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전국 대구·경북

속보

더보기

[르포] "새 집짓고 농새도 짓고 열심히 살아야지요"...산불 잿더미 딛고 다시 일어서는 울진 '화동마을'

기사입력 : 2022년04월10일 14:35

최종수정 : 2022년04월10일 14:35

울진군, 7일부터 철거 개시·복구 돌입...주민, 빠르게 일상 회복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9박10일간 확산되면서 역대 최장 연소 기록을 남긴 '울진산불'이 발생한지 37일만인 10일, 예기치도 못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마을을 집어삼키면서 잿더미로 변한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 '화동마을'에 굴삭기와 집게차 등 중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장비들이 화마에 흡사 종이상자처럼 구겨져 흉측한 몰골의 숯덩이로 남겨진 삶의 보금자리를 무너뜨리자 새카만 분진이 하늘로 솟는다. 금새 마을이 매캐한 탄 냄새로 뒤덮힌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역대 최장연소의 기록을 남긴 '울진산불' 화마가 남긴 생채기를 걷고 다시 일어서는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 '화동마을'에서 울진군과 피해주민들이 10일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2022.04.10 nulcheon@newspim.com

산불 발생 당시 맨 몸으로 대피해 낯 선 임시거주시설에서 뜬 눈으로 지새다가 울진군과 경북도가 서둘러 조성한 임시주택으로 돌아 온 피해주민들이 철거되는 집을 바라보고 있다.

팔순의 고령의 할머니들 서넛이 새로 조성한 임시주택 한 켠에서 보행기를 잡고 새카만 분진을 일으키며 철거되는 집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친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산불' 화마를 피해 맨 몸으로 대피했다가 26일만에 마을의 임시주택으로 돌아 온 화동마을 이재민들이 잿더미로 변한 집을 철거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2022.04.10 nulcheon@newspim.com

"조상대대로 물려받아 조상 모시면서 자식을 키우던 집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 이렇게 중장비로 끌어내니 마음이 짠하니더."

엄섭 할머니(여, 83, 신화2리)가 연신 눈가를 훔친다.

"열여덟에 화동마을로 시집와 시부모들을 모시며 자식들을 키우던 집을 이제는 영영 볼 수 없잖니껴. 기자님 이런 모습 많이 찍어서 내중에 꼭 보내주시소."

화동마을 노인회장을 맡아 산불이 마을을 덮친 이후 이웃들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챙기며 잠 한 숨 제대로 못이룬다는 주미자 할머니(여, 78)가 코로나19 방역마스크를 내리며 눈물을 훔친다.

한 할머니는 집이 철거되는 내내 눈길을 떼지 못한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산불로 잿더미로 변한 집이 마지막 철거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던 엄섭 할머니가 보행기에 그물망을 가득싣고 밭으로 향하고 있다. 2022.04.10 nulcheon@newspim.com

엄섭할머니가 보행기에 망(網)을 한 가득 싣고 철거가 한창인 마을 고샅길을 따라 나선다.

"이제 내 살던 집이 철거되는 모습을 봤으니께 밭에 나가 양대도 심고, 망도 치고, 먹고 살아야되잖니껴. 그래도 울진군과 나라에서 이래 빨리 내 살던 마을에 임시주택을 지어주니 참말로 고맙니더."

엄섭 할머니 곁에 막내아들이 함께 따라나선다. 직장생활을 하는 막내아들은 휴일에 잠시 쉴 틈도 없이 고향으로 달려와 화마에 앗긴 아픈 생채기를 딛고 다시 밭으로 나가는 노모를 돕는다. 

마을 고샅길을 지나 밭으로 가는 언덕에서 서서 엄섭할머니는 새카맣게 잿더미로 변해버린 마을을 한참을 서서 바라본다.

용케도 화마를 피해 연분홍 속살을 연 돌복상나무가 불어오는 바람에 꽃이파리를 날린다.

