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인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2년 여 만에 첫 대면회담 기회가 열린 것이지만 미중 양쪽도 양국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것이 양국 간의 갈등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양쪽 모두 구체적인 일정 확정을 모색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는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언급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3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로서 발표할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주펑 난징대학교 교수를 인용 "중국과 미국 모두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회담 성사 여부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치 국면에 있는 양국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주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의 탄압을 줄이기를 원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이 협력 가능한 공간을 개방하기를 원한다"며 "양측의 이익과 주장은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중국 전문가 윈순은 "시진핑 주석의 G20 정상회의 참석이 내부적으로 확인됐지만 미중 양국 관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속에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을 둘러싼 협상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새로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양국이 다시 충돌 궤도에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윈순은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당 대회가 끝난 직후 짧은 기간 동안 중국이 미국과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어할 수도 있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것이 이전 궤도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중간선거 때문에 양국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루샹 연구원은 "베이징(중국)은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의 상황과 입장이 어떻게 변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 2년 간 상당히 하락한 상황에서 현 행정부가 바이든 성과에 대한 불만을 없애기 위해 어떠한 대중 정책을 내놓을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화상 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편 미중 양국 정상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지금까지 대면 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양국 정상은 지금까지 영상으로만 5차례 회담을 가졌다.
미중 양국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잇따라 우호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국방부 지도자들과 백악관에서 가진 회의에서 대중 정책을 언급하며 "나는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우리는 치열한 경쟁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분쟁일 필요는 없다"며 "우리는 군사적인 이점을 유지해야 하지만 우리가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중국과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경쟁을 책임있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 주석도 우리가 경쟁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미국과 세계 이익이 일치하는 영역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동시에 경쟁을 책임있게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정상을 포함해서 대화 채널을 열어두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공식 확정지은 시 주석은 지난달 27일 열린 미중관계전국위원회(NCUSCR) 연례 시상식을 겸한 만찬에 보낸 축하 서신에서 "중국과 미국이 대국으로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의 안정성과 확실성을 높이고 세계 평화 및 발전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및 윈윈을 하고 새로운 시대에 중·미가 올바르게 공존할 길을 찾아 두 나라뿐 아니라 세계에도 이익이 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 스인훙 교수는 "(부드러운 톤의) 상호작용은 기본적인 외교적 예의일 뿐이며 핵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중국이 대면회담을 주저하고 있는 것은 양국 정상 간 대화가 험난한 양국 관계 상황을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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