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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명환 "대전 학생 정신건강 케어…건강한 교실·학교 환경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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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 정신건강거점센터 최명환 전문의
'세월호 참사' 계기 학생 정신치료 본격화…위기학생 '적기' 치료

[대전=뉴스핌] 김수진 오종원 기자 =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국민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특히 같은 또래 아이들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청소년들의 트라우마는 상당했다. '4·16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으로 큰 아픔을 남긴 일이지만 공교롭게도 각 지자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신·심리 상담에 나서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청소년이 겪은 트라우마 등 정신건강 위기 청소년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이 직접적인 상담 및 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발생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사람 간의 관계성이 멀어지면서 청소년의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이에 학교나 가정 어디에서도 마음에 담긴 아픔을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전문적인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전교육청이 운영 중인 정신건강거점센터는 아이들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대전시교육청 정신건강거점센터 최명환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2.04.15 jongwon3454@newspim.com

뉴스핌은 15일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대전시교육청 정신건강거점센터에서 전문적인 청소년정신건강 진료에 나서고 있는 최명환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전문의는 차분한 모습으로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해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건강한 교실을 만들고 건강한 대전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이 청소년정신건강거점센터의 목표"라며 진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최명환 정신과 전문의와 일문일답.

-대전시교육청 정신건강거점센터는 어떤 곳인가

▲정신건강거점센터는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케어하는 전문정신의학센터다. 정신과 전문의가 아이들의 극단적 선택 징후를 적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진료, 치료한다. 매년 4월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정서인지평가를 실시하는데 이 가운데 문제를 보이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위클래스· 외부 상담가 초빙·외부기관 의뢰·치료비 지원 등을 진행한다.

학생 정신상담치료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 논의됐다. 당시 안산 단원고에 정신건강실을 개설, 정신과 전문의가 1년 동안 학교에 상주하며 아이들의 아픔을 치료했다. 당시 단원고 정신건강실을 보고 '드디어 우리나라도 학생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는구나'하고 상당히 놀랍고 반가웠다. 현재는 대부분 지자체에서 학생 심리상담을 진행하며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학생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국가는 아마 세계 10개국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대전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정신건강거점센터 2022.04.15 nn0416@newspim.com

-정신건강거점센터와 기존 상담 시스템과의 차이점은

▲기존 상담 시스템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문의 진료를 통한 즉각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상담하고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이중적인 시간 낭비가 없다. 실제로 학교에서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치료를 권유해도 실제로 병원까지 가는 비율은 40%도 채 되지 않지만 정신건강거점센터를 이용하면 치료가 필요한 학생의 80%는 전문의 진료를 받고 약물치료·입원까지 이어진다. 즉 치료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학기 중 정신건강 상담이 많아지는 시기는

▲사실 고정비율은 없다. 다만 수년간 학생 치료를 진행하면서 경험해보니, 많은 변화가 발생하는 학기 초에 상담치료를 받는 학생이 확실히 많아지는 것 같다. 또한 시험이나 입시 등 다양한 특수상황이 학생 정신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정신상담을 필요한 학생 비율은 일정비율 식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대전지역 학생의 정신건강 특징이 있다면

▲대전 중산층 가정 대부분이 고학력자로서, 이런 부분이 좀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해 중산층이라는 경제적 위치에 이른 만큼, 가정에서도 공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그렇기에 고학력자인 부모·형제와 비교하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상담하면 학습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정신건강거점센터도 학습 스트레스로 인한 치료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대전 동·서간 정신건강에 지역 차이가 있는지

▲동·서 지역 차이가 극명하다는 점이다. 중산층 비중이 높은 서구·유성구의 경우는 학습 스트레스로 상담하거나 부모가 직접 아이와 함께 진료를 받는 일이 많다. 그런데 중구·동구·대덕구의 경우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부모가 아이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거점센터를 운영하면서 이곳의 아이들 상황을 알게 됐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아이들을 상담하고 치료해도 가정이 무너지고 생활환경이 좋지 않으면 치료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신건강거점센터 방문을 통해 아이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하며 치료 약을 처방한다. 어려운 환경의 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잘 버텨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진료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아이들 정신건강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

▲그렇다. 특히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 역할이 축소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본다. 학교는 또래가 모여 문화를 만들고 집단생활의 규범·적용을 배우는 곳이다. 부모와 다른 자신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만드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나이에 맞는 적절한 과업을 수행하는 나이로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문제가 크다. 친구와 관계를 통해 부모와의 관계를 극복하고 새 자아를 찾아야 하는데 그 기회가 정체됨으로서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2차 기회가 줄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겪는 정신적 문제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경제적 부담이 큰 저소득층 부모는 아이에게 쏟을 에너지는 적을 수밖에 없다. 만약 부모와 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아이들은 조숙해지고 진중해지겠지만, 관계가 좋지 않다면 아이들이 쉽게 절망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전보다 쉽게 나쁜 길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대전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정신건강거점센터는 의학계·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설치된 청소년 대상 정신건강 치료시설이다. 사진은 대전시교육청 정신건강거점센터가 마련된 나음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실 모습. 2022.04.15 jongwon3454@newspim.com

-정신건강거점센터 교육적 역할에 대해

▲지금 정신건강거점센터는 예전의 '마을 공동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전에는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면 마을의 친척들·교회 등에서 아이들 케어에 나섰다. 하지만 도시화로 인한 마을 공동체 붕괴로 그런 돌봄 시스템은 사실상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런데 사회가 비용을 내서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청소년 극단적 선택·자해 등을 막고 있다. 이는 산업화로 인한 공동체 붕괴로 발생한 비용이라 생각한다.

-위기학생 '적기' 치료 사례나 보람은 있었나요

▲문제 학생이거나 인격장애라고 취급받았던 아이들이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로 드러나서 치료받고 달라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약물·치료 처방을 받고 점차 호전되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이는 전문가 치료를 통해 학교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고 아이도 학업에 집중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할일은

▲정신과 의사로서 좋은 부모가 어떠한 부모냐는 질문을 간혹 듣는다. '나 스스로 잘하고 있다'라며 자녀교육에 자신감을 가지는 부모가 되기를 바란다. 일부에서는 자녀가 잘 자라는 것을 '부모 성적표'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잘 자랐다'는 기준은 또 어떻게 설정하겠는가. 일반적으로 아이 성적을 기준으로 삼는데 그건 양육의 영역 중 교육 부문에만 해당되는 기준이다. 자존감·주변인 관계 형성·정서 등 다양한 영역도 있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부모가 스스로 '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이에게 너그러워진다. 나쁜 부모라 생각하면 스스로 불편해하고 결국 아이에게 화살이 날아간다.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부모에게 '병원에 아이를 데려온 것만으로도 당신은 좋은 부모'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모로서 자신만의 자존감을 지키고 외부 요인에는 절대 흔들리지 말라는 당부이다.

-올해 정신건강거점센터 운영 계획을 설명하자면

▲학교 상담의 최전방에 있는 위클래스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하려고 한다. 실제로 담임이나 위클래스 교사들은 수고가 많다. 일선에서 항상 아이들을 보는 이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정신건강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진료·치료, 접근성 강화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전반적인 정신건강 인식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또한 학부모 교육을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한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자녀교육의 자신감을 북돋울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뉴스핌·대전교육청 공동기획] 

nn0416@newspim.com, jongwon345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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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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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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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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