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보다 '강대강'국면 지속할 가능성 커
민생 뒷전 '책임론' 부각되면 국정주도권 향배 불투명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취임식을 갖고 제 20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역사적인 5년간의 대항해에 나선다. 그러나 여소야대, 힘의 불균형 속에서 취임 시점부터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는 0.7% 차이라는 역대 직선제 대통령 선거 사상 가장 근소한 표 차이를 배경으로 출범하는 만큼 국정운영에 있어 상당한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으로 벌써부터 예상되고 있다. 또 윤 당선인의 상대적으로 낮은 집권초기 지지율도 국정동력을 약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때 부터 정권초 추진할 각종 개혁 과제와 입법 현안들은 현실적 장벽에 막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5.06 photo@newspim.com |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현지시간) 윤 당선인이 저조한 지지율과 산적한 난제, 여소야대 세력 구도에 갇혀 험난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새로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냐 마이웨이식 대결적 정국운영이냐'를 두고 윤 당선인이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당분간 이같은 갈등 국면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새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선임하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부터 발목이 잡혔다.
9일까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 후보자와 청문통과 가능성있는 후보자를 포함하면 7명 정도이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박진 외교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등 5명의 장관 후보자를 윤 당선인이 임명 강행한다면 모두 12명 정도에 그친다. 결국 총 20명의 국무위원중 과반을 겨우 넘는 숫자의 '반쪽 내각'으로 국정을 시작하게 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측은 소상공인 코로나19사태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빠른 처리를 위해 12일 혹은 13일에는 국무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같은 사정에 따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권한대행으로 장관 후보자들을 제청한 뒤 이날 문재인 정부 장관들이 일부 참석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진행하는 보기드문 광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편, 검찰의 독자 예산편성 등을 담은 형사사법 개혁 및 검찰청법 개정 등도 거야(巨野)의 벽에 막힐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양도세 완화 등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과 대출규제 완화 등 부동산 정책 정상화 과제도 공회전만 거듭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이틀 앞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국방부 의장대가 취임식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22.05.08 yooksa@newspim.com |
이처럼 핵심 공약이나 국정과제의 추진이 줄줄이 지연될 경우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를 첫째 국정목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에 타격을 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미 200만원 병사급여, 소상공인 손실보상, 1기 신도시 재정비 등 대형 공약들이 임기 초부터 추진되지 않고 숨고르기에 들어감에 따라 공약후퇴란 비판을 들어온 만큼 앞으로 국정동력 확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성장의 주도권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겨 역동적 경제를 재현하겠다'는 윤 당선인과 새 정부의 원대한 구상도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될 수 있다.
정가에서는 여야간 격렬한 '강대강' 대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중인 입법권력을 무기로 새 정부 흔들기를 하고 있으며 이같은 움직임은 총리 및 장관 인사청문 단계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적어도 지방선거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윤 당선인과 여권은 이에 맞서 '마이웨이'식 대치를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원 교수는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안 중재안을 윤 당선인측이 거부한 것은 당분간 협치를 포기하고 '강대강 대치'로 가겠다는 신호탄이었다"며 "공약사항이나 주요 국정과제, 민생현안들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그 책임소재를 따지는 방향으로 정국을 끌고 가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겸임교수는 "'검수완박'법안사태에 이어 인사청문회를 놓고 또다시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당분간 신 여야의 통합과 협치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윤 당선인측은 6.1지방선거를 압승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어느 정도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가에서는 첨예한 검수완박법안 사태와 인사청문 정국에 이어 추경 등 산적한 새 정부 출범초기 민생 현안을 뒤로 한 채 신구권력이 극렬한 갈등을 지속한다면 서민들만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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