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형 백신까지는 정부 무상 지원일 듯
의료보험 없는 3000만명...'팍스로비드'는 보험서 제외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행정부가 직접 구입해 무상으로 제공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프로그램을 중단, 소비자들에 비용 부담을 전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는 이달 30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 제약사와 CVS헬스 등 대형 약국 체인을 한 자리에 모아 유료화 전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비용 부담을 개인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때부터 제기돼 왔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안을 논의하는 등 실질적인 계획 단계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데믹 선언 3년이 넘으면서 정부의 방역 대응 재정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의 공중보건 및 사회복지 비상사태 기금은 이미 지난 2월 중순에 동이 나면서 미 전역 보건소 지원이 끊겼고 진료소가 문을 닫는 일이 속출했다.
코로나19 백신 주사 놓는 미국 월그린스 약사. 2021.02.11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달 3일에는 재정 문제로 연방 정부가 단일클론항체 치료제 추가 구매를 포기하자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각 주정부, 의료기관에 '벱텔로비맙'(bebtelovimab)의 상업적 판매를 시작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대응 지원 추가 예산 처리를 의회에 요청했지만 그 규모와 재정 마련에 대한 이견으로 무한 계류 중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지난 7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스토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거의 모든 주정부가 꽤 많은 지난해 예산 초과분이 있다. 이를 코로나19 대응에 쓰지 않고 감세 정책을 피고 있으니 터무니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안에 의회에서 추가 코로나19 대응 지원 예산이 처리될지는 불분명하다. 아마도 다른 지출 패키지안에 포함된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큰 규모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NYT는 설명했다.
◆ 백신 개인 부담 어쩌나...치료제는 보험 대상서 제외
백신과 치료제 개인 부담은 당장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미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WSJ에 "수 개월은 걸리는 절차"라고 귀띔했다.
다행인 것은 올 가을 배포될 예정인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 'BA.4'와 'BA.5'에도 효과적인 개량형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은 정부 무상 제공일 가능성이 크다. 부족한 코로나 재정 논란에도 백악관은 가을 예방접종철에 앞서 모더나 6600만회분, 화이자 1억500만도스의 개량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3주 후에 배포가 이뤄질 전망이다.
당장 올 가을 예방접종부터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최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오는 2023년에는 모든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이 유료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는 올해 가을, 몇 주 후부터 유료화할 수 있다"고 알린 바 있다.
문제는 의료보험조차 없는 약 3000만명의 미국인이 어떻게 비용을 부담하냐는 것이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경우 정식 사용 승인이 아닌 긴급 사용 승인만 받은 의약품이여서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도 긴급 사용 승인만 받은 약품이다. 향후 보험이 있는 사람도 코로나19 치료 비용 전액을 개인이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약국에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고돼 있다. 2022.01.14 hwang@newspim.com |
그동안 백신은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연구와 개발을 지원하고, 대량으로 구매했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확보가 가능했다면 유료화 후 소비자 가격은 비싸질 수 밖에 없다고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말한다.
그는 지난달 말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민간 상업 시장으로 이동하면 복잡해지고 가격도 올라간다"며 "각 소매점으로 약품을 인도하고 나면 각 병원과 의원에 공급해야 하는 유통 구조다. 이 모든 것은 약품 가격을 매길 때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비영리 단체 카이저가족재단의 래리 레빗 부회장은 "백신 유료화로 제약사들은 각 약국 체인, 보험사들과 협상할텐데 가격은 연방 정부가 선구매했을 때보다 높아질 것이다. 보험료도 백신 프리미엄 때문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美, 새 변이용 백신 확보 다른 국가에 뒤처질 수도"
미 정부가 이르면 올 가을에 백신과 치료제를 개인 부담으로 전환한다는 보도에 화이자와 모더나는 이날 각각 1.4%, 5% 하락 마감했다.
그동안 무료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인구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비를 들여 n차 예방접종에 나설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2분기 글로벌 매출은 81억달러에 달하는 데 유료로 전환한다면 치료제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레빗 카이저재단 부회장은 "미국 정부가 더 이상 백신 선구매에 나서지 않으면 다른 국가에 비해 새로운 변이 특화 백신이나 새로운 부스터샷 확보에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