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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6개월]④ 적용 대상·의무 규정 '모호하다'

기사입력 : 2022년07월27일 14:00

최종수정 : 2022년11월04일 10:28

중대재해 감소 효과 크지 않고, 과도한 처벌로 기업부담만 가중 비판
고용부, TF 구성해 연말까지 시행령 개정 추진…8~9월 중 입법예고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 A사 : "중대재해 예방조치를 취하기 위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안전보건 관련 조직·인력·예산 등 최종 의사결정권을 위임할 경우 대표이사 책임이 면책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명확하게 대답해 주는 전문가가 없다. 로펌 서비스 없이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법이다."

# B사 : "시행령에서라도 명확하게 용어 정의를 해 줘야 하는데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참고할 만한 규정이 없는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제조상의 결함 같은 것은 제조물책임법이라도 참고할 수 있는데, 관리상의 결함 같은 것은 알 수가 없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시행 6개월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처벌 과도, 규정 모호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결과 정부가 보완 작업에 착수한 것인데, 개정 찬반 논란 속에 법적 실효성을 어떻게 제고할지 주목된다.

[중대재해법 6개월] 글싣는 순서

1.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 124명…사망자 오히려 늘었다
2. 사망사고 1위 건설업 '불명예'…제조업은 역주행
3. 대기업-중기, 사고 예방 '부익부빈익빈'
4. 적용 대상·의무 규정 '모호하다'
5. "법 제정 취지 보장해야"
6. 안전관리는 선택 아닌 필수…위기를 기회로

재해 감소 효과 미미…"처벌 과중 등 기업부담만 증가" 지적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산업 현장 곳곳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19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재해 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서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6월 말까지 법 적용 대상 기업(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또는 건설 규모 50억 원 이상)의 노동 현장에서 87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9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사고 건수는 22건(20.2%) 줄었고, 사망자는 15명(13.5%) 감소한 것이다. 다만, 제조업의 경우에는 올해 사망사고 34건으로 인해 41명의 노동자가 숨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사고 건수는 2건 준 것이나 사망자 수는 오히려 4명 늘었다.

이와 관련, 이달 15일 기준 중대산업재해 88건이 수사 중에 있으며, 이 가운데 46건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경영책임자 등이 입건됐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4건이다.

업종·규모별(50인·억) 사망 사고 비중 비교. [자료=고용노동부]

상황이 이에 이르자 일각에서는 법 적용 및 처벌 규정이 모호해 중대재해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과도한 처벌 가능성으로 인해 기업부담만 늘어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경영계에서는 법 시행 당시부터 꾸준히 이 같은 점을 지적해 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사고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매우 강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음에도 뚜렷한 산재 감소 효과 없이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 혼란이 심화되고 경영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심도 있는 논의과정 없이 성급히 제정돼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시급히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해당 법률은 '경영책임자'라는 개념을 도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재벌 총수 등에 대한 처벌이 가능케 한 것이 특징이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처벌을 부과하고 있는데,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경영책임자엔 기업의 대표뿐 아니라 행정기관의 장도 포함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실효성 제고를 위한 중대재해법 건의'를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해당 건의에서 전경련은 ▲중대산업재해 정의 ▲중대시민재해 정의 ▲경영책임자등 정의 ▲경영책임자등 안전보건확보의무 ▲도급 등 관계에서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안전보건교육의 수강 ▲종사자의 의무 ▲경영책임자등 처벌 ▲손해배상의 책임 등 총 9가지에 대해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중대산업 재해 정의' 부분에서 '질병자'를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로 한정하고,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 부분에서는 그 대상과 범위를 특정하며, '충실히'와 '충실하게' 등 불명확한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구체적으로 누가 경영책임자가 돼야 하는지, 사업장이나 장소를 '지배'하는 자와 '운영'하는 자 그리고 '관리'하는 자가 서로 다를 경우에 누가 예방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원청이 해야 하는지 아니면 하청이 해야 하는지가 불명확한 경우도 많다고 봤다. 아울러 '경영책임자등 처벌'과 관련해서는 '1년 이상 징역'을 'O년 이하'식으로 상한형을 변경하고, 의무 준수 시에는 면책되는 규정을 신설하길 희망했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사진=뉴스핌 DB]

◆ 정부, 보완 입법 추진…노동계는 '개악 저지' 투쟁키로

산업 현장의 이 같은 목소리에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해석상의 모호한 부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연말까지 시행령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달부터 중대재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오는 8월 또는 9월 중 입법예고를 거쳐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처벌규정 등 현장애로 및 법리적 문제점 등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들어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올 10월까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재 사망자는 감소하고 있으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비율은 절반 수준으로 안전 문화·관행 변화는 미흡한 상황이라는 진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산업안전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대재해법은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이 모호한 게 많다"면서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과잉처벌에 대한 우려와 실효성 논란도 크다"고 했다.

다만,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개정 반대 움직임은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노동계는 일정 기준을 준수하면 처벌을 경감토록 한 국민의힘 개정안을 "개악"이라며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안전인증제도 등도 부실한 점이 많아 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정부여당의 개정 추진은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인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계의 건의 내용은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은 부분으로, 대통령령이 법률의 내용을 축소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며 날을 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책임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며, 보호대상 범위를 더 넓혔는데도 재해는 줄지 않고 있다"며 "이미 마련된 법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왜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지 그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처벌을 강화한다고 재해가 줄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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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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