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2심 "공장에 2000만원 배상하라" → 대법, 파기환송
"법령상 규제 권한에 근거한 단속...부당한 목적 없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공장 인근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제기되자 행정기관이 단속을 실시해 공장의 영업권이 침해됐더라도 이를 두고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스콘 제조업체인 제일산업개발 주식회사가 안양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제일산업개발 주식회사는 지난 1984년부터 아스콘·레미콘 제조공장을 운영하다 2004년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를 받으면서 재생아스콘을 생산해왔다. 그러던 중 공장 인근에 180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준공되면서 주민들이 거주하기 시작했고 악취와 먼지 발생, 공장 출입 과적 화물차량 등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다.
안양시는 주민들의 민원이 반복되고 악취 측정결과도 기준치 초과 4회에 이르자 지난 2017년 6월 이 사건 공장에 설치된 건조시설 등을 신고대상 악취배출시설로 지정·고시했다. 또한 TF를 구성하고 원고 공장 및 주변 단속을 실시하여 불법주차된 화물차량과 화물차량의 과적을 적발했으며 원고가 신고하지 않고 계속 골재 파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본점 소재지 관할 구청장은 원고에게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제일산업개발 측은 "이 사건 조사 및 단속행위는 원고로 하여금 공장의 가동을 중지하거나 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압박할 목적 하에 실시된 것"이라며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조사 및 단속행위 실시 전 원고에게 현장출입조사서를 보내지 않았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수차례 재조사를 실시하였는바 행정조사의 한계를 일탈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법한 조사 및 단속으로 원고의 명예와 신용이 침해됐다"며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과 2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장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제기는 피고가 이 사건 공장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 인근에 대규모 주거시설의 건축을 승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며 "피고는 원고의 영업권과 주민들의 환경권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를 조정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의해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환경권이 침해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 없는 단속행위를 실시했다"며 "피고 공무원들의 행위는 행정 조사권과 단속권을 남용한 행위로서 위법하다"며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게 20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이 사건 조사 및 단속행위가 부당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피고는 환경정책기본법, 대기환경보전법, 악취방지법,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원고 공장이나 그 주변에서 발생가능한 위법행위를 지도하거나 조사할 권한이 있다"며 "법령상 규제 권한에 근거하여 조사·단속한 것을 두고 피고에게 다른 부당한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고가 악취 관련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여 행정에 반영하려 노력하고, 관할구역 내 악취배출시설인 원고 공장에 관해 조사하는 것은 환경정책기본법이나 악취방지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행정활동"이라며 "피고로서는 악취방지를 위해 예방적·관리적 조치를 할 필요성도 컸다"고 부연했다.
대법은 "행정기관이 사업자의 영업권과 국민의 환경권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환경관련 법령에 따른 행정활동을 한 결과, 사업자의 영업활동에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행정활동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조사 및 단속행위가 부당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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