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기자수첩] '뜨거운 싱어즈' 김영옥과 나문희의 웅변 "노년의 봄날은 진행중"

기사입력 : 2022년05월24일 12:28

최종수정 : 2022년05월24일 12:41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화가 고야는 80세가 되었을 때 하얀 수염과 덥수룩한 머리에 파묻힌 얼굴에 지팡이 두 개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한 노인을 그렸다. 거기에 붙은 설명구는 '나는 언제나 배운다'였다. 이 작품에서 고야는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나타냈다.

보들레르는 흔히 시인으로만 알고 있지만 걸출한 미술비평가이기도 했다. 후기 인상주의와 그의 후계자들은 보들레르의 미학적 성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보들레르는 늙은 고야가 보여 주었던 놀라운 젊음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말년의 고야는 남이 연필을 깎아주어야만 할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 그러나 이 때에도 그는 매우 중요한 석판화를 만들었다. 그것들은 세밀화로 된 거대한 그림, 놀라운 판화들이다. 이것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운명을 지배하는 이상한 법칙에 대한 새로운 증거다. 그 이상한 법칙이란 삶은 지성에 역행하여 다스려지므로 위대한 예술가들은 한쪽에서 잃은 것을 다른 쪽에서 얻으며, 이렇게 진보적인 젊음을 따라 점점 강해지고, 원기를 되찾으며, 무덤가에까지 더욱더 대담하게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상한 법칙'은 마티스에게도 발현되었다. 마티스는 일흔 두 살 때 대장암으로 인한 대수술을 받고 휠체어에 갇힌 상태에서 더 이상 붓을 쥐기가 힘들어졌다. 그러자 그는 좀더 다루기 쉬운 재료와 도구들을 집어들었다. 색종이를 오려서 붙인 그림, 종이예술은 그렇게 태어났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은 채로 보조원들에게 색종이를 이리저리 배치하게끔 지시했고, 그런 열정적 활동이 그에게 제2의 전성기와 걸작들을 남겨주었다. 

마티스는 또 일흔 여덟살 때 자신의 꿈의 결정체였던 로사리오 예배당을 짓기 시작했다. 예배당은 여든 한 살 때 완성됐다. 이 예배당이야말로 마티스 자신의 말마따나 창작에 바쳐진 자신의 전 생애의 완성이었다. 마티스는 여든 다섯에 세상을 떠났다.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장에서 영화 <위대한 쇼맨>의 OST 'This Is Me' 합창 공연을 하는 jtbc 프로젝트 예능 '뜨거운 싱어즈'가 100간의 여정을 끝냈다. 권인하를 제외하면 모두 가수가 아닌 연기자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지난 100일 동안의 힘든 연습 끝에 큰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합창단에는 1937년생 최고령 연기자이자 성우인 여든 다섯 살의 김영옥, 1941년생 역시 연기자이자 성우인 여든 한 살의 나문희가 포함돼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장에서 'This is me' 합창 공연으로 100일 동안의 여정을 마감한 김영옥(오른쪽)과 나문희. [사진='뜨거운 싱어즈' 방송화면 갈무리] 2022.05.24 digibobos@newspim.com

김영옥은 8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 출연으로 가장 바쁜 연예인이다. 어느 날이든 TV에서 김영옥의 얼굴이 나오지 않고 넘어가는 일은 없다. 그런 숨가쁜 일정에서도 김영옥은 'This Is Me'  합창 연습에 참여해 일반인들도 익히기 어려운 노래를 습득했다. 그런 김영옥보다 네 살 아래인 나문희 역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빠지면 허전한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뜨거운 싱어즈'에서도 소프라노의 일원으로 매우 인상적인 도입부를 수행했다.

23일 방영된 '뜨거운 싱어즈' 합창 공연에서 나문희는 자신의 내레이션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 내레이션에서 나문희는 자신이 첫 연기상을 탄 나이가 56세였다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가는 것이 삶의 진리임을 강조했다.

