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다툼…엘리베이터서 만나 폭행
"자신들에게 위해 가할 수 있다는 불안·두려움 느꼈을 것"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아이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를 폭행하는 행위는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 사건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씨와 A씨는 각각 7층과 8층에 살면서 평소 층간 소음으로 다툼이 있었다. 박씨는 2020년 4월 자녀들(딸 7세, 아들 4세)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A씨에게 층간 소음 문제를 따지고 책임을 추궁했다.
이에 A씨가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가려 하자 박씨는 안으로 들어와 A씨의 아들에게 "야, 너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러워? 너 엄청 뛰어다니지? 살살 뛰어야 해"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A씨는 자녀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으나 박씨는 이를 가로막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A씨의 몸통과 손을 잡아 밀쳤다. 이후 박씨는 A씨의 아들에게 "너 똑바로 들어. 지금 너 얘기한 거야"라고 말했고, 이에 항의하는 A씨의 상체를 벽 쪽으로 밀치는 등 폭행했다.
검찰은 이같은 박씨의 행동이 아동인 피해자들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판단하고 박씨를 기소했다. 앞서 박씨는 당시 A씨에 대한 폭행치상 사건으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기도 했다.
1심은 박씨의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자녀들은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박씨가 어머니인 A씨를 폭행해 상해를 가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했다"며 "A씨의 자녀들은 박씨가 언제 자신들에게도 폭행과 같은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자녀들로서는 자신들이 무조건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어머니가 다른 내용도 아닌 자신들이 뛰어서 층간소음을 일으켰다는 것 때문에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극심한 자책감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박씨가 A씨의 자녀들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려는 확정적인 고의는 없었다 할지라도, 박씨의 행위는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아동의 정신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로서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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