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콘연합회, 전국 200여개 회원사 공사 중단 참여 선언
일 년 새 시멘트‧철근 원자재값 3배 이상 상승
올 1분기 현대·GS·DL이앤씨·대우·HDC현산 영업익 급감
건설사, 추가 공사비 인상 놓고 재건축‧재개발 조합 협의 나서
[서울=뉴스핌] 유명환‧김성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건설사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온 철근·콘크리트(철콘)연합회가 현대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공사현장을 시작으로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대우건설 등을 상대로 무기한 공사 중단(셧다운)에 나설 예정이다.
철근콘크리트 업계와 건설사의 협상이 양측의 입장차와 자재비 추가 인상 여지로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철광석, 유연탄, 석탄 등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가 수급 차질로 인해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 공사중단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유명환 기자] 2022.04.18 ymh7536@newspim.com |
◆ 현대건설 셧가운 시작해 전국 사업장 '적용' 방침
20일 서울·경기·인천 등 철콘연합회에 따르면 철콘업계는 오는 20일부터 전국 200여개 회원사가 현대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현장 사업장을 시작으로 전 현장을 대상으로 셧다운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공사 중단은 원자재값 인상 협상이 무산됨에 따른 것이다. 연합회는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해 철근과 시멘트 원자재인 철광석‧유연탄 상승과 더불어 인건비 등 급격한 원가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원청사에 계약금액 20%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전국 건설현장 30곳에서 일제히 공사 보이콧을 강행하기도 했다.
연합회는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전국 사업으로 셧다운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는 국내 대형사 중에서 현대건설이 대금 인상에 가장 비협조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국 현대건설 현장은 71개 현장이다.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는 12개 업체가 50개 현장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자체조사결과 하도급 업체 가운데 공사 중단 참여의사를 밝힌 업체가 없는 만큼 공사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계약된 업체와 자재비 상승분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고 있으며,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대우건설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만약 셧다운이 현실화 되면 전국 건설현장 600곳이 멈추며 공기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철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아파트 분양가를 비롯한 건설 원가 상승이 뒤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학노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 사용자연합회 대표는 "전국 연합회 소속 회원사가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전국 건설공사를 중단하기로 결의했다"며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4.19 ymh7536@newspim.com |
◆ 러시아·우크라 전쟁 여파로 철광석‧유연탄 3배 상승
갈등의 봉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유연탄 가격은 t(톤)당 84.31달러에서 258달러로 3배 이상 올랐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은 급등한 유가·유연탄 가격이 안정화하지 않으면 지난해 대비 건축물은 1.5%, 일반 토목시설은 3% 생산 비용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연료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중 75%는 러시아산이다. 영국 유연탄 가격 평가기관인 GCI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 12일 톤당 328달러로 2020년 평균 가격(60달러)의 5배를 넘어선 상태다.
일일 수요·공급량을 고려하면 이달 중 시멘트를 원료로 하는 레미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철근 값 역시 세계 각국의 인프라 사업 확대, 중국의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맞물리면서 톤당 152.06달러에 달한다.
원자재값 상승은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은 이미 매출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순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1분기 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1조6104억원 영업이익 8255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10.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0.7% 감소했다.
건설업계는 원자재값 상승이 공사비로 직결되면서 각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근·레미콘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4.19 ymh7536@newspim.com |
◆ 공사비 인상 놓고 건설사‧조합 갈등 고조
건설업계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분양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연합회가 주장하고 있는 비용을 반영할 경우 분양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사 진행률이 5% 이하인 사업장에 대해선 조합과의 공사비 증액분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지역의 재건축 최대 사업장으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공사비 갈등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지난 15일 오전 0시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켰다. 공사 현장 곳곳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고, 공사장 전체는 전면 출입을 통제했다.
이로 인해 내년 8월 예정된 분양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593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 2032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규모가 큰데다가 현재까지 공정률만 52%에 달한다.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가 5600억원의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었는데, 새 조합 집행부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갈등이 공사 중단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시공단은 입장문에서 "2020년 2월 15일 착공 이후 약 1조 7000억원의 외상 공사를 해왔고, 공사비와 별개로 시공단의 신용공여(연대보증)로 조합 사업비 대출 약 7000억원을 조달하고 있다"며 "조합이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공사 도급 변경 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는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현재의 상황이 장기화될 것에 대한 우려도 전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장은 속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인상된 공사비를 반영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협의를 준비하고 있지만, 추가되는 분담금으로 인해 난색을 표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조합의 경우 계약 파기까지 검토하는 곳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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