'뜨거운 싱어즈'는 김영옥과 나문희가 없었더라면 매우 밋밋한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을 것이다. 제작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여든 살이 넘은 두 '선생님'을 캐스팅했을 것이다. 이런 전략은 매우 맞아떨어져서 이 예능이 진행되는 내내 두 사람의 에피소드가 사람들의 감성라인을 터치했다. 프로그램 초반 두 사람이 함께 부른 <봄날은 간다>는 두 사람의 나이, 삶의 굴곡과 어우러지며 정말 뭉클하게 눈물 샘을 자극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뜨거운 싱어즈'가 합창 공연으로 긴 여정을 마감했다. [사진='뜨거운 싱어즈' 방송화면 갈무리] 2022.05.24 digibobos@newspim.com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김영옥과 나문희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80년이 넘는 세월에서 20대부터 희로애락을 함께 겪은 그들인지라 우정의 깊이도 남다를 것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일 터였다. 그들은 얼굴을 보지 못할 때에도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며 상대방을 칭찬한다고 한다. 어디 프로그램에 나온 그 장면 정말 좋았다고 말한다고 한다.

여든 살이 넘었으면 봄날은 갔다고, 진작에 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김영옥과 나문희에게 봄날은 계속 되고 있다. 그들이 활동을 멈추지 않는 한 봄날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열정적인 노년의 봄날은 아름답다. 그들은 이렇게 노래한다. "이게 바로 나야(This is me)"

digibobo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모바일 주민증' 27일부터 시범 발급 [세종=뉴스핌] 김보영 기자 = 앞으로 17세 이상 국민 모두가 주민등록증을 스마트폰에 담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7일부터 전국민의 신분증인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한다고 26일 밝혔다.                             모바일 주민등록증= 행안부 제공2024.12.26 kboyu@newspim.com 행안부에 따르면,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먼저 세종특별자치시, 고양시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발급을 해 시스템 안정성을 검증한 뒤 내년 1분기 중 전국에서 발급할 계획이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법령에 따라 개인 스마트폰에 발급되는 법적 신분증으로, 기존 주민등록증을 소지한 모든 국민(최초 발급자 포함)이 신청할 수 있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2021년부터 제공된 모바일 운전면허증, 국가보훈등록증, 재외국민 신원확인증에 이어 네 번째 추가되는 모바일 신분증이다. 행안부는 먼저 세종시, 전남 여수시, 전남 영암군, 강원 홍천군, 경기 고양시, 경남 거창군, 대전 서구, 대구 군위군, 울산 울주군 등 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하며, 이후 내년 1분기 중으로 전 국민에게 발급할 계획이다. 시범 발급 기간 동안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해당 지역인 주민들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IC주민등록증'을 휴대폰에 인식시키거나 'QR 발급' 방법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다. 전면 발급 시에는 정부24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며, 신청 시 6개월 이내의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QR 발급 방법은 사진 제출이 필요 없지만, 주민등록증 사진이 오래된 경우 모바일 신분증 앱에서 안면 인식이 어려울 수 있어 재발급 후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이 가능하다. 한편,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여 개인정보 유출 및 부정 사용을 방지하고 높은 보안성을 제공한다. 본인 스마트폰에만 발급되며, 분실 시에는 잠김 처리되어 도용을 막을 수 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1968년 주민등록증 도입 이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변화가 이루어졌다"며 "이번 시범 발급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oyu@newspim.com 2024-12-26 13:18
사진
LIG넥스원, 루마니아 방공시스템 탈락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IG넥스원이 루마니아 정부의 단거리 방공 시스템 도입 입찰에서 서류상 오류로 탈락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지난 16일 루마니아의 공공조달 관련 민원 행정기관인 CNCC에 입찰 탈락 관련 이의를 제기했다 LIG넥스원 판교R&D센터 전경 [사진 = LIG 넥스원] LIG넥스원은 이달 초 루마니아의 단거리 방공 및 초단거리 방공 시스템 2차 입찰에서 탈락한 바 있다. 입찰 참여 초기 단계에 필요한 보증금 영수증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서류상 실수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LIG넥스원은 이견을 주장하고 있다. 입찰 회의 당시 공정하지 않은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LIG넥스원은 이의제기 문서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아직 탈락한 것은 아니고 서류제출 과정에서 상호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며 "수출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사업 주관 기관에서 정한 이의제기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입찰 보증금 규모는 해당 입찰 진행 사업비의 1% 수준인 420만달러(61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aykim@newspim.com 2024-12-24 15: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