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헌법상 조력권' 침해 주장
박종흔 변협 회장 후보 대검에 항의
법조계 '위헌 행위' 지적...법안 통과 미지수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주범인 김만배 씨 변호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변호사 비밀 유지권(비닉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검찰이 변호사의 조력권을 침해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법조계 또한 헌법을 무시한 위헌 행위라고 비판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13일 김씨 변호인이 근무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관련해 그의 변호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압수수색 다음 날에는 변호인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05 mironj19@newspim.com |
이를 두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성명서를 내 "변호인의 비밀 유지권과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아직 공판이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해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을 압수수색 함으로써 변론권 위축이 초래된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내년 1월 치러질 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변호사 비밀 유지권 보장 법안 통과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며 검찰을 규탄했다.
박종흔 후보는 전날 대검찰청에 항의 서한을 제출하고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 조력권 및 변호인과 의뢰인의 비밀 유지권을 침해한 위헌적 수사행위를 규탄한다"며 "대한변협 회장 임기말 시점에 맞춰 기습적으로 진행된 위헌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협회장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또한 이번 압수수색은 위헌 행위라고 지적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이 규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비밀 유지를 보장할 권리도 포함돼 있다"며 "압수수색 대상이 된 로펌과 변호인의 범죄 혐의가 없는데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면 변호사의 업무 행위와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 행위"라고 말했다.
검찰이 법무법인 대형 로펌 등 변호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이전에도 제기됐다. 2019년에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살균제 판매업체인 애경산업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앤장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처럼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을 법률로 규정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2020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접수돼 계류 중이다. 법안에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이뤄진 의사교환 내용과, 직무와 관련해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나 서류를 그 누구도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담겼다.
차기 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을 중심으로 다시 법안 통과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시일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비닉권 문제는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변호사의 권한을 확장하는 부분이라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법무팀이나 로펌 압수수색을 못하게 되면 검찰도 반발할 것"이라고 봤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