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뉴스핌] 고종승 기자 = 전북 고창군은 선운사 도솔암 극락보전 내 봉안된 '현황도(現王圖)'와 '독성도(獨聖圖)' 2점이 전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예고 됐다고 14일 밝혔다.
고창 선운사 도솔암 현황도와 독성도는 불교회화인 탱화(幀畵)다. 2점 모두 불화의 조성 기록인 화기(畫記)가 온전히 남아 있어 제작 연대(1896년/丙申), 봉안처(도솔암), 제작 화승(畵僧) 등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선운사 도솔암 현왕도(우)·독성도(좌)[사진=고창군]2022.06.14 gojongwin@newspim.com |
사람이 죽은 후 3일 만에 망자를 심판하는 현왕과 그의 권속을 그린 '현왕도'는 명부(冥府)의 회주(會主)인 보현왕여래(普現王如來)를 중심으로 여러 명의 권속이 배치된 불화이다.
현왕도는 전체 111.3×91.7㎝(화면 103.0×85.2㎝)의 크지 않은 화면에 현왕을 중심으로 녹사(錄事)와 판관(判官), 사자(使者), 동자(童子) 등의 권속들이 명부에 글을 적거나 책을 들고 있다.
산개(傘蓋)와 파초선(芭蕉扇)을 들고 있는 등 전체적으로 심판장의 긴박감이 느껴지며 상호 교감하는 인물들의 자세가 돋보인다.
현왕은 산수가 그려진 육곡병풍(六曲屛風)을 배경으로 독특한 모양의 의자 팔걸이에 팔을 걸친 채 위엄있게 앉아 있고, 무장형(武將形)의 의복을 입고 머리에는 독특한 형태의 상투관을 쓰고 있는 등 현장감 있는 구성과 인물과의 유기적 관계, 성정이 드러나는 얼굴표현, 화승 봉화(奉華) 스님을 수화승(首畫僧)으로, 소현(所賢)과 긍엽(亘燁) 3명의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됐다.
독성도는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구성, 탄탄한 도안과 격조 있는 얼굴표현 등 필력이 돋보이며, 독성도의 특징이 잘 표현되었고, 화기의 내용도 파악할 수 있는 등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유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독성은 홀로 깨달음을 얻은 성자(聖者)로, 16나한 중 첫 번째 존자인 빈두로존자(Pindola-bharadvaja, 賓度羅跋羅囉惰闍)이고, 천태산에서 수행하여 깨달은 나한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나반존자(那畔尊者)라고도 불리 운다.
독성도는 118.5×65.7(화면109.3×59.2)㎝의 불화로,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소나무가 넓게 늘어놓은 모습 및 흰 줄기의 폭포수, 파초와 꽃 등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독성과 그를 시좌(侍坐)하는 동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안정된 화면구성과 활달한 필선, 산수배경과 조성 기록인 화기(畫記)까지 온전히 남아있어 19세기 전북지역 독성도의 도상과 독성신앙, 화승의 활동 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화승 봉화가 사불산화파 내에서 독립적인 활동을 하던 시기에 그린 것으로 봉화의 전성기 시절의 기량이 반영되었고, 주로 경북지역에서 활동했던 봉화가 전라북도에서 조성한 드문 불화이다.
gojongw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