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출고 대기 12개월 이상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 축소 유력...대기자들 '한숨'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전기차의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다. 출고가 해를 넘기며 보조금이 줄어들고 차 가격은 오르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 계약을 했더라도 차 가격은 출고 시점 기준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모델 전부가 출고까지 12개월이 소요된다. 아이오닉5는 12개월이 소요되며 올해 출시된 아이오닉6는 18개월이 걸린다.
위 현대차 아이오닉5, 아래 기아 EV6 [사진= 현대차그룹] |
기아 역시 마찬가지다. 기아는 반도체 수급난의 완화로 EV6의 출고 대기 기간이 기존 18개월에서 14개월로 줄었다. 니로 EV 역시 출고까지는 12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입 전기차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첫 전기차 ID.4는 올해 초도 물량 1300대를 넘어서는 4000대가 사전계약됐다. 이에 ID.4의 고객 인도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해진다.
저온 주행 거리 기준 미달로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아우디 Q4 이트론도 누적 계약 대수가 7000대를 넘어 올해 계약하더라도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렇듯 1년 이상의 출고 대기 기간 때문에 차 가격은 인상되고 전기차 보조금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아이오닉5의 연식변경 모델 2023 아이오닉5를 출시했다. 아이오닉5는 배터리 용량을 올리고 편의 사양을 기본 적용했다.
기아도 지난 9월 EV6의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EV6 역시 고객 선호 사항을 트림 별로 기본 적용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대표 전기차인 두 모델은 모두 연식 변경을 가격이 올랐다. 아이오닉5는 가격이 430만원, EV6는 300만~400만원 인상됐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출고 대기 기간이 모두 12개월을 넘어가는 만큼 지금 계약을 하더라도 출고 시에는 연식 변경으로 인해 가격의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폭스바겐코리아] |
5490만원으로 보조금 지급 기준을 꽉 채운 폭스바겐 ID.4 역시 내년 차량을 인도 받을 시점에는 원자재가 인상과 연식 변경으로 가격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에 지원되는 국가 보조금 역시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연내에 확정할 방침을 밝혔다.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은 100만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이 차량 출고 시기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만큼 같은 차를 구매하더라도 해를 넘어갈 경우 보조금이 10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 차 가격 인상분까지 더해지면 소비자들은 체감 가격 400만~500만원을 더 지불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셈이 된다.
이에 인터넷 전기차 커뮤니티에는 "전기차 계약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내년에 보조금이 삭감될 것 같아 걱정", "올해 전기차 계약했는데 차량 가격은 300만원 오르고 보조금은 200만원 줄어 500만원 더 주고 사야 할 판" 등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배터리다. 배터리 가격이 비싸다보니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인데 이 역시 없애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기차 가격이 계속 오르다보니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며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히 없애면 전기차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정부에서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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