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독면담 불가 방침에서 열흘만에 입장 바꿔
대화의 장 마련 해명에도 여론 눈치보기 비판
강경대응 명분 잃어, 대화 결과에 관심 집중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시민안전과 원리원칙을 이유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의 단독면담을 거부했던 서울시가 결국 이를 수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설명이지만 별다른 조건없이 불과 열흘만에 입장을 뒤바꿔 여론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전망이다.
서울시는 26일 오전 전장연에 단독면담을 제안한 결과 내달 2일 만남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비공개 단체면담을 거부당한 후 시민들의 '출근권'을 지키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공개한지 불과 열흘만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와 전장연 지지 시민들이 4호선 오이도역 추락 참사 22주기맞이 장애인권리입법·예산 권리를 위한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3.01.20 hwang@newspim.com |
당초 서울시는 전장연의 요구 사항인 '장애인 권리예산' 국비 1조3000억원 증액에는 장애인 탈시설, 장애인 활동지원, 평생교육지원에 대한 예산 증액 요구도 포함돼 있다며 전체 장애인 의견 수렴을 위해서라도 단독면담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세훈 시장과의 단독면담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중단했던 전장연은 이를 거부당하자 지난 20일부터 시위를 재개했다. 오는 3월말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며 대대적인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대화 결렬 직후 서울시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4450억원에 달한다며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민형사상 소송까지 불사하는 강경대응이 시민들의 안전과 불합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바 있다.
하지만 불과 열흘만에 입장을 선회하면서 말바꾸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장연의 단독면담 요구 당시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연휴 직후 입장을 급작스럽게 바꾼건 대화거부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단독면담은 오 시장의 조건없는 제안으로 이뤄졌다. 면담의 형식이 더 이상 시민의 출근길을 붙잡아서는 안되며 단독면담 역시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다양한 의견수렴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전장연이 그동안 요구했던 사안들이 다뤄질지 여부는 관련 부서에 문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단독면담은 2일 오후 중 공개를 원칙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다른 장애인단체 역시 오 시장과 단독면담을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한다.
peterbreak22@newspim.com