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중대형 로켓 기술 성공"
"중형 위성 쏘아 올릴 수 있는 기틀 마련한 것"
"군 감시·정찰·통신 위성 올리는데도 충분" 평가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한국이 21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2차 발사에 역사적인 성공을 거뒀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처음으로 쏘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자력으로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춘 7번째 국가가 됐다. 그동안 외국의 발사체를 이용했지만 이젠 우리 힘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능력을 갖춰 우주 개발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누리호는 길이 47.2m, 중량 200t 규모의 발사체다. 2010년 3월부터 개발돼 온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600∼800km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설계됐다.
[고흥=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06.21 photo@newspim.com |
◆"300t급 추력 액체엔진, 중형위성 올릴 기틀 마련"
무엇보다 핵심은 75t급 중대형 액체 엔진이다. 1단에서 75t급 액체 엔진은 4개가 한데 묶여 1개의 300t급 엔진처럼 동시에 점화하며, 2단에도 1개가 달려있다. 이 엔진 개발을 통해 세계 7번째로 중대형 액체로켓엔진 기술을 확보했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전 국방대 교수는 21일 뉴스핌과 전화 인터뷰에서 "군사적 관점에서 봤을 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권 전 교수는 "장거리 미사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중대형 로켓 기술에 성공했다"면서 "우리 자체적으로 위성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능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권 전 교수는 "300t급 추력 액체엔진 기술은 중형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이번에 성공한 1.5t급 수준의 독자 중형 위성 발사체는 우리가 갖고자 하는 군 감시·정찰·통신 위성을 올리는데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권 전 교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재진입체 기술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흥=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06.21 photo@newspim.com |
◆"대형 군사용 위성 올릴 수 있는 발사체 확보 첫걸음"
군 관계자는 이날 누리호 성공과 관련해 "군사용 소형 위성은 주로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면서 "액체연료에 성공했다는 것은 대형 군사용 위성을 더 높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외국 발사체에 의존해 군 위성을 올렸다"면서 "이젠 우리 자력으로 군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를 확보하게 되는 역사적인 첫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성공이 힘들지만 한 번 성공하면 속도가 붙고 탄력이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군용 대형 위성들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토대를 닦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소형 군 정찰위성들도 '425 사업'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흥=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50mm 렌즈를 이용해 촬영된 82장의 누리호의 발사사진을 레이어 합성했다. 2022.06.21 photo@newspim.com |
◆군, 2024년까지 대북 감시 정찰위성 5기 도입 진행 중
우리 군은 독자적인 대북 정보 감시 능력 확보를 위해 1조2200억여 원을 들여 2024년까지 고해상도 중대형급 정찰위성 5기를 도입하는 425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가시적인 위협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 징후를 미리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이 바로 군 감시·정찰 위성이다.
우리 군이 2023년 말부터 군 정찰위성 5기를 순차적으로 궤도에 올려놓으면 2시간마다 북한 전역의 미사일 기지와 핵실험장 등 주요 시설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우리 군은 그동안 독자 정찰위성이 없어 대북 영상 정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군은 2020년 7월 군사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쏘아 올렸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3월 30일 초소형·소형 위성 탑재에 적합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첫 시험발사 성공했다. 2021년 7월에는 우주발사체용 고체연료 엔진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
425 사업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이용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 군은 초소형 정찰위성 32기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북한 전역을 10~20분 간격으로 촘촘히 들여다보면서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겠다는 전략이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