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소환·김성태 귀국에도 단일대오 강조
박범계 "분열은 떨어지고 뭉치는 정당이 이겨"
"구심력이 더 강해…친문도 내년 총선 고민해야"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검찰 소환·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귀국 등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친문재인(친문)계 의원들은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이 대표를 적극 옹호하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론 검찰 수사의 무리함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결국은 이재명 당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단 현실적 타협론이 작용한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마포 망원시장에서 검찰 출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01.18 pangbin@newspim.com |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소환조사한 이후 설 직후에도 이틀에 걸친 소환을 통보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이 17일 귀국해 이 대표를 향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 친문계 의원들은 이 대표 공격을 자제하며 단일대오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오히려 분리대응을 주장하며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우려를 나타낸 비명계 의원들을 나무라는 상황이다.
친문계 좌장인 전해철 의원은 지난 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당의 대표 수사에 대해 당이 함께 하면서 단일대오로 대응하는 것이 부득이 하다고 생각한다"며 "당대표를 중심으로 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에 대해선 민주당이 단일대오로 잘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 지도부 소속인 고민정 의원도 지난 17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에 대해 박영선 전 장관·조응천 의원님이라든지 이런 발언이 계속 나오다 보니 현안에 대한 대표의 발언들이 계속 묻히는 것"이라며 비명계 의원들을 직격했다.
이 같은 친문계의 '이재명 엄호 모드'는 17일 의원총회에서 극에 달했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수사에 대한 공동 대응을 넘어서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의원은 단상에 올라 "원래 역할 분담을 해서 제가 문재인 정부를 지키고 박찬대 의원이 이재명을 지키는 역할 분담이 돼 있었습니다만 이젠 역할 분담이 필요 없다"며 "분열하는 정당은 떨어지고 똘똘 뭉치는 정당은 이겨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개 석상뿐만 아니라 물밑에서도 친문계의 단일대오 행보가 관측된다. 한 친문계 재선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는 게 맞다"며 10일 검찰 출석 당시 일부 친문 중진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잘 다녀오라'는 취지로 연락했다고 귀띔했다.
친문계 의원들은 표면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무리한 보복성 수사"(전해철 의원)라거나 "지금 검찰 행태를 보면 굉장히 제멋대로 난사를 하는 정도"(고민정 의원)라며 무리한 검찰 수사를 결집 이유로 들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19 photo@newspim.com |
그러나 일각에선 '결국 이재명 당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했단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공격한다고 힘들어서 피하는 것은 당원·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까지 당대표직을 유지하겠단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내년 총선 이전에 이 대표에 대한 최종 대법원 판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한데다 친문계 구심점 역할을 할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간접적으로 당에 복귀할 뜻이 없음을 밝힌 상태다.
당 관계자는 "현재처럼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구심력이 원심력을 앞서게 되면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며 "그럼 친문계 의원들도 차기 총선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는 친문 의원들의 단일대오 기조가 총선 때까지 유지되긴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일치단결 행보가 계속 유지될 거라고 생각할 순 없다"며 "이 대표를 엄호하는 게 여론에 잘 호응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결국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중도층 향방이 중요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단일대오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