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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화의 중국 반도체 노트] <1> 中 반도체 굴기, 한국 따라잡나 <下>

기사입력 : 2022년07월04일 16:26

최종수정 : 2023년07월20일 14:44

 <1> 中 반도체 굴기, 한국 따라잡나 <上>에서 이어짐

◆ 중국 유일의 낸드플래시 공장 창장메모리(YMTC)

중국 유일의 낸드플래시 IDM 공장 창장메모리(长江存储, YMTC, 비상장)는 2016년 7월 칭화대학 산하 칭화유니(紫光集团, UniGroup, 비상장)와 우한시 정부가 공동 출자해서 후베이성 우한시에 설립되었고, 당시 칭화유니의 쟈오웨이궈(赵伟国) 회장이 창장메모리 회장을 겸직했다.

설립과 동시에 2016년 9월 같은 도시 내에 있는 NOR 플래시 전문기업 우한신신(XMC)을 100% 지분 인수하여 자회사로 만들고,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착수하여, 2017년 10월 첫 32단 MLC 3D 낸드플래시 2종을 출시했다. 2018년 8월 자체개발 성공한 X태킹(Xtacking) 1.0 아키텍처를 발표하고, 연이어 2019년 9월 64단 TCL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다. 2020년 4월에는 X태킹 2.0 기반의 128단 TCL/QLC 3D 낸드플래시 개발에도 성공했다.

글싣는 순서

1. 중국 반도체 굴기, 한국 따라잡나 
2. 중국 반도체 설계 기술 현주소
3. 中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와 한계
4. 후공정 분야 중국 반도체 세계 정상
5. 반도체 굴기 '보틀넥' 장비산업 공급망 회복은?
6. 무서운 잠재력 중국 반도체 소재
7. 이미지 센서 반도체 세계 3위
8. 세계를 리드하는 중국 AI반도체
9. 반도체 굴기 지탱하는 자동차 반도체 위용
10. 중국 휴대폰 반도체 놀라운 시장 규모
11. 다양한 응용 中 MCU 반도체 시장
12. 3세대 반도체 세계 1등의 꿈
13. 반도체 협력 한중 상생 방안

창장메모리는 22나노 공정의 1개 공장을 가동 중이며, 2020년 4월 128단 3D 256Gb(모델 X1-9050) 낸드를 출시하고, 2021년 7월 128단 3D TLC 512Gb 낸드플래시(모델 X2-9060)와 QLC 1.33Tb 낸드플래시(모델 X2-6070)를 출하했다. 가트너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매출은 110억 위안을 기록해 1년 사이에 매출이 10.3배 증가했다고 한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창장메모리(YMTC)의 128단 QLC 1.33Tb 낸드플래시(모델 X2-6070) (출처: 창장메모리 홈페이지). 2022.07.04 chk@newspim.com

창장메모리는 2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낸드플래시 기술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개발해냈을까? 창장메모리는 한때 파산한 미국 스팬션(Spansion, 현 Cypress)으로 부터 지적재산권을 사들여 완전한 특허 라이선스를 조기에 획득한 후 한국 대만 일본에서 스카우트한 우수한 메모리 인력을 포함해 18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3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했다.

물론 이런 투자 자금은 모두 중국 정부로 부터 조달됐다. 창장메모리가 표면상 지분 25.91%를 가진 칭화유니의 자회사이지만, 우회지분을 포함하면 중국정부의 국가 반도체펀드가 49.19%를 소유한 1대주주인 점이 이를 증명한다.

창장메모리 제품의 경우 품질면에선 크게 하자가 없지만 업계에서는 생산원가가 15% 이상 비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X태킹(Xtacking) 기술은 과거 한국에서도 시도했다가 채산성이 맞지 않아 포기한 기술로서, 창장메모리가 앞으로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채산성을 개선하는 공정을 개발해 원가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창장메모리는 짧은 기간 내에 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해 냄으로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정책의 모범적인 성공사례가 되었다. 트랜드포스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브랜드 매출 순위를 보면, 점유율 상위 5개 기업 95.6%를 독점하고 있으며, 창장메모리의 시장점유율은 2% 정도로 추정된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년 1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브랜드 매출 순위(단위: 백만달러) (출처: 트렌드포스, 2022.5). 2022.07.04 chk@newspim.com

◆ 5대 실패, 푸젠진화 우한홍신 칭화유니 난징·청두·충칭

푸젠진화(福建晋华, JHICC, 비상장)는 2016년 2월 세계 파운드리 3위 기업 UMC(联电, 대만)와 푸젠성 정부가 협력하여, UMC의 전 부사장 천정쿤(陈正坤)을 사장으로 영입하고, 총 56억 5000만 달러(한화 6.8조원)를 투자하여, 2019년 9월 총 4기 24만장/월 규모로 25나노 공정의 4Gb DDR4/DDR3 제품 생산을 양산할 계획이었다.