엄섭할머니네 밭이 있는 구싯골로 가는 길을 덮던 울창했던 송림은 선 채로 숯덩이가 된 채 위태롭게 서 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역대 최장 연소의 아픈 기록을 남긴 '울진산불' 잿더미를 뚫고 농촌마을을 지켜 온 어머니들의 속내를 닮은 현호색이 새 희망을 일구듯 남빛 속살을 열고 있다.2022.04.10 nulcheon@newspim.com

엄섭 할머니가 끌고가던 보행기를 멈추고 새캐만 숯덩이로 변한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둔덕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다.

"새색시때 여기에 참꽃이 참 흐드러지게 폈니더. 농새일을 앞두고 참꽃이 피면 동네 새각시들이 모여 저기 저 '거랑(개울)' 가에서 '지지미(부침)'부쳐먹고 솥단지 두들기며 노래부르고, '꽃놀이(화전놀이)'도 하고..."

엄섭 할머니가 앉은 자리 곁 화마가 할퀴고 간 새카만 숯덩이 위에서 현호색이 남색 꽃봉오리를 열고 있다.

새 희망을 일구듯 남빛 속살을 여는 현호색의 꽃봉오리가 평생 농촌과 자식을 지키며 거두어 온 우리네 어머니의 속내를 닮았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그래도 살아야되잖니껴. 농새철인데 때맞춰 종자를 심거야 조상 제사도 모시고, 객지나간 자식새끼들 철마다 나는 곡식도 노놔주고. 그래 마을로 돌아온 다음날부터 밭에나가 일하니더." 엄섭할머니가 고라니 방어 그물망을 치며 환하게 웃는다.2022.04.10 nulcheon@newspim.com

"산불이 나던 날 허겁지겁 맨 몸으로 쫒겨 임시거주시설에서 뜬 눈으로 지새다가 26일만에 울진군에서 마을에 지어준 임시주택에 들와 잿더미로 변한 집과 마을을 보니까 눈물밖에 안나디더. 그래도 살아야되잖니껴. 농새철인데 때맞춰 종자를 심거야 조상 제사도 모시고, 객지나간 자식새끼들 철마다 나는 곡식도 노놔주고. 그래 마을로 돌아온 다음날부터 밭에나가 일하니더."

엄섭할머니와 막내아들이 준비해 온 그물망을 익숙한 솜씨로 둘러친다.

"산불로 동네에 그 많던 대나무도 전부 타버려 며칠전 울진장에 가서 지줏대를 새로 사왔니더. 새집 짓고 살라면 열심히 해야지요. 자식들이 돈을 모아 집을 새로 짓는다고 하니께 뭐던 열심히 해서 다시 잘살아야지요."

엄섭할머니가 그물망을 지줏대로 단단히 옭아 매며 환하게 웃는다.

"산불에 쫒겨 덕구호텔에 임시로 살 때는 잠 한 숨도 못잤는데, 스물엿새만에 마을에 만든 임시주택에 들어오니까, 내 살던 집만큼은 못해도 그래도 두 발뻗고 잤니더."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엄섭할머니네 밭과 나란히 붙은 밭에서 도라지를 심던 심분섭 할머니가 "산불로 쫒겨같던 이웃들이 다시 마을로 들어온게 제일 좋니더"하며 활짝 웃는다. 2022.04.10 nulcheon@newspim.com

"평생 이웃끼리 도와가며 살던 이웃들이 다시 마을에 돌아오니 이제 살 것같니더."

엄섭할머니 밭과 둔덕을 나란히 한 이웃 밭에서 도라지를 심던 심분섭 할머니가 '마을사람들이 다시 돌아온게 젤루 좋다"며 활짝 웃는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산불'로 잿더미로 변한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 '화동마을'에 빠르게 조성된 임시주택의 한 켠에 세간살이가 하나 둘 갖춰지면서 주민들이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2022.04.10 nulcheon@newspim.com

마을전체가 잿더미로 변한 화동마을은 지난 7일부터 복구를 위한 철거에 들어갔다.

