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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시시콜콜] 부르주아의 '거미'는 왜 알을 품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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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71세가 되어서야 국제적 명성 획득
'마망' 1947년 첫 드로잉 후 설치작품되기까지 50년 걸려
뱃속의 대리석 알 26개는 모성애 상징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프랑스 출신의 미국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표작 '거미' 조각의 1996년 버전이 스위스 아트바젤 VIP 개막일인 13일(현지시각)에 4000만달러(약 517억원)에 팔려 화제다. 개인 컬렉터가 내놓은 것을 역시 또 다른 컬렉터가 사들였다고 한다.

이 작품의 높이는 3.35m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3.35m 크기 '거미'의 경매 기록은 지난 1997년에 주조된 청동 버전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3200만달러에 판매된 것이 기존의 최고가였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도발이다. 도발이 없으면 지루하다. 그렇지만 도발은 저열과 천박의 영역에 속할 때가 많다. 그래서 도발은 늘 실패와 성공의 경계에 놓여 있다. 도발은 아주 낯설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시선을 추적해야 한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는 예술적 도발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도발은 나이 일흔 살이 넘어서야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는 10대에 에콜 드 루브르(École du Louvre)에 입학하여 미술공부를 시작했고,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에서 그림을 배웠으며, 레제(Fernand Léger)의 문하생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렇게 일찍 미술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오랜 무명의 세월이 있었다. 1982년 일흔한 살의 나이가 되어서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1993년 여든이 넘은 나이에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미국 대표작가로 참여했다.

기존 작은 거미와 달리 8개의 다리를 가진 높이 30피트(9.1m)의 거대한 강철 거미인 '마망(Maman·엄마)'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튜빈 홀(Turbine hall)이었다. 그해 테이트 모던의 전시작이었던 'The Unilever Series'의 하나로 1999년에 제작한 것이었다. 야외 템스 강변으로 옮겨져 있는 이 작품은 해외 전시를 위해 자주 자리를 비운다.

'마망'이 루이즈의 드로잉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47년이었다. 그러니 잉크 드로잉으로 그려진 그녀의 구상이 설치미술의 입체로 실현되기까지는 무려 50여년이 걸린 것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런던 세인트 폴(Saint Paul) 대성당이 보이는 템스 강변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 앞의 마망 [조용준 사진] 2022.06.16 digibobos@newspim.com

마망을 영구 전시하는 곳은 전 세계에 6군데 밖에 없다. 테이트 모던에 이어 가장 먼저 마망을 구입한 곳은 스페인 북부, 프랑스에 가까운 한적한 도시 빌바오(Bilbao)의 구겐하임(Guggenheim) 미술관이었다. 빌바오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쇠락한 탄광도시였다가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으로 인해 기적처럼 부활한, 예술 마케팅의 가장 상징적인 도시다. 그러니 미술관 건립과 함께 마망 구입에도 '배팅과 같은' 과감한 투자를 했으리라 보인다.

빌바오의 구겐하임은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 1929-)의 작품인 티타늄 외벽 '메탈 플라워(metal flower)' 그 자체로도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했는데, 건물 바깥에 너무나도 유명한 대형 설치미술 작품을 3개나 전시하고 있다. 마망은 미술관 뒷편 강가에 놓여 있고, 앞의 입구에는 앤디 워홀 이후 가장 각광받는 팝 아티스트인 제프 쿤스(Jeff Koons, 1955-)의 작품 대형 꽃 강아지(Puppy)가 설치돼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마망. 알 주머니에는 26개이 대리석 알이 들어 있다. [조용준 사진] .2022.06.16 digibobos@newspim.com

나머지 4개 중 2개는 아시아에 있다. 바로 서울과 도쿄다. 삼성의 리움(Leeum)미술관이 마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하다. 그러나 리움 미술관의 전시 방식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마망은 매우 넓은 공간, 그리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있어야 작품이 가진 본래의 미학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다. 그런데 리움의 마망은 삼성미술관 앞의 넓은 뜰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접근성에 제약이 많은 너무 좁은 곳에 갇혀 있어서, 시각적 한계를 노정했다. 

