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정국 협치로 무난히 돌파...
지선 승리, 국정동력 확보...산적한 현안 도전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째가 됐다. 건국 이후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자 정치현장 경험이 없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한 달은 탈관행과 파격의 연속이었다.
검찰 권력의 수장에서 불과 1년 만에 대한민국의 수반으로 직행한 윤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와 함께 기대가 교차했다. 특히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야당을 상대로 협치의 국정을 이끌고 가는 비정치인 출신 대통령의 모습은 대단히 낯설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최상목 경제수석 생일을 맞아 7일 서울 종로 한 피자집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최상목 경제수석과 함께 오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06.07 |
그러나 국민들 속으로 스스럼없이 쑥 들어가는 비정형성 동선과 계속 세워가고 있는 '최초'기록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윤 대통령만의 신선한 존재감으로 도리어 부각되고 있다. 서민들에게 끊임없이 다가서려는 파격적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는 부류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6.1지방선거의 여당 압승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 속 국정 운영과 함께 북한 미사일·핵 문제, 신냉전 체제 심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및 인플레이션, 코로나19 국면 탈피 및 경제회복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 방식의 난제풀이는 집권 5년 성패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처음'이 익숙한 대통령... 수시로 국민 속에
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오랜세월 유지돼온 권부의 관행과 시스템에 이전과 비교못할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뉴스핌]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2022.05.22 skc8472@newspim.com |
그 첫째가 청와대를 국민 품에 안기고 용산 국방부청사로 대통령실을 이전한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이자 권력 암투 등 부정적 이미지가 적지 않던 '세종로 1번지' 청와대를 과감히 벗어나 국민과 한층 가까워지는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다.
일부 지지층조차 반대한 집무실 용산 이전은 전격적인 결단 과정과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불과 50여일 만에 이뤄졌고 마무리공사까지 90여일만에 완료될 예정이다.
지금도 대통령실이 들어선 옛 국방부 청사는 엄숙하고 긴장감이 감돌던 청와대 분위기와는 달리 요란한 전동드릴 소리 속에서 내부개조공사 작업자들과 경호요원, 대통령실 직원 등이 한데 엉켜 어수선하고 분주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 용산 이전과 함께 이를 수시로 국민들에게 개방하고 본인 스스로 국민속으로 찾아가서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 엄중한 경호·보안 규정 속에 이뤄졌던 대통령의 대국민 접촉 행사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취임 첫 주말인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떡볶이 집에 난데없이 나타났다. 이어 서초구 반포 고속터미널 옆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 강남정에서 직접 구두를 구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윤 대통령 부부는 남산 한옥마을 산책까지 하면서 주말을 보내던 시민들에게 '과연 얼마나 지속될 지'하는 예상못한 상상을 계속 만들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용산 청사 인근 국숫집 점심식사, 주말 한강변 산책, 개방된 청와대 나들이, 종로 피자집 점심식사와 청계천 산책 등 '정해진 틀' 밖의 대통령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각종 행사를 통해 대통령실 자체가 대국민 접촉 공간으로 탈바꿈한 분위기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국민희망대표 20인 초청 오찬을 비롯 천안함 및 연평해전 참전장병, 복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 장병 및 유가족 초청행사 등이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청사 앞 잔디광장은 주민 초청행사 등을 통해 시민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울=뉴스핌]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2022.05.22 skc8472@newspim.com |
◆ 출근길에 국민을 만나는 대통령
지난달 11일 취임 이틀째인 윤 대통령은 출근하면서 청사 지하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마주섰다. 그리고 기자들의 현안 질문에 몇분간 답변하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TV속 모습이 용산 청사에서 펼쳐진 것이다.
이른바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은 이후 계속 이어졌고 정례화돼 한달여동안 12차례 이뤄졌다. 아직까지는 질의응답 내용이 제한적이고 짧지만 그날그날의 핵심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을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대국민 소통'차원에서 엄청난 변화라는 평가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는 KTX 특별 열차를 편성해 여당 의원 전원과 대통령실 참모, 장관들과 함께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보수 정당 국회의원이 이날처럼 대거 이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가 처음이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다수가 꼭두새벽에 KTX를 타고 이동한 것도 지극히 이례적이었다.
◆ 특유의 돌파력에도 아직 난제는 산적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출근길에 취임 한달을 묻는 기자 질문에 "열심히 해야 한다, 지금 시급한 현안이 한두개가 아니다"라며 "저는 원래 '한달됐다, 1년됐다' 이런 소감없이 살아왔다"고 답했다.
산적한 현안을 앞에 둔 윤 대통령이 특유의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친 언급이다. 여소야대의 절대 불리한 정치지형 앞에서 협치를 통해 정국을 이끌고 있지만 일단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힘의 균형에 다가선 만큼 국정운영의 동력을 본격 가동하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20일만에 1호 공약인 62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식이었다. 취임 이틀만인 지난달 12일 추경안 편성을 의결하고 역대 정권중 가장 빠르게 취임 6일만에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민생안정을 외치며 추경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이 결과 소상공인 371만명에 대한 600만~1000만원의 손실보전금 지급이 취임 한 달여만에 이뤄졌다. 힘든 정치 상황속에서 결단력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취임 11일만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외교안보분야의 최대 성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신뢰 구축은 물론 한미동맹의 공고화, 나아가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고물가, 원자재난, 고금리 등 민생안정 대책은 윤석열호의 힘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의 추진은 윤 대통령의 추진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skc84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