'화동마을'은 산불에 쫒겨 낯 선 임시거주시설에서 마을에 조성된 임시주택으로 돌아 온 지난 달 29일 다음 날에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지킴이인 성황제사와 지신고사를 지냈다.

임시주택 한 켠에는 화마를 용케 견뎌낸 장독들이 가지런하게 자리잡고 바깥 화덕도 새로 마련하는 등 세간살이가 하나 둘 갖춰지면서 주민들도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이다.

전호동 화동마을 이장은 "이번 산불로 마을 전체가 잿더미로 변해 살 길이 막막하지만 다시 마을을 꾸리고 주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준 울진군과 군민들의 노력을 모아 마을을 다시 일으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의 일처럼 마음과 정성을 모아 준 군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nulche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6%p 오른 32.7% …김건희 논란 사과 긍정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30%대 초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발표됐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2.7%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5.0%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3%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처음으로 사과하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지지율은 2.6%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부정평가는 1.7%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32.3%포인트(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9.3% '잘 못함' 68.7%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1.5% '잘 못함' 65.9%였다. 40대는 '잘함' 25.6% '잘 못함' 73.2%, 50대는 '잘함' 26.9% '잘 못함' 71.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4.9% '잘 못함' 62.5%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1.8%로 '잘 못함'(4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27.8%, '잘 못함'은 70.8%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2.6% '잘 못함' 65.9%, 대전·충청·세종 '잘함' 36.0% '잘 못함' 61.0%, 부산·울산·경남 '잘함' 40.3% '잘 못함' 58.0%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43.8% '잘 못함' 51.7%, 전남·광주·전북 '잘함' 16.0% '잘 못함' 82.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1.6% '잘 못함' 60.1%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8.8% '잘 못함' 68.9%, 여성은 '잘함' 36.5% '잘 못함' 61.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 배경에 대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김건희 여사 의혹 사과 이후 소폭 반등 했다"면서도 "향후 채상병 및 김 여사 특검, 의대정원 문제, 민생경제 등 현안에 대해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수회담, 기자회견, 김 여사 논란 사과 등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면서도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국정운영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지율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5-16 06:00
사진
이란 대통령 탄 헬기 추락…'악천후' 탓 수색 난항으로 생사 불명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일행을 태운 헬기가 19일(현지시간) 추락했지만 기상 악화로 수색 활동이 난항을 겪으면서 아직까지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이란 내무부는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국경 인근에 건설한 아라스강의 댐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고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과 함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 지역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알하셰미, 경호원 등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앞서 사고 헬기가 비상착륙 했다고 보도했다가 내무부 확인을 거친 뒤 추락으로 표현을 바꿨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사고 접수 후 구조대 40개 팀을 급파했으나 악천후와 험한 산악 지형 때문에 수시간이 지났지만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헬기 추락 인근 지역에 구조대가 급파됐으나 안개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5.20 kwonjiun@newspim.com 이란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헬기 추락으로 라이시 대통령과 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의 생사가 위기"라며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정보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한 명과 또 다른 탑승자 한 명이 구조대원들과 접촉했다는 증언도 나왔고, 헬리콥터 위치를 파악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국제적십자사 조직인 이란 적신월사는 보도를 부인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헬리콥터가 추락한 이후 라이시의 안전을 기원한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국정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신께서 존경하는 라이시 대통령과 그의 동료들을 국가의 품으로 돌려주시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이라크, 튀르키예 등 인근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은 구조와 수색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헬기 사고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수색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마리아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이 "실종 헬기 수색과 사고 원인 조사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건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란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도 이번 사고를 예의주시 중이다. 백악관은 조지아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고를 보고받았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 사고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태운 헬기가 예기치 않게 비상 착륙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며 "EU 회원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상황을 긴밀히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kwonjiun@newspim.com 2024-05-20 05:3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