으로 조사됐다. 거의 없다와 전혀 없다를 합치면 81.7%가 관련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것이다.

통상 기자들은 일상적인 취재 활동 중 트라우마를 느낄 수 있는 강도나 빈도가 높기 때문에 예방 교육은 물론 이후에도 조직적인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기자 사회에서는 예방교육은 물론 트라우마와 관련한 조직 차원의 도움이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 교수는 "PTSD 증상의 의미나 이론 같은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트라우마를 느끼고 난 뒤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언론사나 관련 언론단체가 적극적인 예방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 등 공론화 및 대책 마련 착수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는 지난해 3월 기자 트라우마 실태 파악 및 지원을 위해 자문단을 꾸리고 관련 사업을 진행해왔다. 한창수 고려대 의대 정신건강의학 교수를 자문위원장으로 하고 안현의 이화여대 교수 등 전문가그룹과 기자협회와 여성기자협회가 추천한 기자들이 함께 논의를 이어왔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언론현장의 트라우마 실태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자가 정신적 건강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고, 좋은 기사를 쓰길 기대할 수도 없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 등은 이번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취재 중 트라우마 사례 및 대응 방안 등을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또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현장 기자들에게 실제로 필요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별도 기구 구성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11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 등 관련 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은 "사건 사고의 일선에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는 환경에 너무도 쉽게 노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보도 이후 댓글 등에 기자와 언론의 인격을 모독하는 글로 2차 피해를 겪으며 기자들이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방법 또한 다양화되고 강도도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번 기자 트라우마 실태조사를 통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취재 환경부터 하나씩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한국여성기자협회장은 "공감은 취재와 기사 작성의 시작점이지만, 기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장 기자들이 사회 구성원, 특히 약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언론계가 함께 트라우마 예방과 치유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과 트라우마 관련 첫 한국 다트펠로우를 경험하고 '다트센터'의 추천을 받아 이번 조사 및 분석에 참여한 이정애 SBS 기자는 "국내 언론의 관심이 이제 트라우마로까지 확장된 것을 기쁘고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언론인의 트라우마는 개인이 약해서가 아니라 언론이 심리적 외상 관점에서 고위험 직종이라 언론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언론사들이 심리적, 법률적 지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기자협회와 여성기자협회의 지속적 관심을 통해 언론인들의 트라우마 대처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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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 이미 해리스 후보 추대 움직임"...러닝메이트도 거론 [뉴욕=뉴스핌] 김근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고 있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이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교체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유지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민주당은 이미 그녀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오는 8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이 같은 결정을 따라주기를 설득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과 당의 고위관계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내분과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구상을 지지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이 교체 후보가 돼야, 바이든 선거 캠프의 막대한 규모의 정치자금과 선거조직도 잡음 없이 승계돼기 때문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다만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더라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일 발표된 CNN 방송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 대결할 경우 45% 대 47%의 지지율을 보였다. 오차범위 내 박방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2%포인트(p) 뒤지는 결과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그룹은 정치자금 큰손 등을 대상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본선 경쟁력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민주당 일각에서 심지어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를 기정사실화하고 그와 함께 대선을 치를 러닝 메이트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 여성'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는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가 유력 후보이고,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와 J.B. 프리츠커 주지사 등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전언이다.  힌편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준 타격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거론하며 '래핑(laffin') 카멀라 해리스'라고 조롱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자주 크게 웃고 있으며 '실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위기 위한 포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정적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를 별명으로 붙여 깍아내리고 공격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보여왔고,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TV 대선 토론 직후 바이든 교체론이 불거지자, 민주당 '대한 후보'들을 비판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아예 논의 대상도 안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kckim100@newspim.com 2024-07-0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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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한동훈 십자포화…전당대회 변수 될까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으나 당대표 후보들은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4.07.05 pangbin@newspim.com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중순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며 공개한 문자에는 김 여사가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한 후보로부터 답변을 못 받자)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윤 대통령까지 크게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문자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됐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 후보 역시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결국 총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서 (한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라고 있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하면서 결국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4-07-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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