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낙관론, 여전히 높은 주거비·서비스 물가·강력한 고용'에 시장 혼란
실업수당 청구건수 '증가 예상과 달리' 1000건 '감소'...고용 여전히 '견조'
금리 선물 시장 2월 '베이비 스텝' 전망은 94%로 ↑
[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지난달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에 부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는 12일(현지시간) 장 초반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미국 12월 인플레 수치가 예상에 부합했음에도 뉴욕증시가 오히려 하락세로 출발한 이유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은 '더 낮은 수치를 기대했던 투자자들 사이 실망감', '여전히 높은 서비스 물가, 주거비 상승률', '강력한 고용수치(실업수당 청구건수)'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8시 30분 CPI 발표 직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선물은 일시 급락했다 다시 반등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연출했다.
정규장 개장 후에도 초반 등락을 거듭하던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미 동부시간으로 낮 12시 50분 현재는 엇갈린 지표를 소화하며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섰다. 비트코인 가격도 두 달만에 처음으로 1만8000달러 위로 올라섰다.
[12일 CPI 발표 직후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S&P500 선물, 자료=블룸버그 통신] 2023.01.13 koinwon@newspim.com |
이와 관련 12일 블룸버그 통신은 12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대로' 둔화했지만,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보다 크게 줄며 고용 시장이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엇갈린 지표에 투자자들 사이 혼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물가 압력은 둔화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타이트(수요가 공급 초과)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고 엇갈린 지표를 소화하며 시장도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
◆ '더 낮은 수치 기대했던 시장' 예상에 부합한 수치에 실망
월가 전문가들은 CPI 발표를 앞두고 수치가 예상도 밑돌 것이란 낙관론이 시장에 팽배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에도 시장이 오히려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펜 뮤추얼 에셋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지웨이 렌은 "(12월 CPI) 수치가 예상에 부합했지만, 예상보다도 낮은 수치가 나올 것을 기대한 시장이 실망한 것"이라며 예상에 부합한 인플레 수치에도 초반 미 증시가 하락한 원인을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마리아 바사로우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을 이날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에도 시장이 실망스럽게 반응한 이유로 풀이했다.
그는 "12월 CPI 수치는 예상에 '정확히' 부합했다"면서 "이는 (실망스러운 반응으로 보아) 채권과 증시에 (예상보다 수치가 낮을 것이란) 낙관론이 퍼져있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내달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지만, 근원 CPI에서 주거비 상승세나 고용 시장 열기 등을 감안하면 2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 여전히 높은 '주거비 및 서비스 물가'·'강력한 고용'에 시장 혼란
전반적인 물가 압력이 완화하기는 했으나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오히려 강화한 것이 시장에 불안감을 안겨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올랐으며,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했다. CPI가 전월 대비 하락한 건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7%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역시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로 11월(6.0%)에 비해 둔화했다.
다만 임금 비중이 큰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7.0% 상승하면서 전월(6.8%)보다 오히려 올랐다.
[미국 12월 CPI 세부 항목 상승률 추이(전월 대비, 전년 대비), 자료=미 노동부] koinwon@newspim.com |
AJ벨의 애널리스트 다니 휴슨은 "12월 CPI가 예상에 부합했지만, 시장에서는 더 낮은 수치를 기대했다"고 지적하고 "더불어 식품과 주거비 상승세가 이어졌을 뿐 아니라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더 강화한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의 팀 그라프 거시전략부문 헤드 역시 "전체 인플레 수치는 양호하지만, 주거비와 서비스 관련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끈적(stickiness)하며, 이는 연준이 원하는 만큼 인플레가 빠른 속도로 내려오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따라 "연준이 향후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에 나선 후 금리 인상을 멈출 이유를 주지만, (이날의 수치로 보아) 그 시기가 예상보다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만큼 시장에서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둔화 조짐을 보이는지에 특히 주목해 왔다.
당시 파월 의장은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다른 상품 물가상승률만큼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금리를 더 높게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발표로 고용 시장 열기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되며, 향후 연준의 통화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 실업수당 청구건수 '증가 예상과 달리' 1000건 '감소'...고용 여전히 '견조'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1월 1일~7일)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5000건으로 전주보다 1000건 감소했다. 이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1만5000건으로 전주보다 9000건 늘어날 것으로 본 로이터 전문가 전망을 뒤엎는 결과다. 15주 만에 최저치기도 하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어든다는건 직장에서 해고된 구직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계속 실업수당 건수는 고용 상황을 가늠할 일종의 '바로미터'로 시장에서 눈여겨 보는 지표 중 하나다.
따라서 예상을 밑도는 이날 고용 지표는 미국의 고용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타이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셈이다.
◆ 금리 선물 시장 2월 '베이비 스텝' 전망은 94%로↑
이날 예상에 부합하는 CPI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는 초반 등락을 거듭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으나,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는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31일~2월 1일 FOMC에서 '베이비 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94.3%로 반영하고 있다.
발표 전의 76.3%에서 한층 강화됐다. 0.5%포인트 인상 전망은 23.7%에서 5.7%로 확연히 줄었다.
12일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2023.01.12 koinwon@newspim.com |
초반 등락을 거듭하던 미 증시도 장중 상승세로 전환했다. 미 동부시간으로 낮 12시 30분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8.99포인트(0.88%), S&P500지수는 0.54%, 나스닥지수는 0.58% 각각 오르고 있다.
예상대로 부합한 12월 CPI 수치에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2월 14일 이후 처음으로 1만8000달러 위로 올라섰다.
파산보호 절차를 진행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 FTX 법무팀이 약50억달러(6조2천5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자산을 회수했다는 보도도 호재로 작용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