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이은 '힌남노' 북상에 불안...하수구 역류된 집도
한달만에 다시 찾아온 폭우에 '근심'…침수 이후 재해보험 들기도
[서울=뉴스핌] 지혜진·최아영 기자 신정인·이태성 인턴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상륙을 앞둔 가운데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입은 주민들과 상인들은 추가 피해를 우려했다.
5일 뉴스핌이 서울 관악·동작구 일대 수해 현장을 돌아본 결과 복구작업을 미처 마치지 못한 시민들은 '역대급' 태풍 힌남노 북상 소식에 불안함을 내비쳤다.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주민들과 상인들은 주민센터에서 모래주머니, 양수기 등을 챙겨오고 차수막을 설치하는 등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 폭우 이은 힌남노 북상에 불안...하수구 역류된 집도
한 차례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관악구 주민들은 태풍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신사동 주민센터는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준비한 모래주머니와 양수기를 가지러 오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딸과 함께 주민센터를 찾은 성모(65) 씨는 "역대급 태풍이 온다고 해서 불안하다. 세입자들에게도 계속 연락이 온다"며 "모래주머니 10개로는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인턴기자=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 주민센터에서 한 주민이 모래주머니를 챙겨가고 있다. 2022.09.05 |
반지하가 아닌 지층(1층)에 사는 주민들도 태풍 피해를 우려했다. 모래주머니를 가지러 온 신모(29) 씨는 "집은 지층이지만 건물 벽 틈새로 물이 들어와 다른 집에 침수 피해가 있었다"며 "태풍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고 창문 등에도 대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신사동 인근이 피해가 커서 관악구에서 나눠주는 비품 대부분을 이쪽으로 가져오는데도 부족하다"며 "오전에 모래주머니를 1차로 500여개 뒀지만 모두 동나서 지금 2차로 가져다 놨다. 이 이후로는 더 이상 수량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후 4시 기준 모래주머니는 많은 수가 이미 소진된 상태였다.
또한 일부 건물은 이미 피해를 입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빌라 주인 김모(60) 씨는 건물 외부 하수구에 양수기를 설치하고 반지하에 고인 물을 연신 퍼냈다. 그는 "하수도가 역류해 물을 퍼내고 있다"며 "지난 폭우로 집기도 다 잠겼던 곳인데 또 이러니 냄새도 심하다"고 호소했다.
주민 조모(59) 씨도 "필로티 건물이지만 지난 폭우로 엘리베이터에 물이 다 들어가서 얼마 전 수리했다"며 "당시 차단기가 물에 잠겨서 전기도 끊겼다. 아직 복구가 덜 됐는데 비가 또 많이 온다"고 한탄했다.
현재 수해 피해가 컸던 자치구들은 태풍 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관악구 관계자는 "침수 피해가 심했던 6개 지역에 모래주머니 1만7600개를 배치했고 양수기 2036개도 비축해 필요한 주민들에게 배부하고 있다"며 "긴급 복구 지원금 200만원도 추석 전에 지급하려고 빠르게 준비 중"이라고 했다.
◆ 한달만에 다시 찾아온 폭우에 '근심'…침수 이후 재해보험 들기도
전통시장 상인들도 태풍 힌남노로 인한 추가 피해를 우려했다. 이날 동작구 성대전통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상인들은 쏟아지는 비에 물건이 젖지 않게 비닐로 덮어두거나 입간판을 한쪽 구석에 몰아 놓는 등 태풍 피해에 대비하고 있었다.
지난달 8일 내린 폭우로 피해 복구 비용만 5000만원가량이 발생한 빵집 사장 유모(47) 씨는 "태풍이 걱정은 되지만 딱히 대비할 게 없다"며 불안해했다. 유씨는 침수 피해로 한 달여 간 문을 닫았다가 지난주 다시 문을 열었다. 유씨는 "가게 문은 자정에 닫지만, 비가 많이 올 경우를 대비해 집에 들어가서도 밤새 대기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상인들도 태풍 피해를 우려했다. 식자재 유통업체 사장 장주영(59) 씨는 이날 오후 지하로 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차수막을 건물 앞문과 뒷문에 설치하고 있었다. 장씨는 지난 폭우에 지하 창고가 물에 잠기면서 물건값만 6억원가량 피해를 봤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식자재 유통업체 지하 창고로 향하는 길목에 차수막이 설치돼 있다. 2022.09.05 heyjin6700@newspim.com |
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현수(68) 씨는 "이번엔 침수가 안 될 것이라 믿고 있지만, 워낙 도로 배수구가 좁아서 문제"라며 "일단 배수구로 물이 안 빠지기 시작하면 5~10분 안에 가게로 물이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침수 이후 풍수해 재해보험을 들었다는 상인도 있었다. 성대전통시장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하모(70) 씨는 "지난주 풍수해 재해보험에 가입했다"며 "노래방은 기계나 방음벽이 침수되면 철거비만 2000만원이 드는데, 그나마 보험을 들었더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가 제주를 가장 가깝게 지나는 시점은 6일 오전 1시쯤이다. 경남 해안에 도달하는 시점은 오전 7시 전후로 예상된다. 제주와 전남은 힌남노가 강한 비구름대를 유입시켜 비가 계속 많이 오겠고, 중부지방도 따뜻한 남쪽 공기와 찬 북쪽 공기가 충돌하며 많은 비가 내리겠다. 5~6일 전국 예상 강수량은 100~300mm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