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저점 딛고 반등한 미 증시 '서머 랠리' 기대감↑
단기적으로 악재 선반영...7월까진 '안정적 흐름' 전망
완전한 추세 전환보다는 '베어마켓 랠리' 관측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지난주 미 증시의 주요 지수는 주간으로 1% 내외 하락하며 수주 만에 반등했던 직전 주의 흐름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6일(현지시간) 주요 지수가 다시 반등에 성공하며 '서머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서머 랠리는 매년 6~7월 여름 휴가철 직전 트레이더들이 미리 하반기 투자 종목을 사놓고 떠나면서 나타나는 강세장을 의미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27일(현지시간) 마감하는 한 주 다우지수는 9주 만에 상승 전환하며 90년 만에 최장기 하락장에 마침표를 찍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주간으로 각각 6.5%, 6.8% 상승해 8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연중 저점을 딛고 반등한 미 증시의 향방을 두고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랠리가 진정한 바닥 끝에 나온 '찐(진짜)반등'인지 아니면 '불트랩'(약세장 속 일시적 랠리)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6월과 7월 두 차례 회의에서 각50bp(1bp=0.01%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당분간은 지수를 추가로 끌어내릴 만한 카드는 더 없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나올 악재는 주가에도 이미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은 92.9%를 기록했다. 7월 회의에서 또 다시 50bp 인상 가능성은 83.7%에 달했다. 9월 회의에서 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은 63.3%, 25bp 인상 가능성은 25.1%에 달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9월 50bp 인상 가능성까지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페드워치에 따른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사이트] 2022.06.07 koinwon@newspim.com |
◆ 인플레·고용 정점 기대감…'악재는 이미 선반영 됐다'
향후 최대 3차례 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된 가운데, 향후 연준의 추가 긴축의 열쇠가 될 고용과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가고 있다는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고용지표는 기대 이상의 탄탄한 개선세를 나타내며 연준의 긴축 가속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6일자 CNBC는 세부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5월 고용 수치가 향후 고용과 임금 상승세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39만명이 늘어 로이터가 제시한 월가 전망치 32만8000명을 대폭 상회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4월 기록한 43만6000명보다 줄어든 수치며, 2021년 4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소치에 해당한다.
또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년 대비로는 5.2%가 올라 높은 수준이었지만 월간 기준으로는 0.3% 상승하는데 그쳤다. 0.4% 상승을 예상한 시장 전망도 소폭 밑돌았다. 임금인상이 물가를 더 자극하는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을 우려해 온 연준으로서는 안도할 만한 소식이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이러한 수준의 강력한 고용지표는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란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과열됐던 노동 시장도 차츰 안정되며 지난해 월 평균 50만 건을 웃돌던 신규 고용이 점차 줄어들며 팬데믹 이전인 월간 20만 건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역시 인플레 정점 기대감을 강화했다. 4월 PCE는 1년 전에 비해 6.3% 상승해 40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3월의 6.6%에서 둔화했다. 연간 기준으로 PCE 물가 상승률이 하락한 것은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PCE 물가지수(식품과 에너지 제외)는 같은 기간 4.9%로 전달 5.2%보다 낮아졌으며 두 달째 상승세 둔화를 이어갔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4월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NBC는 5월 CPI가 전년 대비 8.2%, 전월 대비 0.7%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3월 8.5%(전년 대비)에서 4월 8.3%로 둔화된 데 이어 5월에도 8.2%로 낮아지며 3개월째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CPI 상승률, 자료=미 노동부, 트레이딩이코노믹스] 2022.06.07 koinwon@newspim.com |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9%, 전월 대비 0.5% 상승을 점쳤는데, 역시 4월의 6.2%(전년 대비), 0.6% 상승보다 더뎌질 것으로 봤다.
시장의 예상대로 5월 CPI 상승률이 둔화하면 연준의 '인플레 정점론'에 힘을 실리며 연준의 운신의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혔다고 판단되면 연준이 경기 침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긴축을 강화할 명분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연준의 긴축 우려에 움츠러들었던 증시에도 희소식이다.
이처럼 고용과 인플레 지표가 피크아웃 가능성을 신호하고 있는 데다, 6,7월 각 50bp 금리 인상 전망도 어느 정도 주가에도 반영된 만큼 별다른 서프라이즈가 없는 한 7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까지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단기적으로는 랠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추세 전환보다는 베어마켓 랠리 가능성…우크라·긴축 등 '첩첩산중'
다만 다수의 월가 투자은행들은 바닥을 딛고 일어선 미 증시가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서머 랠리'를 펼친다고 해도 완전한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당장 증시가 바닥을 치고 반등에 성공했지만 전고점을 다시 테스트할 만큼 강력한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뉴스핌=김나래 기자]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모습. 2022.04.06 ticktock0326@newspim.com |
당장 7월까지 연준의 정책이야 시장에 반영됐다지만, 9월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단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두고도 당장 연준에서 엇갈린 발언이 나오고 있다. 최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물가압력 진정을 전제로 9월에 금리인상을 "쉬어가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 중단론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반면, 지난 2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9월 금리 인상 중단론에 대해 현재로서는 중단해야 한다는 근거를 찾기 매우 어렵다고 언급했다.
또 연준이 6월 1일부터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에 공식 돌입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 회수가 시장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도 미지수다.
더불어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등,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 등도 증시의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이 단기적으로 시장이 랠리를 보여도 이를 완전한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 BofA, S&P 4400 이르면 '숏'...모간, 8월 중순 3400까지 빠질 것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앞서 3일 투자노트에서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강세및 약세장 지표(Bull & Bear Indicator)'가 0.4로 하락하며 '역발상(Contrarian)' 매수 신호가 켜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의 랠리가 이어지며 S&P500지수가 최대 4400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지수가 4400에 이르면 투자자들이 숏(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6일 S&P500 지수는 0.31% 오른 4121.43에 장을 마쳤다.
미국 6대 대형은행의 로고 모음 [사진=로이터 뉴스핌] |
BofA는 과거 2000~2002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에도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장을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단기 랠리가 8차례나 나타났으며, 모두 최소 18%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당시와 비슷한 랠리가 이번에도 이어지면 나스닥100지수가 현 주가에서 3%가량 오른 1만30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같은 랠리는 약세장 속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미 증시가 진정한 랠리를 이어가려면 연준의 의 긴축 정책이 종료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비농업 부문 고용이 감소세로 돌아설 정도로 고용 상황이 악화되기 전까는 연준의 긴축 종료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모간스탠리는 이보다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마이클 윌슨이 이끄는 모간스탠리 전략팀은 지난 31일 투자노트에서 최근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S&P500지수가 8월 중순에는 지금보다 18%가량 낮은 3400까지 떨어질 것이란 기존의 전망을 재차 확인했다.
이들은 최근 미 증시의 랠리가 '과매도'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과 더불어 연준이 8월에는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장 충격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시장이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윌슨은 S&P500의 1년 후 전망치는 3900으로 제시했는데, 지금보다 5% 더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본 셈이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전망치는 경기 침체 상황은 가정하지 않은 것이라면,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전망치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