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국유림 명품 숲'으로 지정되면서 핫플로 떠오르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자작나무 숲'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개의 명징(明澄)을 선사한다.
하나는 검마산과 울진 백암산이 잣어올리는 장파천(長波川)의 청정무구(淸淨無垢)한 속살이며, 또 하나는 검마산 품에 안긴 순백의 자작나무숲이다.
시리도록 명징한 장파천의 속살을 따라 산길을 따라 오르다가 이윽고 눈을 들면 축구장 42개 크기의 34㏊ 규모의 자작나무숲을 만난다.
자작나무숲으로 오르는 초입에 자리한 마을은 죽파리(竹坡里)이다. 조선 인조 16년인 1639년 김충엽(金忠葉)이라는 이가 마을을 개척하면서 '장군처럼 기개와 정기가 높아지라'며 붙인 이름으로 전한다.
마을에서 자작나무숲까지는 장파천을 끼고 오르는, 비교적 평탄한 3.2km 거리의 산길이다. 누구나 한가롭게 걸어 오를 수 있다.
영양군은 최근 자작나무숲으로 오르는 초입에 자리한 죽파리 마을 입구의 주차장에서 자작나무숲까지 노약자들을 위한 전기차를 운영하고 있다.
자작나무 숲 속에 2㎞ 구간의 숲속 오솔길이 조성돼 있다. 향후 총 11㎞가 조성될 예정이다.
숲은 산림청이 지난 1993년부터 조성했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지금 이파리를 모두 떨궈 다시 검마산의 자양분으로 돌려보내고 순백의 앙가슴으로 겨울을 맞고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작나무는 자신의 몸체를 두른 껍질을 한겹한겹 풀어내 자연으로 내보낸다.
제 스스로 허물을 벗는 듯한다. 껍질에서 하얀 가루가 묻어날 것 같다. 사람들은 자작나무의 껍질을 벗겨 그림을 그렸다. 대표적인 것이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를 비롯 서조도(瑞鳥圖) 등이다.
사람들은 또 자작나무로 혹한의 겨울을 났다.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잘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간다.
아궁이에서 오래 이글거리며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하여 '자작나무'란 이름을 붙였다.
검마산을 휘감고 내닫는 바람과 장파천이 선사하는 물소리는 또 하나의 화음이다.
오래된 토종 솔과 굴참나무, 층층나무, 물푸레나무, 오동나무가 장파천을 따라 내닫는 바람을 모아 아름다운 공명을 선사한다.
가족과 함께 숲으로 나온 아이들은 길 위에 쌓인 낙엽을 줍고, 물소리에 귀기울이며 자연이 오롯이 내어주는 장난감에 흠뻑 빠져든다.
시인 백석(1912~1995)은 시 '백화(白樺)'에서 자작나무 이렇게 노래했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山너머는 平安道 땅이 뵈인다는 이 山골은 온통 자작나무다"<백석 시 '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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