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속보

더보기

대법 "공익 위한 것이라면 명예훼손 처벌할 수 없어"

기사입력 : 2022년08월19일 06:00

최종수정 : 2022년08월19일 06:00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의사에게 '생명 경시' 모욕적 언행 들어
1심·2심 유죄 → 대법, 무죄취지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이 모욕적 언행을 한 의사의 만행을 알리겠다며 병원 앞에서 전단지를 배포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A씨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앞서 A씨의 모친은 B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다 사망했다. 이후 A씨는 "수술을 집도했던 C의사가 '수술하다 죽은 것은 재수가 없어 죽은 것'이라는 막말을 했다"는 내용의 문구와 수술경과 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첨부한 전단지를 B병원 앞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했다.

1심 재판부는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망인의 유가족에게 막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의료인으로서의 사회적 가치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지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며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 원심 및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C가 피고인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C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C로부터 수술을 받은 어머니가 사망하자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C로부터 들은 모욕적인 말을 전단지에 기재해 배포하였는바 피고인에게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준 이상 공연성과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는 충분히 인정된다"며 "또한 C의 의료적인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C개인의 일탈적인 언사를 적시하였는바 피고인의 행위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집단이나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310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써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전단지의 주된 취지는 C가 사후적으로 의료사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족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것으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고 오히려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 발생 후 담당 의사가 사망한 환자의 유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 감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은 사적인 영역에서 일탈행위를 한 것이라기보다는 의료행위와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에서 의료인의 자질과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내용은 C에게 의료행위를 받고자 하는 환자 등 의료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로서 공적인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부수적으로 원망이나 억울함 등 다른 동기가 내포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주요한 동기나 목적은 다른 의료소비자에게 C의 태도에 관한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는 취지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대해 대법 관계자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공정한 비판마저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이나 민주주의의 균형 잡힌 발전을 가로막을 위험이 있다"며 "위 판결은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고려해 명예훼손죄의 지나친 확장을 경계하고 그 성립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7월 1일 출석하라" 재통보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오는 7월 1일 오전 9시에 2차 대면조사를 위해 출석해 달라고 통보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29일 저녁 서울고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소환 일정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접수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해 7월 1일 오전 9시에 출석하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6.29 leehs@newspim.com 박 특검보는 "(소환 일정) 협의는 합의가 아니"라며 "결정은 수사 주체가 하는 것이고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접수한 뒤 특검의 수사 일정이나 여러 필요성 등을 고려해 출석 일자를 정해서 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인단 측의 반응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측에 오는 30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오는 7월 3일 이후로 조사 일정을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특검팀이 당초 날짜보다 하루 늦은 7월 1일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재통보한 것이다. 특검팀은 경찰청에 수사방해 사건 전담 경찰관 파견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8일 첫 대면조사에서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 교체를 요구하며 조사를 거부한 행위가 특검법상 수사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특검팀은 판단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변론의 영역을 넘어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특검법에서 정한 수사방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특검은 수사방해 사건을 전담할 경찰관 3명을 경찰청에 파견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법 수사 대상에 보면 일련의 수사 방해나 재판 방해도 수사의 대상이 돼 있다"며 7월 1일 2차 대면조사에서도 박 총경이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29 22:14
사진
"주담대 6억 이상은 안됩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 약 한 달 만에 초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수도권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가계 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확 조이고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방향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7일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수도권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총액 한도가 없는 주담대를 수도권과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한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다. 고가 주택 구입에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 뉴스핌DB]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해 전면 금지하며 1주택자 갈아타기 주담대 규제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보유 주택을 2년 이내 처분하기로 약정하면 주담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6개월로 처분 기간이 줄었다. 위반 시에는 대출금 즉시 회수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된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LTV도 기존 80%에서 70%로 줄어든다. LTV는 자산 담보가치에 대한 대출 비율을 뜻한다. 7월부터는 금융권 자체 대출과 정책대출의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며 정책 대출은 연간 공급 계획 대비 25% 줄인다. 은행의 대출 가능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총부채상환비율) 3단계 조치에 이어 이번 초강도 대출규제가 중첩되면서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문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예컨대 스트레스 DSR 3단계만 적용 시 연봉 1억원 직장인이 만기 30년, 원리금균등상환, 대출금리 4%의 조건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변동 주택대출을 받을 때 대출한도는 5억8700만원으로 기존 2단계 대비 2000만원가량 줄어든다. 또 수도권 가산금리 1.5%P가 더해져 금리는 5.5%가 적용된다. 여기에 7월부터 시행하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정책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이 더해지면서 대출한도는 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기존 대비 50%가량 줄면 은행들은 대출한도를 추가로 10~30% 감액할 것으로 예상된다. LTV도 기존 80%에서 70%로 줄기 때문에 집값에 따른 대출금도 축소된다. 또 총량 소진 시 대출 자체가 거절될 수 있다.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자들의 주택구매도 어려워진다. 수도권 주담대 대출의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일괄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제 대출금액은 6억원 한도 내에서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비율 등에 따라 조정된다. 이번 규제는 토요일인 지난 28일부터 시행이 본격화됐다. 발표 당일인 27일까지 금융회사가 전산상 등록을 통해 대출 신청접수를 완료하거나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 계약금을 이미 납부한 경우 종전규정이 적용된다. 정부가 초고강도 규제에 나선 이유는 과열된 부동산 열풍 및 가계대출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4조 원 늘어난 752조 7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일당 3328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8월 영업일당 평균 4584억원이 늘어난 이후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정부는 이번 규제로 올해 하반기 10조원, 연간으로는 20조원 가량의 가계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과열된 부동산 열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인해 청년들의 주택 구매 여력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30세대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romeok@newspim.com 2025-06-29 08: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