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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미‧중 설득하고 불신받지 않아야 한다

기사입력 : 2022년08월13일 06:36

최종수정 : 2022년08월13일 06:36

이상수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박진‧왕이 한중 외교장관 '허심탄회' 회담
중국 '사드 3불(不) 1한(限)' 전방위 압박

박진 외교부 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외교장관)이 지난 8월 9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 만찬을 했다. 한중 양자 관계와 한반도, 지역, 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전랑외교'(戰狼外交)의 민낯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국은 회담장소를 칭다오로 정한 것은 한국에 대한 '성동격서'식 압박외교를 구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든다.

그 이유는 회담 당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강경대응으로 칭다오에서 약 150여Km떨어진 롄위강 앞바다에서 실탄훈련 사격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상수 국방대 안보문제硏 동북아센터 책임연구원

◆중국 5가지 요구, '한미관계 근본적 흔들기'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한국이 미국에 휘둘리지 말고 자주독립하면 한국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한중 선린우호를 통한 전략적 협력관계 유지다. 셋째, 안정적 공급망 수호로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국 반도체 칩 수출차단에 동참하지 말라는 것이다.

넷째,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서로의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만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라는 요구다. 다섯째, 미국 주도의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견지이다.

중국의 이러한 5가지 요구의 배경에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내재돼 있다. 중국 외교부는 '사드 3불(不)'에 더해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限)'까지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요구는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한미동맹을 약화하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북·중·러 대륙세력 vs 한·미·일 해상세력 '가교역' 

박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된 사드 3불은 정부 간 공식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사드 3불을 한국 정부의 선언으로 받아들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를 준수해야 한다'라는 중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1한' 문제도 이미 배치된 사드 체계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 중국의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사드 3불 1한'을 한국 정부의 정식선서로 간주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요구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집권 3기를 맞아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연계해 중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정치적 함의를 두 가지로 요약하고자 한다. 첫째, 지정학적으로 북·중·러의 권위주의적 대륙세력과 한·미·일의 자유민주주의적 해상세력의 문명이 갈등하는 동북아시아 안보상황에서 중간국에 위치한 한국은 두 세력 간 갈등 해결을 위한 적극적 가교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가 교착국면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박 장관의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도발 자제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 데 대한 왕이 부장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향후에도 중국이 적극 노력을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낸 것은 이번 회담의 주요 성과로 볼 수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월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한미동맹 배가+중국과 전략소통 강화 절실

현재 중국은 도련선 확장전략과 연계해 대만과 한국에 대한 영향력 강화가 시진핑 정부의 정치적 우선 순위일 수 있다. 한국은 중국의 '전랑외교'를 통한 공세적 압박외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자강의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동시에 대륙세력인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강화가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한국의 사드 3불 불인정 ▲반도체 공급망 재편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협력국 진입 등으로 인식의 차이와 불신이 큰 상태에서도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을 실행했다는 점은 동북아 안보에 긍정적 신호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의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훈련이 일상화되고, 미국의 자유의 항행작전이 실행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다면, 미국은 한국에 미국주도의 대중국 견제에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을 원하고, 중국은 한국이 중립적 자세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중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먼저 국가의 핵심이익을 설정한 후 미·중 양국에게 이를 설득함으로써 양국으로부터 불신을 받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운신해야 할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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