당시 중국 첫번째 메모리 반도체 프로젝트로서 규모가 가장 컸고, 미국-대만-중국을 연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25나노 공정의 D램 반도체 제조 장비(노광기, 식각기, 증착기 등 풀 라인 설비)를 설치 완료하고, 예정대로 2018년 10월 시제품 생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 마이크론(Micron)이 기술 도용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고 미국이 반도체 기술 수출 제재를 가함에 따라 2019년 3월 프로젝트 진행이 멈춰 섰다.

우한훙신반도체(武汉弘芯半导体, HSMC)는 리쉐옌(李雪艳) 회장이 TSMC의 부사장(COO) 이었던 장상이(蒋尚义)를 CEO로 영입하고, 2017년 11월 후베이성 우한시에 설립했다. 이후 대만 TSMC의 기술자 100여명을 영입하고, 중국 국가 반도체 펀드를 포함하여 4년간 1280억 위안을 쏟아 부었지만, 회장의 사기 논란 속에서 회사는 2021년에 파산했다. 국가펀드가 투자한 사기 사건으로 온 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칭화유니(紫光集团, UniGroup, 비상장)는 중국 유일의 낸드플래시 공장인 창장메모리(长江存储 YMTC)의 성공을 토대로, 국가 반도체펀드 투자를 받아 난징·청두·충칭 3개 지역에 D램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려다 실패하여 그룹전체가 부실에 빠졌다. 2021년 7월 칭화유니는 결국 파산신청을 하게 됐고 2021년 12월 베이징의 사모펀드 연합체인 즈루젠광(智路建广)에 인수된 뒤 기존 경영진이 모두 물러난 상황에서, D램 사업 포기 등의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 새로운 도전자 성웨이쉬(昇維旭, SwaySure)

중국이 현재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회사를 늘린다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푸젠진화를 재가동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 명단에서 제외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재가동한다면 제품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추후 사업확장 및 판로개척에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서 새로운 주체인 선전시가 순수한 중국자본으로 성웨이쉬(昇維旭)를 설립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 같다.

선전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IT제품을 생산하는 D램 기업고객들이 가까이 있는 곳이다. 중국 제일의 반도체 설계기업인 선전의 하이실리콘(HiSilicon)에는 7나노 공정의 휴대폰 AP 기린(Kirin)과 서버용 CPU 쿤펑(Kunpeng)을 개발하던 많은 고급 기술자들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개발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14나노 보다 정밀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성웨이쉬가 기술특허를 확보하거나, 반도체 제조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당장 반도체 장비 수급이 문제라면 푸젠진화의 25나노 D램 장비 풀세트를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0년 10월 발표된 SK하이닉스의 세계 최초 DDR5 D램 제품 (출처: SK하이닉스). 2022.07.04 chk@newspim.com

◆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에 매달리는 두가지 이유

하나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균형발전이다.

중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보면, 반도체 설계 분야는 현재 1800개 이상의 기업이 카메라 센서, AI반도체, 전력반도체, 제3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내고 있고, 파운드리 분야에선 SMIC(중신국제), 화홍반도체(华虹半导体. 01347.HK, Huahong), 넥스칩(晶合集成, NexChip, 상장심사 통과) 등 3사가 세계 시장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도 JCET(长电科技, 600584.SH, 창덴과기), TFME(通富微电, 002156.SZ, 퉁푸마이크로), HUATIAN(华天科技, 002185.SZ, 화텐과기) 등 3사가 세계 시장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현재 창장메모리, 창신메모리 딱 2개사 뿐이며 세계 시장점유율도 1% 내외를 차지할 뿐 성과가 아주 저조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반도체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고 절치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메모리 반도체가 '전략물자'로 변했기 때문이다.

2014년 중국이 추진하고 나선 반도체 산업 강국의 주요 목표는 제품의 '국산화 대체'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미중 기술전쟁으로 비화하면서, 미국이 첨단기술의 중국수출을 제재하기 시작했고, 코로나로 인해 세계 물류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경험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망 안정을 국가산업의 전략적인 과제로 내세우게 됐다.

미국은 4대 공급망에 대한 긴급 조사를 통해, 핵심 공급망을 미국 국가가치사슬(NVP, National Value Chain) 내에 두고, 부득이 할 경우에 라도 동맹국 지역가치사슬(RVC, Regional Value Chain) 내에 위치하도록 공급망 체계를 손질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제일 먼저 삼성전자를 찾은 것이나 삼성의 메모리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려는 것도 이러한 공급망 개선 차원이다.