사실 리움에 마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았으리라. 그런데 리움의 마망은  2005부터 2012년 까지 설치됐다가 2012년 10월 애니시 커푸어(Anish Kapoor, 의 <큰 나무와 눈(Tall Tree and Eye)>이라는 작품으로 바뀌었다. 

거미는 무엇인가 먹이가 많이 돌아다니는 번잡한 곳에 거미줄을 친다. 그래야만 먹이를 잡고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니 사람의 왕래가 잦지 않은 곳에 살았던 리움의 거미는 먹고 살기 힘들었을 법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리움의 마망은 현재 호암미술관 인근 수변공간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이제 제대로 된 공간을 찾았다는 생각이다. 호암미술관은 현재 휴관 중이라 수변공간 근처 접근은 어렵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호암미술관 수변공간으로 옮겨져 전시 중인 '마망' [사진=호암미술관] 2022.06.17 digibobos@newspim.com

도쿄의 마망은 롯폰기 힐즈에 있는 모리 미술관(森美術館) 입구의 뜨락에 있다. 모리 미술관 것 역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보기 위해 가려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도쿄 롯폰기 모리미술관 앞의 '마망' [조용준 사진] 2022.06.16 digibobos@newspim.com

나머지 두 개는 오타와(Ottawa)에 있는 캐나다 내쇼날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Canada)와 2011년에 개관한 미국 아칸사 주 벤톤빌(Bentonville, Arkansas)의 크리스탈 브리지 박물관(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이 소유하고 있다. 캐나다 내쇼날 갤러리는 마망을 2005년에 320만 달러에 구입했는데, 당시 너무 비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마망은 테이트 모던 것만 모두 강철(stainless steel)로 되어 있고, 나머지 것은 청동과 강철으르 함께 사용한 제품이다. 마망은 알 주머니에 모두 26개의 대리석 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거미를 형상화한 작품에 프랑스어로 엄마를 뜻하는 '마망'을 제목으로 삼았을까.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저마다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 작품에 대하여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나의 어머니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어머니에 대한 연대감 등 유년의 기억을 불러와 자기 알을 보호하려는 모성과 경외감, 두려움을 거대한 크기로 표현하였고 상대적으로 가늘고 약한 다리는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표현하였다." 

따라서 이 조각상은 무서운 거미를 나타낸 게 아니라 엄마 거미가 뱃속에 있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다리를 넓게 뻗고 있는 모성애의 한 장면을 나타낸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루이즈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애정 없는 사업 파트너(태피스트리 복원 사업)에 불과했다. 루이즈는 어머니의 묵인 속에 자신의 보모이자 영어 가정교사가 어버지와 불륜 상태로 지내는 것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나이 스물 한 살에 어머니가 사망하자 루이즈는 세느 강의 한 지류에 몸을 던졌으나 아버지가 구해냈다. 

이런 그녀의 성장 과정과 그녀에 대한 다음의 평가를 연결시켜보면 어느 정도 루이즈의 예술관이 이해된다.  
"루이즈는 자신의 무의식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었다. 그건 위대한 아티스트와 미친 사람들만이 가능하다." – 에밋 웰라치(루이즈부르주아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의 공동 연출가)

"파블로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다른 많은 위대한 예술가들처럼 루이즈는 90대에도 손을 들어 발표하는어린이와 같은 매력을 유지했다. 한 번은 그녀가 나를 맨해튼 타운하우스의 지하실로 초대했다. 그 어두운 곳에서 그녀는 내 바지 주머니에 작게 깎아 만든 눈알을 집어 넣었다. 나는 기뻤고, 놀랐고, 흥분했다.루이즈의 작품은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자극을 줄 것이다."  -존 켐(뉴욕 켐 앤 리드 갤러리 공동 대표)

앞의 말을 수정하겠다. 예술은 도발과 상처다. 아브락사스(Abraxas)처럼 치열한 상처와 피를 흘린 다음에야 걸작으로 승화될 자격을 지닌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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