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머물면서 '40조원+α' 보따리 풀어
각 그룹 경쟁력, 원하는 사업, 애로사항 등 들어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17일 0시30분부터 20시30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입국 및 출국한 시간이다.
하루도 채 되지 않는 20시간 머물렀지만 그는 40조원이 넘는 보따리를 풀고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회동하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떠났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간에서 왼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앉아 있다. [사진=SPA 트위터] |
18일 재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17일 오후 5시부터 국내 숙소였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그룹 총수 8명과 차담회를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등이 참석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차담회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총수들에게 네옴시티 관련 사업을 비롯해 사우디에서의 사업과 투자,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총수들에게 일일이 각 그룹의 경쟁분야와 사우디에서 하고 싶은 사업, 사우디 사업에서의 애로사항 등을 묻고 답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총사업비 5000억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각종 협력 방안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안에 170㎞에 달하는 직선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도시 인프라와 정보기술(IT),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막대한 사업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이날 한국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은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 총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은 사우디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사업 협력과 그린수소 개발 협력 MOU(5개사 컨소시엄)을 체결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컨소시엄 형태로 2조원 규모의 '더 라인' 지하 터널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로템과 사우디 투자부간 네옴(Neom) 철도 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과 차세대 수소 기관차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사우디 철도청에서 운영 중인 디젤기관차를 대체하는 사업이다.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더 라인 지하 터널 프로젝트에 일찌감치 합류했다.
한화그룹도 태양광을 비롯해 방위산업 수출 관련 논의를, 두산그룹은 사우디 원전 관련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S-Oil)은 이날 2단계 석유화학 시설 '샤힌(Shaheen) 프로젝트 EPC'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건설사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3곳과 계약을 맺었다. 양국 간 석유화학 및 청정에너지 협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글로벌은 국내 스마트팜 업체와 함께 사우디 스마트팜 사업 추진과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시장분석과 타당성 검토 등을 진행하고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롯데정밀화학과 제약사인 제엘라파, 게임업체 시프트업도 사우디 투자부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열병합(한국전력) 및 가스·석유화학(대우건설), 가스절연개폐장치(효성중공업) 등 분야에서 에너지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또 포스코홀딩스와 삼성물산,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한국남부공사 5개 기업은 사우디 국부펀드와 네옴시티에 8조5000억원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날 빈 살만 왕세자가 입국할 때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영접했고, 환송은 지난주 사우디를 방문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맡았다. 통상 정상급 인사 영접은 외교부 장관이 담당하는데, 커다란 경제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온 그에게 서열 2위인 국무총리가 나서면서 정부 차원에서 성의를 보인 것이다.
또 윤 대통령도 열흘 전 입주한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초청해 2시간이 넘도록 회담과 오찬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새로운 대통령 관저의 첫번째 공식 손님이 됐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