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등 자료제출 의무화...어기면 처벌까지
중대재해법 시행에 사망사고시 책임 소재
'외국인 특혜' 논란은 해소될 듯
美 우려 표명에 "해외투자 위축" 우려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김범석 쿠팡 의장이 대기업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면 지금까지 미국 국적자라는 이유로 벗어나 있었던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재발할 경우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반대로 다른 국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규제를 받으며 '외국인 특혜' 논란은 해소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외국인도 대기업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다만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 될 수 있음을 문제 삼으면서 총수 지정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쿠팡도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8일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가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총수로 지정될 경우 기업집단과 관련한 각종 신고와 자료 제출 의무를 지고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받는다.
먼저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지정 자료 제출 의무가 생겨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자료 허위·누락 제출이 발견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과거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의 경우 관련 공시 의무를 어겨 검찰에 고발된 사례가 있다.
현재 김범석 의장의 친인척 중에는 남동생 내외가 쿠팡 미국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에 모두 8억원 상당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남동생 내외는 지분 5% 이상 주주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최대 기업 총수까지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총수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도 커졌다. 다만 김 의장의 경우 지난해 국내 공식 지위를 모두 내려놓으며 법적인 처벌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쿠팡 창업자인 김 의장이 총수 지정에서 제외된 이유는 우선 국적 때문이다. 김 의장은 이민 1.5세 출신으로 미국으로 귀화한 미국인이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외국인을 대기업 총수로 인정한 사례가 없다. 에쓰오일, 한국GM과 같은 외국계 기업도 총수를 지정하지 않는다.
쿠팡은 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서며 공정위의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그룹 총수를 지정하게 되는데, 공정위는 쿠팡의 총수를 사람이 아닌 법인인 쿠팡㈜로 지정했다. 사실상 총수가 없는 대기업집단이라는 의미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2021.03.12 pangbin@newspim.com |
김 의장은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 INC의 의장을 맡고 있다. 미국 쿠팡 INC는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공정위도 지난해 "김범석 의장이 미국 쿠팡 INC를 통해 한국 쿠팡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지만 현재 제도상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공정위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경우 한·미 양국에서 이중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국적자라는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 거래 공시를 비롯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외국인 특혜'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공정위도 이 같은 제도상 미비점을 보완하고 외국인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변수가 생겼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열린 한미정상회담 실무회의에서 미국 상무부가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경우 한미 FTA의 '미국인 투자자가 제3국 투자자보다 불리해선 안 된다'는 최혜국 대우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침체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외국 기업과 투자기관의 자금 유치가 필수"라며 "가뜩이나 규제 틀에 가로막힌 우리나라에서 외국인까지 총수로 지정되면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