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함량 88% 이상인 NCA 양극재 사용…배터리 용량↑·가격↓ '일석이조'
음극에는 특허기술 'SCN' 적용…공법 개선 더해 10분만에 80% 충전 개발 중
[편집자]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매출 4조7408억 원, 영업이익 4290억 원. 삼성SDI의 올해 2분기 실적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삼성SDI의 이 같은 성과에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 'Gen.5'(5세대) 등 고부가가치 배터리 판매 확대가 큰 힘이 됐다.
Gen.5는 1회 충전으로 600km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로 삼성SDI의 최신 소재 기술과 공법 등을 적용해 에너지밀도는 20% 늘리면서도 원가는 20% 절감했다.
특히, 삼성SDI의 Gen.5 배터리에는 니켈 함량이 88%인 하이니켈 NCA 양극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니켈 함량이 높아진 만큼 배터리 용량이 높아졌는데, 니켈 함량의 증가로 야기될 수 있는 양극의 구조적인 불안정 문제는 알루미늄 소재와 특수 코팅 기술로 해결해 주행거리와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양극'과 '음극', '분리막' 그리고 '전해액'(전해질)의 4대 요소로 구성된다. 이 중 양극재가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4대 요소 가운데서도 배터리 용량과 출력 등 주요 특성을 결정 짓기 때문이다. 또한 배터리 원가의 40~50%를 차지하고 있어 원가 경쟁력을 결정 짓는 소재이기도 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리튬이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양극은 리튬과 금속 성분의 조합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표적으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또는 NCM(니켈·코발트·망간)을 생각할 수 있다.
삼성SDI 'Gen.5' 배터리. [사진=삼성SDI] |
삼성SDI는 원활한 양극재 확보가 곧 미래 핵심 경쟁력이라고 판단, 자회사 에스티엠과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통해 국산 양극재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에스티엠은 삼성SDI의 100% 자회사인 양극재 제조 전문회사로, 지난 몇 년간 운영을 위한 출자금을 포함해 양극재 제조 라인을 양도하는 등 힘을 실어가고 있다. 아울러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은 단일 양극재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급 능력과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안정적인 양극재 확보와 함께 양극재 기술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양산하고 있는 Gen.5 배터리에는 니켈 함량이 88% 이상인 NCA 양극이 사용되고 있다. 나아가 삼성SDI는 향후 니켈 함량을 90% 이상까지 극대화한 Gen.6 배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NCA는 LCO에 니켈과 알루미늄을 추가한 활물질로 니켈 비중을 늘리면서 에너지 출력을 향상한 소재다. NCM에서 망간이 아닌 알루미늄을 넣었다고 이해하면 쉽다. NCA는 NCM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돼 생산 난도가 올라가게 되는데, 삼성SDI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양극 소재 대비 고용량과 안전성이 확보된 배터리의 구현이 가능하다.
삼성SDI는 이렇게 차별화된 NCA 기술력을 바탕으로 니켈 함량 88%의 하이니켈 양극 소재를 전동공구용 원통형 배터리에 적용, 성능과 양산성을 이미 검증한 바 있다. 지금은 니켈 함량을 91% 이상으로 높인 소재도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니켈 함량을 늘릴수록 배터리 용량은 커지고 가격은 낮출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는 반면, 니켈 함량 증가로 양극의 구조가 불안정해져 배터리 특성이 저하될 수도 있다"며 "삼성SDI는 알루미늄과 특수 코팅 기술을 더해 배터리의 열화를 최소화하며 용량과 안전성을 모두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자료=삼성SDI] |
음극에는 삼성SDI가 특허받은 독자기술인 'SCN'(Silicon Carbon Nanocomposite)이 적용된다. SCN 기술은 실리콘(Si) 소재를 이용해 배터리 음극의 용량을 높인 것이다. 실리콘을 머리카락 두께의 수천 분의 1 크기로 나노화한 후, 이를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복합화했다. 이를 통해 기존 실리콘 소재 사용 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배터리 팽창(스웰링) 부작용도 해소했다.
이외 Gen.5 배터리는 신공법을 적용해 충전속도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구간을 직선화하고 내부 저항을 줄여 리튬이온이 빠르게 양극과 음극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를 통해 20분만 충전하면 주행거리가 80% 수준까지 높아진다. 배터리 잔량이 거의 없을 때 잠깐 휴게소에 머무르는 동안 충전을 한다면 약 50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셈이다.
삼성SDI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4년 양산을 목표로 Gen.6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Gen.6 배터리는 양극에 니켈 함량을 91%까지 높여 Gen.5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 이상 향상될 예정이다. 또한 음극재와 공법 개선을 통해 급속충전 성능도 10분만에 80% 충전까지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배터리의 미래는 소재 경쟁력이 핵심"이라고 하면서 "삼성SDI는 플랫폼 성능 확보 기능을 담당하는 삼성SDI연구소와 각 사업부 내 연구개발 조직을 함께 운영하며 사업부 간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