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호출회사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이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 당국의 압박 속에 미국 증시에서의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도 언급됐던 가운데 내달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진 상폐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바이두(百度)] |
디디추싱은 지난 16일 밤 지난해 4분기 및 2021년도 재무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디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한 407억 7700만 위안에 그쳤고,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72억 21000만 위안에서 94% 이상 줄어들면서 3억 8300만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디디추싱의 2021년 매출액은 1738억 27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무려 368.5% 급감하며 500억 3100만 위안(9조 66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디디의 적자 규모가 확대된 것은 디디 산하 공동구매 사업 부문인 청신유셴(橙心優選) 사업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디디추싱은 지난해 3분기 청신유셴 투자에서 208억 위안의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청신유셴 실적 악화는 중국 당국의 규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해 3월 청신유셴에 15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원가보다 싼 값에 물품을 덤핑 판매함으로써 생산 경영 질서를 어지럽히고 다른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했다는 것이 벌금 부과의 이유였다. 같은 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청신유셴의 대규모 감원 및 긴축 전환 소식이 전해졌고, 얼마 뒤에는 디디추싱 앱 페이지에서 청신유셴 카테고리가 삭제됐다.
디디추싱은 사실 지난해 실적 면에서 양호한 출발을 알렸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세를 찾아감에 따라 중국 차량호출사업 부문 수입이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차량호출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7.1% 늘어난 392억 300만 위안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448억 400만 위안에 달했다.
그러나 3분기에 접어들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중국 당국이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디디추싱이 알리바바·텐센트와 함께 당국의 집중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사이버보안 당국이 지난해 7월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관련 앱 26개를 전부 삭제하라고 명령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는 작년 7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데이터 보안 위험에 대비하고 국가 안보와 공공 이익을 지키기 위해 디디추싱에 대한 네트워크 보안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히면서 조사 기간 동안 디디 추싱의 신규 가입자 모집을 금지했고, 이틀 뒤인 4일에는 각 앱스토어들에 대해 디디추싱 앱을 제공 목록에서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규제 충격으로 디디추싱의 차량호출부문 매출액은 3분기 전년 같은 기간의 411억 1100만 위안에서 5.1% 감소하며 390억900만 위안으로 줄어들었다. 4분기 매출액은 407억 7700만 위안, 전년 같은 기간의 466억 9900만 위안에서 12.7% 감소한 것이다.
이로써 디디추싱 차량호출사업 부문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1% 늘어난 1605억 2100만 위안, 세전 영업이익(EBITA)은 전년 동기 대비 54.8% 늘어난 61억 29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디디추싱은 이제 나스닥에서의 상폐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상하이정취안바오(上海證券報) 등 현지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16일 공시를 통해 오는 5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나스닥 상폐 문제를 표결에 부칠 것이라며 상장 폐지 절차가 마무리 되기 전까지 다른 증시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디디추싱은 앞서 지난해 6월 30일 나스닥에서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44억 달러를 조달했다. 그러나 상장 이틀 뒤 중국 당국이 규제 칼날을 꺼내들면서 디디추싱을 압박했다. 앱스토어에서의 앱 삭제를 주문한 데 더해 플랫폼 내 운전 기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규제 수위가 높아지자 디디추싱은 올해 1월 초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하고 홍콩 증시에 재상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의 상폐 가능성에 대해 정부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질의응답 형식으로 낸 입장문에서 "디디추싱의 미국 시장 철수는 개별적 사안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 중인 다른 중국 기업과 무관하다"며 "중미 양국의 관리갑독 협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디디추싱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14일(현지 시간) 2.46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상장 첫날 종가 14.14달러 대비 82% 이상 급락한 것이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