그런데 중국은 반도체 공급망 관련해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동맹국이 거의 없어, 오로지 중국이 독자적으로 국가가치사슬(NVC)을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 관련해서는 먼저는 자국 내 외자기업을 통해서라도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현재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이 있어, 국경이 봉쇄된 상태에서도 중국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 주변 소문에 따르면 쉽지않은 일이긴 하나 미국은 삼성에 대해 중국 반도체 사업을 철수하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략적 고려하에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을 인수하도록 빠른 시간 안에 허가를 내줬다. 중국은 그런 다음에 시간을 가지고 토종기업들을 통해 공급망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와 한국의 위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D램과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것은 두 제품에 유사성도 있고 사업적으로도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창장메모리는 낸드플래시만을, 창신메모리는 D램만을 만들고 있고, 성웨이쉬는 앞으로 D램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메모리 3사도 모두 D램과 낸드플래시를 동시에 공급하는 종합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후발 중국 메모리 반도체 공장들은 저가 제품으로부터 시장을 넓혀가며 가격 경쟁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며,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풍부한 메모리 사업 경험과 DDR5, GDDR6 등 한발 앞선 기술개발을 통해 '초격차'를 계속 유지하여, 세계 시장과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삼성전자의 차세대 고성능 그래픽 D램 GRRD6 제품 (출처: 삼성전자).  2022.07.04 chk@newspim.com


<필자 약력>

베이징대학 한반도연구소 연구원
중국 한국창업원 원장
SV인베스트먼트 고문
전 산업은행 베이징지점 고문
서울대 조선해양공학 학사/석사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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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 공무원 갑질에 '부글부글'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지역에 가면 대장이 되는 것처럼 안하무인적인 행태에 지방 일선 공무원들의 속이 끓고 있다. 이는 지자체는 자신들이 만든 정책을 시행하는 일개 기관일 뿐이라고 무시하는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한 경우 중앙부처 공무원이 광역시장을 '아저씨'라고 낮춰 부르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대전시 한 국장이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중앙부처와 공동 주최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한 후기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국장은 "It is a bit insulting(조금 모욕적이다)"라며 중앙 공무원들의 우월적인 태도 문제를 지적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대전시 한 국장이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중앙부처와 공동 주최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한 후기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2025.02.17 gyun507@newspim.com 게시글에 따르면, 해당 국장(이하 국장)은 최근 중앙부처와 공동 주최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장우 대전시장도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행사 시작부터 중앙 공무원의 '갑질' 행태가 시작됐다. 국장은 "중앙부처 실장이 지방자치단체장보다 VIP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의전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이장우 대전시장보다 '좋은' 자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중앙부처 과장의 주장에 곤혹스러워 하는 출연연 담당자의 표정을 보면서 솔직히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고 하면서도 "중요한 게 기업들이 미국의 주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기에 사소한 문제에 매물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마음을 추스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방에 대한 차별은 행사 후 진행된 오찬장에서도 계속되면서 비굴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국장은 정부 관계자에게 정책과 출연연 비전, 미국 기업 사업 계획 등에 대한 설명을 듣기위해 오찬에 참석했다. 그런데 정부 공무원과 별도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현실은 생각과 다른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국장은 "오찬장에 도착해 그런 순진한 생각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고 순간 모욕적인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며 "같은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예상은 중앙부처 공무원 요구로 현장에서 바뀌었다. 메인 테이블에서 밀려나 떨어진 자리에서 지자체 공무원들 넷이서 따로 식사를 했다"고 당시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국장은 중앙부처가 지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봤다. 국장은 "공직자들 간의 역량 차이는 있어도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올해는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구시대적 사고를 지적했다. SNS에 글이 게시되자 전·현직 공무원과 시민들도 공감하는 가운데서도 분노를 나타냈다. 한 공무원은 "나도 30년 공직생활하다보니 그대로 공감한다"며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함을 은연히 드러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지자체 '무시' 행태는 사실상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중앙부처 공직사회 내에서는 지자체장보다 행정고시 출신 5급 국가공무원 사무관이 우선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사옥 이전에 대해 항의하는 대전시 관계자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한 과장은 "대전시장은 우리에겐 그저 동네 아저씨다. 왜 우리가 시장 대우를 해줘야 하느냐"며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사실이 드러났다. 소식을 접한 이장우 대전시장이 "직접 대전시청을 찾아와 정식으로 사과하라"며 격노하기도 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SNS(페이스북)에 글이 게시되자 전·현직 공무원과 시민들도 공감하는 가운데서도 분노를 나타냈다. 한 공무원은 "나도 30년 공직생활하다보니 그대로 공감한다"며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함을 은연히 드러냈다. 2025.02.17 gyun507@newspim.com 공무원들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갑질'은 문제가 크다고 여겼다. 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중앙부처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경우가 있다"며 "협의하려 해도 날짜 잡는 것도 어렵고, 만나도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에서 힘이 빠지게 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이럴 거면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볼 걸 그랬다"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해 7월 충남도청에서 열린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이 시장은 대통령에게 "각종 제안이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막히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안된다는 사람 이름 알려달라"고 발언하며 중앙부처에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직된 공직사회가 국가와 지역 발전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탑 다운' 형식의 중앙부처-지자체 공직 분위기는 정책 논의나 규체 혁신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행정전문가는 "과거엔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만들고 이를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그러한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며 "지방자치 시대에 맞는 공직자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gyun507@newspim.com 2025-02-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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